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일(事)과 물건(物件) 즉 사물의 (속)뜻을 짐작하는 것이다. 속뜻은 본래의 모습이나 의도, 나아가 인간사(人間事)에서의 상징(성)이다.
한국어 사전(辭典)은 ‘생각’을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라고 풀었다. 백과사전 같은 사전(事典)들은 거의 모두 사고(思考) 사유(思惟) 등의 관련어들을 제시하며 서양(철학)의 생각에 대한 의미 구조를 설명한다. 우리의 공부는, 이렇게 ‘생각’에도 서양물이 질펀하다.
생각의 뜻, 이런 어휘보다는 큰 박물관의 저 반가사유상 한 번 마음에 떠올려보는 것이 오히려 절실할 것이다. 생각 본디의 아름다운 성품까지를 낙낙하게 품은 저 불상이여, 우주의 삼라만상(參羅萬像)이 다만 곁에서 침묵하는구나.
씨ᄋᆞᆯ의 소리 함석헌 선생(1901~1989)이 남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명제에서 우리 ‘백성’들은 ‘생각’이라는 낱말을 늘 새삼스럽게 떠올린다.
생각은 사(思)다. 마음 심(心)이 밭 전(田)을 이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덜 여문) 정수리가 나중에 田 모양으로 변했다. 부모와 천지신명으로부터 혼을 건네받는 숫구멍 자리, 생명의 출발점을 감싼 마음이 갑골문 사람들에게는 생각의 모습이었으리라.
견리사의(見利思義)와 견리망의(見利忘義)의 두 숙어를 생각한다. 잊을 忘, 見利忘義는 교수들이 꼽은 ‘2023년의 사자성어’다. 이끗(利)을 보고서(見) 의리(義理)를 잊었구나,
상대되는 숙어 見利思義는 안중근 장군의 휘호(揮毫 글씨)로도 늘 그리운 말이다. 이끗에는 의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생각 思는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의 엄혹함 속에서 종교인 함석헌이 ‘생각이 없으면 살았다 할 것도 없다’는 취지로 경고한 그 ‘생각’이다.
스마트하다는 저 기기(器機) 폰에 눈과 귀, 마음을 앗긴 이들에게 ‘생각하는 백성’은 뭘까. 그 ‘스마트’는 우리 백성과 나머지 인류의 세상을 지혜롭게 민들고 있는가.
망(忘)자의 亡(망)은 날이 부러진 칼 그림(갑골문)이다. 죽다 도망가다 망하다 잃다 등으로 뜻이 불었다. 이 亡은 忘과, 망령(妄靈)의 妄도, 거의 같은 뜻이다.
부러진 칼을 모루에 얹어 망치질하는 오페라의 장면이 있다. “노퉁, 노퉁...” 바그너 ‘니벨룽엔의 반지’ ‘발퀴레’에 이은 3부 ‘지크프리트’ 한 대목, 신(神)의 칼 노퉁을 벼리며 주인공은 이 칼을 고치기가 어렵다며 비명 지르듯 노래한다.
망치질 소리가 불협화(不協和)로 끼어드는 특이한 악장에서 영웅적 기상의 바그너를 느낀다. 그 칼로 지크프리트는 스토리 속 갈등의 존재인 악귀 드래곤(dragon)을 찔러 죽인다. 서양 상상의 동물인 드래곤은 우리 동아시아 문화의 용(龍)과 전혀 다른 존재임을 주의할 것.
동서고금(東西古今) 동양과 서양의 옛적과 지금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공부다. ‘국뽕’ 말고, 어질고 너른 마음이라야 세상을 살린다. ‘생각하는 백성’의 뜻이겠다.
우월감에 도취돼 나머지 세상의 사람을 멸시하고 착취해온 구미(歐美)의 종말이 전쟁과 질병이라는 건 저렇게 엄연하다. 그들의 저속한 치부책을 ‘문명’이라 오인하여 사모한 나머지 다른 풍경에는 아예 눈을 가리며 살았더라. 그래선 인류를 품을 수 없다.
이제 우크라이나와 예루살렘의 그 그룹들을, 애린(愛隣)하자.
강상헌 / 슬기나무언어원 원장·언론인
토막새김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걸치고(半跏趺坐 반가부좌)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아름다운 불상이다. 불교미술(조각)의 한 형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둠과 적막으로 저 생각을 감싸는 ‘큰’ 연출을 했다. 그 속에 주저앉아 (의도된) 착각과 착시를 경험하자. 삿된 무리를 몰아낼 성스러운 힘을 얻는다.
원불교의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 말씀 떠올린다. 곳곳이 불상이요, 겪는 일마다 불공이란 뜻이겠다. 종교뿐이랴. 혼자 있을 때 스스로 경계하고(愼獨 신독), 모든 사람을 향한 경건함을 잃지 말자는 것이리라. 이 생각, 살다 자주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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