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이 시인이 일상의 미세한 순간과 내면의 떨림을 담은 시집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밤〉을 내놨다.
시인의 시선은 우리가 흔히 외면하는 뒷모습, 등을 응시한다. 시집 첫머리에 등장하는 ‘등은 뭉클하다’는 고백처럼, 그는 보이지 않는 뒷면을 더듬은다. 얼굴 대신 등을, 화려함 대신 굴곡을, 말 대신 침묵을 따라가는 시선은 우리가 외면해 온 진실의 자리로 독자를 이끈다.
시인의 시선은 거창한 서사보다 삶의 작은 순간을 포착한다. 설거지하며 구부정해진 허리, 이른 새벽 문을 나서는 여인의 등, 흐트러짐 없이 툭 떨어지는 동백꽃까지….
시인은 사소한 장면에서 삶의 무게와 동시에 아름다움을 길어 올린다.
사랑에 대한 시인의 시선도 별나다. ‘간격’에서는 그리움과 사랑의 적정한 거리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네가 보고 싶을 때면/ 나는 바다로 간다’는 구절에서 드러난다. 그리운 사람에게 곧장 달려가는 대신, 바다라는 매개를 거쳐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시인이 찾는 것은 그 사이의 적정한 간격이다.
문체는 절제와 여백으로 특징된다. 감정을 직설하지 않고 쉼표 하나, 단어 하나로 독자의 상상을 자극한다. ‘어,/ 혼자가 아니었네’(유달산 밤 벚꽃)처럼 짧은 감탄사 하나로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며 응축된 정서를 전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소유가 아닌 배려, 화려함이 아닌 관찰, 격정이 아닌 간격을 통해 삶의 온기를 보여준다.
햇빛이 마당을 뛰어다니는 평범한 날, 작은 일상의 순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희망과 연민을 담은 시집이다.
정경이 시인은 국립목포대학교 국문학과, 같은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1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으로 등단했다. 현재 전남도청에 근무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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