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는 이곳에서 자연과 문학, 철학을 바탕으로 세연지와 낙서재 같은 유산을 남겼습니다. 보길도가 단순한 은거지 아닌, 자신의 철학과 예술을 구현한 삶의 터전이 된 거죠. 아름답기도 하지만,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철학이 반영돼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윤선도 원림이 어떤 곳인지 물음에 대한 김건담 전남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이다. 김 해설사는 보길도와 노화도에서 전복양식업을 하며 문화관광 해설사로 살고 있다.
“세연지는 연못을 둘러싼 산세와 조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윤선도는 자연을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한 겁니다. 세연지 물도 세 번 정수를 거쳐 들어오게 돼 있어요. 해수담의 ‘오입삼출’ 구조를 통해 부유물을 거르고 깨끗한 물만 받아들인 거죠. 아주 혁신적인 설계입니다.”
평소 말이 많지 않은 김 해설사이지만, 부용동과 세연정 얘기를 할 때면 말이 많아진다. 그만큼 보길도는 그에게 태 자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방문객의 취향이 다양합니다. 역사적 사실에 관심갖는 분도 있고, 윤선도의 개인사에 흥미를 느끼는 이도 있어요. 먼저 방문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방문객 입장에서 보길도와 윤선도를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대전에서 온 시각장애인들 안내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산중턱에 자리한 동천석실까지 오르고, 낙서재와 세연정의 구조를 손으로 더듬으며 이야기 나누던 모습이다. 보길도의 자연과 윤선도의 철학이 장애의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 날이었다.
“제가 윤선도의 섬 생활, 보길도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방문객과 만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새롭고, 배우고 익히는 시간들입니다.”
그가 고향에서 해설사로 살면서 느끼는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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