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향교를 품은 장흥읍 교촌마을. 마을 한 가운데서 하얀 연막이 피어오른다. 모기 등 해충을 잡는 소독 연기다. 특유의 알싸한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청년 대여섯 명이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 청소에 여념이 없다. 방안에서 짐을 꺼내는 이, 켜켜이 쌓인 묵은 먼지를 걷어내는 이, 창문 틈을 쓸고 닦는 이, 선풍기를 분해해 멀지를 털어내는 이. 일사불란한 손놀림들이 예사롭지 않다.
“입주청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집안의 모든 물건을 들어내 쓸고, 닦고, 소독한 후 제자리에 놓아야 하니까요.”
이불 봇짐을 들어내던 청년의 말이다. 마당은 이미 꺼내놓은 살림살이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길손도 팔을 걷어붙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벽에 기댄 짐을 들춰내자 습한 기운이 엄습해온다. 덕지덕지 붙은 시커먼 곰팡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한 냄새가 끊이질 않는다.
“이것 어떡하죠.”
물건을 들춰내던 청년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흙벽에 난 커다란 구멍을 발견한 것이었다. 휑하니 뚫린 구멍으로 꽁무니바람이 들락거릴 정도다. 논의 끝에 구멍을 메우는 일은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처리키로 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죠.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곳도 많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마당에는 가전제품을 비롯한 살림살이가 쌓여간다. 지난여름 수마가 할퀴고 간 담양·구례의 수해 복구 작업에 참여했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널브러진 옷가지가 낡고 해져 도저히 입을 수 없을 것 같다. “이건 버려야 겠다.” 한 청년의 혼잣말에 어르신이 화들짝 놀란다. ‘버리지 말라’고 연신 손사래를 친다.
“치우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응께 그냥 살아왔지. 이렇게 깨끗하게 치워주고 소독까징 해준께 고맙지.”
집주인 이막애 어르신의 입 꼬리가 귀에 걸렸다. 어르신은 정기적으로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보였다.
청소부터 소독 방역까지
장흥지역자활센터 청년자립도전사업단이 벌이고 있는 ‘우리동네 크린케어’ 사업 현장이다. 우리동네 크린케어는 전라남도 공익형 자활사업 모델이자 동반성장 프로젝트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장애인 등 주거취약 가구와 경로당, 지역아동센터의 청소와 소독방역을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이다. 전남광역자활센터가 목포·순천·광양·장성·구례·장흥 등 6개 시·군 자활센터와 손을 잡고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시작해 전남형 지역특화 청소사업 본보기로 자리매김했다
올 한 해만 주거취약 180여 가구와 경로당, 지역아동센터 120개소의 청소, 소독 방역, 에어컨 청소 등 생활서비스를 무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주거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을 돕는 ‘일석이조’의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청소를 주 업무로 진행하다 올해 코로나19가 터지자 소독방역으로 중심축을 옮겼어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성 리케치아성 병원체 소독과 모기, 바퀴벌레, 개미 등 실내외 해충도 제거합니다.”
형광등을 갈아 끼우던 청년자립도전사업단 김혁민(가명·36)리더의 얘기다. 사업단은 초미세 분사기 등 전문장비를 이용해 실내외 방역 소독은 물론 옷장, 냉장고 등 정리수납도 한다. 냉난방기 필터를 청소하고, 문고리, 방충망, 전구교체 등 수리도 해준다. 어르신들이 평소 청소하기 힘든 소파나 가구 아래에 쌓인 묵은 먼지를 닦아내는 일은 기본이다.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이유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오늘같이 흙벽의 구멍을 막는 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거나 큰 공사는 자활센터에서 관계기관과 협의해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연계해 처리하기도 한다. 쓰레기양이 많을 땐 지역 봉사단체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힘든 점이요. 특별한 것은 없는데요. 문을 잠그고 출타해버리거나 ‘안 한다’고 버틸 때가 난감해요. 오늘도 원래는 관산읍의 장애인 가구 청소가 예정돼 있었는데 집주인이 문을 걸어 잠그고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왔어요.”
우리동네 크린케어 사업의 유일한 애로사항이다.
깨끗이 사는 모습에 뿌듯
사랑방 한 곳을 정리하는 데 반나절이 훌쩍 흘러버렸다. 보통 오전 오후에 한 곳씩, 하루 평균 두 곳을 청소하지만 이 할머니 댁처럼 청소할 곳이 많으면 종일 매달려야 한다. 점심을 먹곤 안방과 주방을 치울 예정이다.
날씨가 끄물거린다. 점심을 먹기 전. 햇볕바라기를 마친 옷가지와 생필품을 방안에 다시 넣어야 한다. 짐을 넣을 때도 법칙이 있다. 물건이 놓인 자리에 그대로 놓아야 한다. 다른 곳에 둘 경우에는 반드시 어르신께 알려야 한다. 어르신을 위한 배려다.
“다음에 찾아갔을 때 깨끗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땐 뿌듯하죠.”
풀이 우거진 텃밭과 집주변에 소독약을 뿌리던 윤상철 단원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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