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라 허는 곳은 신산이 비친 곳이라/ 저 농부들도 상사소리를 메기는디/ 각자 저정거리고 더부렁거리네…. 남도민요 ‘농부가’의 한 대목이다.
신이 내려준 비옥한 땅,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부들이 흥과 신명의 노래 ‘민요’를 탄생시켰다. 국악의 대표적인 갈래인 판소리, 산조, 잡가 등 원류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서 남도민요를 발견하게 된다.
‘농부가’는 전라도 지역에서 모를 심을 때 부르는 ‘상사소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지난함과 흥겨움이 교차하는 소릿길 장면을 그려낸 ‘진도아리랑’은 ‘산아지타령’으로부터 나왔다.
‘산아지타령’은 전남지역에서 논을 매거나 나무하러 갈 때, 혹은 흥겨운 놀이판에서 불린 민요다. 이 소리는 1930년대 진도 출신 대금 명인 박종기(1880~1947)에 의해 ‘진도아리랑’으로 재탄생되었다. 이처럼 민요는 민중의 삶 속에 머물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민요는 예전같이 생동하지 못한다. 전통적인 농사와 어업 현장이 사라지면서 민요의 기능은 소멸되고, 민요는 시연과 공연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운명공동체인 지역과 민요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
전남과 광주는 지역발전과 정책 효율성을 기치로 행정통합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남도와 광주시는 행정, 교육, 일상의 여러 면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지만, 변하지 않고 공유하는 분야가 있다. 지역의 소리와 음악이다. 임방울(1904~1961), 김연수(1907~1974) 등 수많은 명인·명창이 배출되고,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예술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것이 전남과 광주를 특징짓는 고유한 감성이다.
전남광주를 특성화하기 위해 지역에 기반을 둔 향토민요를 활용하여 문화·관광·교육 콘텐츠로 특화해야 한다. 민요가 보존되고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재래식 농사와 농요를 결합시킨 살아있는 현장을 재현하는 것이 한 예다. 전남광주지역에는 남도들노래, 우수영부녀농요 등 18여 종의 지역 민요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비지정 향토민요를 발굴하고 복원하여 문화자원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향토사학자, 민요학자, 예술가가 전남광주의 민요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이색적인 관광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치하여 마을이 활기를 띠게 해야 한다.
농사와 함께 농요를 전승한다는 측면을 부각시켜 ‘문화귀촌’을 활성화해야 한다. 안정적인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해선 공간 조성보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정서, 즉 사람간의 연결이 중요하다. 노래는 함께 즐기면서 교감하고 친화력을 키우는데 더없이 좋은 도구다. 민요 전승단체와 귀농귀촌 인구를 연결하여 민요 전승력을 강화하고 농촌에 공동체 분위기를 정착시켜 지역의 미래를 모색해 보자.
마지막은 첨단산업에 민요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미 기계화 및 대량생산으로 농업 문화가 변화된 시점에서 과거의 농업을 재현하고 체험하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첨단기술은 이러한 환경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게임, 가상현실 등에 농사와 민요를 적용하고, 이를 오프라인과 연동하여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 것이다. 음악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서 선구적 위치를 점유해 온 광주과학기술대학교(GIST)를 활용하고, 특화된 연구기관과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미래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은 궁극에 지역성과 고유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방탄소년단(BTS)이 자신과 세계를 연결하는 테마로 ‘ARIRANG’을 선택한 사실이 이를 확인시켜 준다.
민요는 거대한 바다와 같이 깊고 풍부한 자원이다. 민요는 사람들 속에서 불리고 전파돼야 힘을 얻는다. 과거에 민요가 여러 예술 장르와 음악에 영감을 주었듯이, 민요가 이 시대, 우리 지역에 답을 줄 수 있도록 민요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지역 활성화에 민요가 동행한다면, 상생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 전남광주특별시가 가장 남도다운 문화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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