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 정원(Garden)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마당이 있다. 이 두 공간은 서양문화와 동양문화만큼이나 달라 보인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원이나 마당은 공히 주택, 별장, 수도원 등 건물과 더불어 갖춰진 여유 공간으로 주로 식물이나 물, 조형물 등으로 꾸며져 있거나 마치 광장처럼 비워져 있어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 기여한다.
사람이 사는 주거환경, 요컨대 주택이나 정원 등은 그 지역의 풍토, 산업, 문화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양정원과 우리 마당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독특한 공간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서양정원은 온갖 종류의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각종 자연요소와 예술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 마당은 꽃과 나무를 소재로 디자인하거나 조형물을 도입해 장식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식물이나 생활시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공간이 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용도로 쓰였던 우리의 마당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서양의 경우 오랫동안 유목문화의 기반 위에 삶을 영위해왔다. 소나 양을 기르는 목축업에 주로 종사했던 그들은 가축의 먹이가 되는 풀을 비롯한 식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소나 양을 기를 수 있는 초원이 확보가 안 되면 그들은 소떼나 양떼를 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들의 삶에 있어서 식물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늘 식물과 가까이하면서 친숙하게 지냈다. 그들의 정원문화가 식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 마당문화는 어떨까? 우리는 서양과 달리 일정한 토지에서 반복적으로 농산물을 얻기 위해 경작하는 농경문화이다.
농경문화에서 벼나 곡식, 유실수, 채소 등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식물을 제외하고는 다른 것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와 경합을 이루며 생산에 지장을 주는 식물, 요컨대 피나 잡초 등은 제거해야 했고, 공간을 차지하는 식물의 경우 기피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마당에서 종종 식물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울밑의 봉선화, 채송화, 이웃집과 경계가 되는 산울타리, 경사진 뒤꼍을 이용한 화계(花階), 그리고 생산에 지장이 없는 공간에 주로 심는 유실수 정도였다. 마당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였기에 늘 비워둬야 했다.
마당은 일 년 내내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예전에는 결혼식과 장례식 등 집안의 대소사가 모두 마당에서 이뤄졌다. 어린이들에게 마당은 안전하고 흥미로운 놀이터였다. 팽이 돌리기, 구슬놀이, 딱지치기, 술래잡기, 눈사람 만들기 등 마당은 놀이문화 전승공간이었다. 그뿐 아니다. 농지에서 수확하여 마당으로 가져와 탈곡을 하고, 곡식을 말리는 장소로도 최적이었다. 마당에서 일을 하다 잠시 쉬기도 좋고 새참을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었으며, 곡식을 마당에 펼쳐놓거나 쌓아 두는 것도 안심되는 일이었다.
정원은 공동체문화 활성화 실마리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전문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이 별도로 있어서 그곳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이들이 마당이나 골목길에서 노는 모습도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안쓰럽게도 요즘 아이들은 유아원, 유치원, 학교, 학원 등 건물 내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농작업도 마찬가지다. 농지는 경지정리로 인해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변했고, 농작업은 첨단기계의 도입으로 파종이나 모내기를 비롯 수확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 기계작업으로 이뤄진다.
우리의 도시문화도 마당문화를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는데 크게 한몫하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의 등장은 엘리베이터가 골목길을 대신하게 했고, 마당은 주차장으로 용도가 바뀌어 자동차가 주인이 된 지 오래다. 농어촌은 젊은 층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초고령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로 인해 가족, 이웃과 더불어 소통하고 공유했던 넓은 마당은 잡초로 무성해지고 있다. 훌륭한 다목적 광장으로 공동체 문화의 근간이었던 우리 마당이 적당한 위상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는 우리 삶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 우리의 의식과 문화마저 거침없이 바꿔 놓았다. 이제 더 이상 방관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으로 신(新) 마당문화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다행히 몇몇 지자체에서 삶의 질 향상과 마을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마당의 정원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적 지식과 적극적인 주민참여, 예산반영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녹록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미래 세대들의 행복한 공동체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마당문화의 회복은 절실하다.
도시재생, 마을재생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정원 가꾸기는 공동체문화 활성화를 위한 작은 실마리가 될 것이다.
송태갑 /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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