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춤추다’란 뜻 무천(舞天), 겨레의 옛 이름인 예맥(濊貊)의 제천(祭天)의례 이름이다. 우리 겨레 고대의 나라 부여(夫餘)의 제천 의례 영고(迎鼓)는 ‘(하늘을) 맞이하는 북소리’다.
무천과 영고로 우린 하늘(天)과 직거래를 했다. 신(神)을 거간(居間)으로 두지 않는 특별한 영성(靈性)의 겨레였다. 풍류의 홍익인간, 넘치는 신명과 멋이 번져나는 이름이기도 하다.
일과 물건, 사물(事物)의 이름인 말(언어)은 그 본디를 가리킨다. ‘돌이 (하늘을) 고였다’는 고인돌이나 ‘(하늘을) 지지(지탱)하는 돌’이라는 지석(支石)은 ‘하늘을 춤추다’는 舞天과 한 짝이다. 세상 고인돌(숫자)의 대부분을 가진 우리 겨레의 의식(意識)의 터전이기도 할 것이니.
서양이 거석(巨石)문화라고 이름 붙여 (그들이 만든 학문인) 인류학 고고학의 증거라고 폼 잡는 유적 중 하나인 돌멘(dolmen)은 ‘탁자(dol) 모양의 돌(men)’이란 뜻, ‘고인돌’과는 이름의 정신세계부터 그윽하고 웅혼(雄渾)함이 차이가 난다.
‘(나) 잘났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다르다’는 말이다.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혼동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고인돌은 돌멘의 번역’이라고 말한다.
동아시아의 ‘짱 이미지’인 용(龍)이 서양의 시시한 상상의 동물 드래곤(dragon)의 번역어일 수 없는 것처럼 큰 오류다. 용은 용이고, 드래곤은 드래곤일 뿐이다.
서양의 방법(마음)으로 성장하며 배운 세상 이치를 벗을 때가 됐다. 우리에게 겨레의 마음은 무엇일까? 잃었다면, 찾자. 지금 저 고인돌은 인류 슬기의 역사에서 중요한 뜻을 지닌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訓民正音) 발명 이전에도 靈性 큰 저 돌(의 이름)은 고인돌 아니면 굄돌이었을 것이다. 글로 쓸 때는 (한글이 없었기에) 그 뜻 살려 支石墓(지석묘)나 支石이라 적었으리라. 읽을 때는 경우나 사람에 따라 고인돌이라고도, 지석묘라고도 했겠다.
혹 지석묘란 명칭이 일제 때 건너온 ‘일본말’ 아니냐 하는 의혹을 유튜버 등 일부 고인돌 팬들이 편다. 일견(一見) 갸륵하기도 한 이 주장을 비중 있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훨씬 이전 시기에 ‘支石’이 우리 문헌(文獻)에 엄연히 존재한 것을 몰랐던 까닭이리라. 알았더라면 그런 생각(주장)일랑 아니 했을 텐데…
호탕한 글로 이름 날린 고려의 큰 문장 이규보가 1200년에 남긴 기록, 고문헌에 밝은 사학자 김희태 선생의 글에서 옮긴다. ‘우리나라 지석묘의 최초의 기록’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다음날 금마군(金馬郡)으로 향하려 할 때, 소위 지석(支石)이란 것을 구경했다. 이는 민간에 전하기로 옛 성인(聖人)이 고인 것이라 하는데, 과연 기적(奇迹·기이한 유적)으로 이상한 점이 있었다.” (明日將向金馬郡 求所謂支石者觀之 支石者 俗傳古聖人所支 果有奇迹之異常者)
이규보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과 우리나라 명문장을 모은 조선조의 ‘동문선(東文選)’의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가 원전이다. 금마는 미륵사(지)가 있는 전북 익산 부근 지명.
작은 역사의 흔적에서 큰 통찰 바라본다. 쌀알 하나에 우주가 담겼더라는 큰마음도 같다.
강상헌 / 미래서원 원장·언론인
토막새김
‘인류 4대 문명 발상지’는 뭘까? 이집트 뺀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黃河) 등 옛 문명의 ‘주소’는 다 아시아다. 피라미드가 대단한 것처럼 극동아시아의 고인돌도, 영국의 열석(列石) 스톤헨지처럼 대단하다. 서양은 이런 사실(한국의 고인돌)을 비교적 최근에야 알았다.
아전인수(我田引水)일 수도 있겠지만, ‘인류 문명 발상지’의 다섯 번째로 극동의 ‘아시아지중해 고인돌문명’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서양 말고 한국이, 또는 아시아가 역사의 주도권을 쥐었다면 지당한 논의(論議)일 터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 그것이 큰 창의(創意)다.
(58564)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 삼향읍 오룡길 1 전남광주새뜸편집실 TEL : 061-286-2072 FAX : 061-286-4721 copyright(c) Jeonnam-Gwangju Special Metropolitan Cit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