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무봉(天衣無縫), 하늘 직녀(織女)가 짠 옷은 솔기가 없다는 고사성어다. 순수 순결 등의 뜻으로 좋은 문장을 이를 때 쓴다. 좋음(善 선)과 완전함을 합친 의미겠다. 기기묘묘(奇奇妙妙), 기묘의 강한 말이다. 기괴(奇怪)라는 말도 있다. 사물에 대한 느낌의 표현이다.
경치를 묘사할 때면, 잔잔한 천의무봉 이미지로는 1%쯤 부족한가보다. ‘아름답다’ ‘멋지다’ 다음에는 으레 기괴나 기묘가 등장한다. 형형색색(形形色色)도 있으나 ‘새 발의 피’다. 관광(여행)지의 표현에서 약방의 감초들이다.
기암괴석(奇巖怪石)의 ‘기괴’에 대부분 고개 끄덕인다. ‘기이한 (바위) 언덕이나 벼랑(巖)과 괴상한 돌(石)’을 가리킨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었던 중국 장가계의 산봉우리들 풍경 보며 대개 ‘기암괴석!’이라며 놀라워한다. 기막힌 기괴함이 평균적인 ‘우리’를 매혹하는 것이다.
거기에 바다 강 호수의 물(水 수) 풍경이 합쳐지면 그 기괴함에 대한 공감이나 찬사는 하늘을 찌를 터다. 경치만으로도 ‘관광산업’이 된다. 칭호도 슬그머니 절경(絶景)으로 오른다.
이를테면 국토 남서쪽 바다의 흑산도 옆 홍도(紅島) 같은 곳 말이다. 늘 목포행 이른 아침 KTX는 홍도를 마음에 품은 이들로 북적인다. 제주도 일원(一圓)이나 속리산, 북녘 금강산도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겠다.
대한민국도, 홍도 품은 전라남도도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처럼 전(全)지구적 호감의 관광산업을 열망한다. 뭐가 부족하지? 자연경관 등 볼거리, 천의무봉 같은 평화로움으로는 ‘평균적인 인류’를 유혹하기 역부족이다. 우리에겐 기괴함의 강도(强度)나 규모가 많이 모자란다.
해외여행을 늘 경험하는 시민들에게 따로 이런 ‘계산법’을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우리가 그 ‘놀라운 곳’에서 감탄했던 것의 바탕이나 본질이 이국적(異國的)인 기괴함이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굉장한 볼거리, 기괴함의 차원이 다르다고나 할까?
제주도 홍도를 더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모자란 것은 채워야 한다. 나주 곰탕집 앞 장사진(長蛇陣)이나 흑산도 삭힌 홍어가 그 열쇠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인터넷 세상에서 벌어지는 맛집 신화를 되새겨야 하는 것이다. 호텔방 같은 시설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남도의 탁월한 브랜드, 음식문화를 복원해 겨레와 인류사에 새 기치(旗幟)를 세우자는 의논이 공사(公私)간에 분분하다. 출발선에 선 전라남도 당국과 나주시의 열망은 괄목할 대목이다.
이 의욕의 목표가 기껏 ‘관광수입의 증대’ 정도에 그칠 수는 없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걸려는가. 늘 해오던 관광시책과 구분점도 없다. 달라야 한다. 프랑스나 터키, 중국의 요리(음식문화)와 함께 ‘세계 4대 미각’에 부족함이 없는 원본을 남도는 지니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음식이 과연 월드클래스냐? 과욕 아니냐? 과유불급(過猶不及)도 모르는가. 어려운 일로 힘 빼지 말자, 이런 비관론도 없지는 않을 터다. 허나 마한 가야의 고대 이래 쌓여온 이 지역의 인류 급(級) 여건과 전통, 볼수록 찬란하다. 갯벌과 고인돌은 그 상징이자 증거다.
어릴 적 토끼몰이의 추억, 쫒다보면 길을 잃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방법은 단 하나, 능선으로 오르라. 드론처럼 지형(地形)을 한눈에 보라. 좌절과 중구난방은 필시 조난을 부른다.
미국의 건국도, 인류의 달 착륙도, 성웅 이순신 13척의 명량대첩도 처음 가능성은 남도밥상의 현재 잠재력보다 결코 크지 않았다. 우리 청년들은 이제 가슴이 뛰어야 한다.
세상의 기암괴석들을 무색하게 할 남도밥상의 저력을 돌올(突兀)한 문화의 ‘기괴함’으로 세우는 일, 멋지지 않은가? 당신의 담대한 선택으로 세계를 홀리자.
강상헌 / 미래서원 원장·언론인
토막새김
K-푸드 관련 논의가 한가위를 전후해 미디어를 달궜다. 햇반에 매운 라면, 초코파이도 한식 아니냐 하는 얘기도 들렸다. 식품기업 광고를 의식한 언론사들 장삿속의 노출이기도 하겠지만, 시야를 국제적으로 넓히는 계기로도 볼 수 있었다.
여태 떡볶이와 불고기 말고는 ‘특유한 한국음식의 전통’을 내놓지 못했던 것은 생활 관련 문화정책의 미비로 본다. 이명박 정권 때 거금을 투자해 태산을 흔들 것처럼 ‘한식 세계화’를 띄웠으나 결과는 쥐새끼 한 마리 정도였다. 바탕없이 ‘대장금’의 이영애 얼굴만 믿었을까.
전 인류를 매혹하기 위해서는 마땅한 바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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