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전하는 이유는 쉬운 일이 아니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2년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간다.’고 선언했다. 당시 연설문의 이 대목은 지금도 늘 회자(膾炙)된다. 경계 박차고 새 세상을 열자는 뜻, 프런티어(frontier) 정신으로 읽힌다.
45세 젊고 매력적인 대통령의 저 연설에 인류가 설렜다. 케네디도 스타였고, 미국도 당시는 ‘리더십의 나라’였다. 큰 실패 있었지만, 끝내 아폴로 11호는 1969년 닐 암스트롱을 인류 최초로 달에 내려놓았다.
그 달에 미국이 또 간다. 우리나라도 달 착륙 프로젝트의 발동을 걸었다. 중국 일본도 행동을 개시했다. 경쟁적이다. 달이 개척(開拓)의 대상, 프런티어 정신의 표적이 되는가 보다.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 방아 찧는 설화(說話) 속의 달, 인간 발자국이 찍혔지만 우리는 달을 그윽이 바라본다. ‘우주물리학의 달’을 넘어, 우리의 정(情)이 오래 서린 마음속의 별이리니.
음(陰)과 양(陽)으로 세상(우주)의 기운을 바라보는 동아시아의 우리가 陰의 대표 이미지로 달을 마음에 담는 것을 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터다. 서구(西歐) 사람들은 달을 설화 등에서 다소간 비정상(非正常)의 이미지로 바라본다. 상대적으로, 해(태양)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음양(陰陽) 구도(構圖)에서는 음과 양이 대결하지 않는다. 달과 해는, ‘달님과 해님’으로 서로 마음(속) 나누는 사이다. 여자와 남자가 그렇다. ‘해를 품은 달’이란 드라마 제목을 생각한다. 현실은, 역사적으로도 차이가 있지만 바탕의 이치가 그렇다는 말이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월광’(月光)을 동서양 사람들이 다 아름답다며 기꺼워하는 것을 보면 서양에서도 달이 꼭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서울의 ‘여자’와 ‘남자’가 몇 대목에서 대립하며 으르렁거리는 것은 우리 속의 서양의 기운 때문 아닌가.
‘지구 인간들’의 새 무대가 될 저 달, 우리의 전통은 달을 밝음의 바탕으로도 여겼다. ‘대낮같이 밝다’는 표현도 있지만, 한자 밝을 明(명)의 본디가 달(月)이었을 가능성도 주목하자.
서양의 틀(프레임)로 공부한 현대의 동아시아 사람들은 모를 수 있는 (신기한) 얘기일 터다. 구식(舊式) 어른들 말씀의 ‘흰 그늘’과 같은, 모순적(矛盾的) 개념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흰 그늘’ 같은 생각이 원래 우리 마음의 바탕이었을 가능성과 개연성(蓋然性)을, 明자는 은근히 보여준다. 한자는 그림이 뜻으로 고정된 글자다. 상형문자이며 표의문자다.
3500년 전쯤 황하유역에서 동이겨레를 포함한 여러 족속(族屬)들이 문명의 새벽을 살며 남긴, 그림이면서 글자인 기호(記號)가 한자의 원조인 갑골문(甲骨文)이다.
갑골문 변천의 어느 시기에서 ‘밝다’는 뜻의 표지(標識)는 ‘흰 그늘’의 모순어법(oxymoron 옥시모론)처럼 ‘창문(窓門)에 들이치는 달빛’이었다. ‘흰 그늘’ ‘침묵의 소리’ 같은 특이한 어법으로 ‘깊은 밝음’을 표현한 것이다. 심오(深奧)하지 않은가.
해(日)와 달(月) 함께 있으니 밝음(明)이라고들 해석하지만, ‘창문으로 보는 달’로 밝음을 그려보기도 했던 동양의 뜻이다. 당신의 밝음은 달의 밝음인가, 해의 밝음인가.
강상원 / 미래서원 원장·언론인
토막새김
그림(象形 상형)이 그 그림의 뜻을 표시하는 기호로 디자인되는 과정이 한자의 변천(變遷)이다. ‘뜻을 표시하는 문자’라는 표의문자(表意文字)의 핵심이 그 그림이다. 상형문자(그림글자)이며 표의문자(뜻글자)다.
고대 이집트의 신성문자는 그림으로 출발한 상형문자지만, 이내 그림의 뜻을 잃고 발음기호가 된다. 그림(의 내용)이 뜻을 표현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ABC 알파벳처럼 표음(表音)문자 즉 소리글자가 됐다.
한자는 한중일(韓中日)과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에서 ‘자기 문화’의 상당 부분을 지지한다. 각지의 발음은 달라도 글자(모양)를 읽는 뜻은 같다. 이 지역의 사고(思考)의 틀도 그만큼 비슷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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