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다. 젤 맛난 물은 ‘아전인수’, 젤 맛난 (생선)회는 ‘견강부회’란다. 내 밭에 물 대기 아전인수(我田引水)는 나에게 가장 좋은 것, 견강부회(牽强附會)는 사리에 맞지 않은 것을 (나에게 좋도록) 억지로 갖다 붙인 것이다. 모일 회(會)와 먹는 회(膾)의 발음이 같은 데에 은근한 재미를 심었네 그려.
정치의 계절, 정당들 이름을 해찰하듯 읊어보았다. ‘개혁’ ‘미래’ ‘진보’ ‘녹색’ 등이 이름이나 이름을 꾸미는 관형어로 쓰였다. ‘민주’ ‘국민’ ‘힘’ ‘새로운’ ‘정의’ 등 뜻 멋진 ‘말의 잔치’다.
일전에 택배로 받은 ‘보조개 사과’ 때문에 이 해찰은 시작됐다. (정품) 사과가 비싸니 흠집 나서 싸게 파는 것을 주문했다. 맛도 좋았지만, 이름이 재미있어 또 좋았다.
흠집 있거나 모양이 덜 반듯한 것에 붙인 그런 귄 있는(매력적인) 이름은, 절묘한 비유이면서 정직하다. 제 정체성(正體性)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정치동네 저 이름들도 그럴까? 잔뜩 어깨 힘은 들었고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과연 ‘보조개 사과’처럼 그 실체로 우리를 (오래) 미소 짓게 할 수 있을까. 아전인수나 견강부회의 속(내심)을 감춘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름’은 아닐까.
얼마 전 ‘독립전쟁’의 영웅 안중근 장군의 글씨가 국내에 들어왔다는 뉴스가 있었다. 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라는 글씨다.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기세(氣勢)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양으로 만들 것이냐’란 뜻이다.
묵향(墨香)의 웅혼(雄渾), 천지 감싼다. 1910년, 왜(倭) 형무소에서 순국(처형) 직전에 남긴 글씨라고 한다. 용호(龍虎·용과 범)와 인묘(蚓猫·지렁이와 고양이)를 같은 반열(班列)의 선반에 얹었다면 장군은 실망하리라. 웃음거리다. 倭도, 이등박문도 그에게는 지렁이에 불과했다.
이승만 행적을 ‘건국전쟁’이란 이름 붙인 영화로 ‘역사 바로보기’ 한다는 세태도 같다. 일제(日帝) 당시 침략자의 생각과 같은, 친일의 논리 틀로 세상을 본다고 하여 꽤 알려진 이가 독립기념관의 이사가 됐다는 최근의 보도도 맥락(脈絡)이 다르지 않을 터.
냉소(冷笑) 섞어 말한다. ‘매국전쟁’의 일선에서 (나라를 위해) 며칠 밤을 고뇌에 휩쓸렸을 이완용(대한제국 총리대신)의 당시(當時), 긍정적인 측면과 나름 장한 면모를 추려 새로 보는 역사 바로보기 운동을 벌이자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세상 아닌가.
때 맞췄을까, 일본 정부가 독도 관련 황당한 성명(聲明)을 냈다. 일본의 시각(視角)이나 입장에서는 참 갸륵한 정의의 실현이겠다. 처형 후 114년 만에 ‘살인자 안중근의 폭력’을 스스로 바로 보라는 충고를 던지진 않을지. 뭘 보고 저럴까.
정의의 속성(屬性)이 힘(力 력)이라는 풀이는 낯설지 않다. 내가 저 성(城)을 점령하면, 그게 ‘정의’의 正이(었)다. 아전인수고 견강부회다. 갑골문 그림부터의 문자(한자)의 속뜻이다.
거기에 인류 보편성과 역사의식을 합친, 공정(公正)이라야 비로소 ‘미래’고 ‘진보’고 ‘녹색’이리라. 인류, 우리 사람들(we the people)은 생각을 바루자. 우리의 ‘주인’은 비틀린 제도(시스템)가 아니다, 당신과 나, 우리다. 겨레의 혼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돈처럼, 편하고자 만든 (정치)제도가 우리를 망가뜨리면 되겠는가? 이름의 본디를 보자.
강상헌 / 슬기나무언어원 원장·언론인
토막새김
‘하루라도 글(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글씨로도 익숙한 장군의 마음이다. 독서(讀書)는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던 함석헌 선생의 뜻도 같다.
그 서예 작품, 겨레 지성의 기둥이다. 안중근의 치열한 공부가 서린 마음일러라. 영화나 유튜브도 재미있지만 또 필요한 공부는 ‘생각’이다. (책을 읽고) 찬찬히 되새기는, 마음공부다.
장군은 29세에 당시 열강 중 하나인 일제의 ‘심장’ 이등박문을 총살했다. 세상이 경악했다. 그 붉은 마음을 장흥 해동사(海東祠)에 모셨다. 서울 남산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다.
3월 26일, 장군 가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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