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생명이다. 도시가 삭막한 이유는 살아 숨 쉬는 생명, 요컨대 자연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희망이다. 스피노자(1632~1677)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세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질 않았는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내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나무는 지역을 살리는 자원이다. 장 지오노(1895∼1970)의 저서 〈나무를 심은 사람〉은 나무가 단순히 식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책의 서두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를 벗어나고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나가는 생각이 더 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장 지오노는 그가 살던 오트 프로방스 지방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다가 아주 인상 깊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외롭게 살면서 그저 묵묵히 나무를 심으며 황폐해진 민둥산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지오노는 무모하다고 여겨질 만큼 사심 없는 이 양치기를 결코 잊을 수 없어 문학작품으로 엮어냈다.
책이 주목받은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위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는 그의 고결한 마음과 행동이 지역 풍경을 바꾸고 나아가 지구의 모습을 바꾸는 기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무를 심었지만, 다름 아닌 희망을 심은 것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심은 것이다.
현재보다 미래에 눈길 돌리는 안목
숲의 위력은 남도의 원림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등산 자락을 비롯한 남도 여기저기 숲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누정을 짓고 자연을 정원 삼았으며 거기서 시를 읊고 그림을 그렸다.
그런 의미에서 전라남도를 상징하는 슬로건 가운데 하나인 ‘숲속의 전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나무가 가진 위력이 얼마나 큰 지를 간파했고 현재보다는 미래에 눈길을 돌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 슬로건은 중앙정부에서 채택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산림청은 ‘숲속의 전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숲속의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상향식 발상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사례이다.
우리 주변에는 나무를 가꾸거나 정원을 가꾸어 산수를 아름답게 할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장성 축령산, 장흥 편백림, 강진 초당림, 순천만 국가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묵묵히 정원으로 가꾸어온 것이 인정받아 전라남도 민간정원으로 선정된 사례들도 있다. 고흥 쑥섬, 담양 죽화경, 화순 허브뜨락, 고흥 금세기정원, 보성 초암정원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곳의 공통점은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품격있는 그린 인프라 조성 필요
인류의 흥망성쇠에는 전쟁, 환경변화, 공동체 붕괴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무분별한 숲의 이용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 4대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이집트문명, 황하문명,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문명 등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데도 숲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 배경에는 숲의 희생이 있었고 그 결과는 문명의 위기를 초래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이스터 섬의 몰락도 야자나무의 꽃가루가 발견됨으로써 900년 전에 이곳에도 울창한 숲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과 나무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가면서 숲에 대한 별명도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의 원림은 말할 것도 없고 경관림, 휴양림, 경제림, 치유숲, 유아숲, 체험숲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활용되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아는 것은 나무가 자라고 있는 토양과 기후를 아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지역풍토에 맞는 풍경을 연출하는 일이고, 궁극적으로 품격있는 지역문화를 잉태하는 그린 인프라(Green Infra)를 조성하는 일이다.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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