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지내고 분단과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쓰레기 더미에서 어떻게 장미꽃이 필 수 있냐’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조선의 임금은 나라를 버리고 도망갔지만, 민초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 우리는 또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을 겪었지만, 민주적 기본질서를 바로잡으면서 헌정질서를 회복해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국회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오는 무장 계엄군으로 인해 우리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많은 시민이 국회를 지켜냈고, 남태령의 젊은이들은 강추위 속에 밤을 새워 함께 했다. 인간 키세스 시위대는 눈을 맞아가며 은박담요를 뒤집어쓴 채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몸부림했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위기에서 우리의 대처는 세계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비폭력 저항을 보여줬다. 집회와 시위 문화가 1980년대와 많이 달랐다. 시위 현장에는 유머 감각, 재미있는 센스, 음악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은 축제에서 봄직한 장면들을 연출했다. 춤을 추고 노래했다. K-팝 팬덤에서 보이는 전자 응원봉이 물결치는 모습에서 세계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K-민주주의의 저력을 실감했다. 어느 외국인 교수는 ‘한국 사람처럼 시위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을 본 적 없다’고 했다. 시민들은 분노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희망을 보여줬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정부수립 이후 체제 유지를 위해 문화가 정권에 의해 악용되고, 예술 창작활동이 검열을 받고,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에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기도 했다.
문화는 사회를 변혁시키는 주요한 매개 수단이다. K-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K-팝으로 촉발된 한류열풍으로 한국의 국격은 올라가며 세계가 주목하던 우리나라였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위기를 문화와 축제로 승화시킨 젊은이들이 나라를 구하고 있다.
문화정책은 예술기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연극, 발레, 오케스트라 등 고급예술을 많은 대중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문화의 민주화가 ‘모든 사람을 위한 문화’를 지향한다면, 문화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 의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문화기본법(제4조)에도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문화의 향유, 나아가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시민 모두가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문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프로 예술가만 예술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은 예술가, 즉 아마추어 예술가 또는 시민예술가이다.
시민이 주체 되는 문화,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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