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와 제자 공손추(公孫丑)의 대화에 호연지기(浩然之氣)란 말이 나온다. 맹자의 설명이다. “말하기 어렵다 … 어떤 결과를 미리 기대해서는 안 되며, 마음에 항상 잊지 말아야 하고 또 어서 자라게 하려고 억지로 돕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큰 기운이라는 호연지기의 설명에 조장(助長)이라는, ‘어서 자라게 하려고 억지로 돕는 일’이란 말이 나온다. 말에는 그 말의 뜻(의미)이 생겨난 까닭(이유)이 담겨있다.
어떤 이가 제 밭의 곡식이 잘 자라라고 어린 싹을 하나하나 뽑아 올려 길게 하고선 식구들에게 곡식이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곡식은 이미 말라 죽었더라는 것.
‘돕는다’는 助(조)와 ‘길(게하)다’는 長(장) 두 글자를 합친 助長이란 말이 ‘어서 자라게 하려고 억지로 돕는 일’이란 뜻이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고사성어(故事成語)다. 옛(古 고) 일을 때려(칠 攵복), 전에 있었던 어떤 일을 되새겼다(故)는 말이다.
지귀연 판사는 조장이라는 한자어(의 저런 구조)를 알고도 의도적으로 저렇게 썼을까?
사전은 ‘도와 자라나게 한다. 옳지 않거나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옆에서 부추기거나 눈감아 주는 일. 쓸데없는 짓을 해서 게(蟹 해)도 구럭(그물)도 다 잃게 됨.’이라고 시니컬하게 풀었다. 부추기거나 또는 눈감아 주는 ‘쓸데없는 짓’의 결과가 빤하다는 것 아닌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이성적 결심을 옆에서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고사성어로 풀면 김용현이 윤석열을 부추겨 게도 구럭도 다 잃게 했다는 것이다. 김용현의 잘못이 윤석열의 그것보다 크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젖먹이 아기인가.
쓸데없는 짓을 하도록 조장한, 대통령을 쥐고 흔든 국방장관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고 그 조장으로 인해 쓸데없는 짓을 한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사 판사나 의사가 되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선행학습에 내몰리는 아이들, 매우 비이성적인 현상이지만 현실이다. 어린 싹 잡아 올려 자라게(공부 잘 하게) 돕는, 조장하는 것 아닌가.
누가? 아이들의 엄마 아빠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말을 곱씹으면 그 상황의 초현실적 실체(實體)가 드러난다. 아이들을 어찌 탓하랴. 게도 구럭도 오로지하겠다는 부모들의 욕망 그 ‘조장’에 희생되는 것이 딱하다.
지귀연 판사의 사고(思考) 구조가 표현됐을 저 판결의 뉘앙스(어감)를 본다. 재판은 계속될 터, 그 판결을 해석하는 어떤 판결이 나올 것이다. 세상의 상식은 그것을 주목한다.
여기서 우리는 저울 추(錘)의 당연한 (상식적인) 균형 즉 형평(衡平)도 무시해버리는 조장이란 말의 비이성적 활용을 새길 필요가 있다. 황당하지 않는가.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는 저 (중요한) 문서에 적힌 말 때문에 한국어를 함께 쓰는 우리 언중(言衆)들이 겪을 ‘말과 그 뜻’ 사이의 어그러짐이 일상화되는 것을 저어하는 것이다.
언어도 다른 상황들처럼 제 자리 곧 시간(time) 장소(place) 경우(occasion)의 TPO에 맞아야 한다. 대충 지르고 보는 것이 말이라면 한국어는 차차 ‘우리’를 표현할 수 없게 된다.
강상헌 / 슬기나무 언어원장·언론인
토막새김
말은 본디의 뜻(1차적 의미)과 그 뜻을 활용하는 약속의 뜻(2차적 의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조장을 (어떤 일을 계기로) ‘어서 자라게 하려고 억지로 돕는 일’이라고 사람들이 약속한 것을 2차적 의미라고 하자. 돕는다는 ‘조’(助)와 길게 한다는 ‘장’(長)은 각각 1차적 의미다.
1, 2차적 의미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말공부다. 의미의 흐름 중 한 대목의 표면적인 뜻만으로 말을 이해하면 (저 판결처럼) 핀트 안 맞는 (다른) 뜻이 된다. 특히 한자어는 글자 각각의 본래의 뜻을 바탕삼아 생각해야 한다.
인공지능시대의 언어적 묘수(妙手)로 삼자. 폰의 사전 앱에, 또 책장의 사전에 그 해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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