전라도에는 개미가 있는 발효음식이 많다. 된장과 비슷하나 발효 시간이 짧고 약간 묽은 형태인 막장과, 메주 가루와 엿기름에 고춧가루며 여린 고추가 달린 고춧잎을 넣어 발효시킨 집장이 있다. 또한 젓갈을 넣고 1년 이상 발효시킨 묵은지도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발효음식 중에 젓갈도 많다. 전어 창자로 만든 돔배젓, 맑은 민물새우로 만든 토하젓, 비싸서 먹기 어려운 고노와다(해삼 창자젓), 송어 새끼를 재료로 만든 모챙이젓, 영산포 홍어젓 외에도, 바지락젓, 꼬막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조기젓, 갈치속젓, 신안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명란젓, 오징어젓, 낙지젓, 조개젓 등이 있다. 이렇듯 전라도 음식은 발효식품이 주종으로, 짭짤하면서도 담백하고 오래 곰삭아 깊은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긴다. 홍어 중에서 ‘1코 2애 3날개’라고 해서 맛과 향을 자랑하는데, 이 중에서 홍어 애로 끓인 애국이 별미 중 별미다. 보리새싹이나 쑥에 홍어 내장을 넣어 끓인 홍어애국 맛은 환상적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홍어애쑥국이나 보리새싹국을 먹어야 비로소, “아, 봄이로구나.” 하고 봄을 한껏 넉넉하게 음미한다.
홍어애쑥국은 쑥이 가지고 있는 씁쓰레한 본디 맛과 툭 쏘는 향기를 그대로 맛볼 수 없다고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쑥홍어애국은 쑥 향과 아릿한 홍어 맛을 함께 맛볼 수가 있다. 쑥과 홍어는 모두 그 맛과 냄새가 강렬하고 특별해서 함께 국을 끓여도 본디 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른 봄 보들보들한 보리 새싹에 된장을 살짝 풀어 끓인 홍어애보리새싹국은 얼큰하면서도 담백하며, 쑥을 넣고 끓인 홍어애쑥국은 톡 쏘는 홍어맛과 쑥의 씁쓰레한 맛이 어울려 강하고 자극적이다.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즐기는 사람은 보리싹 홍어애국을 선호하고,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을 즐기는 사람은 홍어애쑥국을 좋아한다.
암튼, 홍어애국을 먹고 나면 몸 안에 쌓인 더러운 성분이 옴씰하게 빠져나간 기분으로 정신까지 청량해지는 것 같다. 탕에는 홍어 뼈를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보름 정도 푹 삭힌 홍어 뼈는 오들오들 씹는 맛이 일품이다.
전라도 사람치고 홍어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전라도에서 홍어는 잔치 음식의 중심이고 시작이며 끝이다. 아무리 잔칫상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산해진미를 차렸어도 홍어가 없으면 잘 차린 상이 아니다.
홍어 맛은 찡하고 화하고 툭 쏘는 아릿한 맛과 얼큰함에 이어 끝은 상큼하다. 처음에는 코끝이 찡하고 박하사탕을 깨물었을 때처럼 입안이 화하지만, 잘근잘근 씹다 보면 상큼하고 청량한 맛이 오래 머물면서 개운하다. 한 마디로 홍어 맛은 삶의 고달픔과 함께 고통을 이겨낸 다음의 상쾌함이라고나 할까. 잘 삭은 홍어를 먹고 나면 고단했던 삶의 체증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전라도 음식은 전라도의 힘이며 프라이드다. 아직도 전라도를 비뚤어진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전라도에 와서 이 ‘개미가 있는’ 음식들을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전라도 사람들의 감칠맛 나는 속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라도 대표 발효음식인 홍어가 나주시와 목포시․신안군이 함께 추진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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