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강과 바다 등 자연풍광 자체가 거대한 정원인 남도. 해안과 갯벌, 다도해 풍경, 지리산 야생화, 무등산 입석대, 영산강변 황금 들녘, 섬진강변 물안개를 보노라면 경의와 감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풍광이 옛 문인과 예술가들을 불러들였을 테다. 남도에 유독 옛 정원인 원림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美)세움’에서 펴낸 <지혜와 위로를 주는 풍경의 발견>은 선인들에게 은신처이자 위로와 용기를 준 옛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남도의 경관과 정원을 연구하고 있는 송태갑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누정과 정원에 배어 있는 주인의 철학과 풍류를 들려주며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쉬어가길 권한다.
저자는 옛 정원에 우리가 찾던 소소한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며 ‘풍경’에 귀 기울이기를 제안한다. 누정과 주인에 얽힌 일화, 풍경 감상법을 비롯 소나무, 배롱나무, 버드나무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나무 이야기까지, 삶의 가치와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안내한다.
책에는 소쇄원, 부용동정원, 백운동정원 등 조선시대 3대 별서정원은 물론 독수정, 명옥헌, 월봉서원, 화순적벽, 다산정원, 운림산방 등 남도의 멋과 풍류를 간직한 원림 27곳이 담겨 있다.
누정여행은 담양의 독수정에서 출발한다. 독수정은 몰락한 고려시대 무신 전신민이 지은 정자다. 태조 이성계의 여러 차례 부름에도 이곳에 머물며 아침마다 송도를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한다. 여느 정자와는 달리 북쪽을 향해 쓸쓸히 산마루를 지키는 독수정이 사욕과 권력을 좇는 현대인들에게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는 듯하다.
소쇄원에서는 깊어가는 가을 풍경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소쇄원에 이르는 대숲 길, 자연에 스며든 누각과 정원을 소개하며 옛 선인들의 탁월한 안목과 철학을 풀어낸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식영정 부용당에는 자연과 교감하고 영감을 얻었던 선인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화순 환산정에서는 절제미와 단순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정원을 소개한다. 김삿갓의 방랑벽도 잠재운 화순적벽은 특히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소개한다.
강진 백운동정원에선 백운동의 12경을 소개하며 풍경 읽는 법을 알려 준다. 나주 영모정, 매일 보아도 정겨운 보성 열화정, 지금도 마을공동체 정원인 영암 회사정과 쌍취정의 역사와 풍경, 진솔한 삶이 녹아든 진도 운림산방으로 누정여행을 마무리한다.
저자는 “정원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지역 고유의 풍토(風土)를 대변하고 있다”면서 “남도정신과 남도풍경이 삶터에 적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태갑 / 미세움 / 1만5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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