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초대형 폭풍과 한파로 지구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장면은 ‘기후위기’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봉준호 감독의 2013년 영화 ‘설국열차’도 빼놓을 수 없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다 오히려 빙하기를 앞당긴 인류의 미래를 그렸다. 이 영화는 기후위기가 단순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투모로우’가 개봉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기후위기는 영화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유럽의 폭염, 아시아의 집중호우, 북미의 산불은 지구의 경고음이다. 올여름 우리에게 닥친 시우량 140㎜의 역대급 폭우와 농어업 현장의 변화는 상상초월이다.
기후위기는 식량안보의 근간인 농수산업을 비롯 산업, 고용, 복지 등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후진국일수록, 저소득층일수록,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 큰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는 환경문제를 넘어 정치문제, 경제문제로 볼 수 있다. 국가 간 불평등을 낳고, 과학적 해결책을 넘어 이를 다룰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중요한 이유다. 198개국이 가입해 있고, 평균 5만여 명이 참석하는 COP는 1995년 베를린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25년 브라질 벨렝에 이르기까지 33차례 열렸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07년 발리로드맵, 2015파리협정 등 굵직한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 내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하고 그 대상을 확대했다.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상승 이내로 억제하자고 뜻을 모았다. 기후파업, 2050탄소중립, 탄소국경세, RE100, 텀블러 사용 등이 우리와 친숙하게 된 것도 모두 COP 덕택이다.
2028년 열릴 COP33은 대한민국 여수에서 개최돼야 한다. 여수는 2009년부터 COP 유치를 준비해 왔다. 16년 전인 2009년 COP 유치를 최초 제안해 시민단체와 정치·행정권이 한마음 한뜻으로 유치 활동을 펼쳐왔다. 안타깝게도 정부 차원에서 2011년에는 카타르에, 2021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에 양보했다. 여수시민들은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다양한 기후를 가진 전남과 경남의 남해안남중권은 기후위기를 논의하고 선언하기 최적지다. 해양과 내륙, 산림과 갯벌 등 다양한 기후가 공존하고 지역에 산단이 위치해 있다. 바다와 섬으로 이뤄진 여수는 해수면 상승, 태풍 등 기후위기 영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삶’ 그 자체다.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역대 COP는 행사 성격에 걸맞게 대도시보다는 주로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개최됐다. 대규모 컨벤션센터나 호텔보다는, 소박하지만 불편한 전시 공간과 숙소로 충분하다. 불편을 선택하고 기꺼이 감수하는 정신이 COP의 본질이다.
전남도는 신재생에너지로 전환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를 지킬 전진기지다. 풍부한 바람을 활용해 전 세계 단일단지 중 가장 큰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짓고 있으며,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자립률 100%를 달성할 계획이다. 탄소 포집과 수소 활용 등 탄소중립 기술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8년 개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지역 열망과 최적의 개최 여건, 국가균형발전을 두루 고려해 남해안남중권의 여수를 개최도시로 선 지정해 주기 바란다.
‘투모로우’와 ‘설국열차’가 수많은 사람에게 ‘기후위기’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COP33의 여수 유치 또한 국제사회에 기후위기 극복의 의지를 모아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두 영화는 기후 위기로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결국 극복해 내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네 삶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도록 여수에서 내일을 위한 우리의 약속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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