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은 (아시아에서) 압도적이다. ‘상상(想像)의 동물’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서양의 드래곤(dragon)과 짝지어 생각하는 관점도 있으나 비교 자체가 불가한, 격(格)이 다른 존재다.
龍은 제왕(帝王) 즉 ‘왕중왕(王中王)’의 상징이다. 1897년 고종이 자신을 황제(皇帝)로,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이라 했다. 그때까지 우리 임금은 용의 화신(化身)으로 자처할 수 없었다.
한 단계 낮은 상상의 새 봉황(鳳凰)이 우리의 상징이었다. 역사에 비친 ‘권력’이다. 여태 나라 ‘대표’(대통령)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이제 龍을 봉황새 대신 세워도 되지 않을지.
요즘 게임에서 드래곤을 龍과 같은 존재로 지위(地位)나 자리 매기는 것이 매우 어색해 보인다. 이런 역사적 또는 (비교)문화적 배경 때문이다.
서양(설화)의 드래곤은, 유괴해온 공주를 동굴에 가두었다가 (하얀 말을 탄 왕자 같은) 용감한 기사의 창칼에 단번에 쓰러지는 사악(邪惡)하고 허약한 이미지다. 그 드래곤와 파리(fly)를 합치니 드래곤플라이(dragonfly) 즉 잠자리일세. 그 드래곤의 격을 방증(傍證)한다.
龍의 해 맞으며 여러 이야기와 이미지가 펼쳐질 것이다. 이제는 용과 드래곤을 같은 뜻의 ‘번역어’로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바꾸면 좋겠다. 우리와 아시아의 품격에 걸맞도록….
언어 또는 개념의 동서양 비교에는 생각할 점이 많다. 문화의 터전이나 생성(生成)의 모양이 달랐던 것을 무시한 채, 근대사에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주로 일본에서) 대충 정했던 말(번역어)의 허(虛)와 실(實)을 챙겨보자는 것이다.
흡사한 경우다. 데모크라시(democracy)는, 한자문화권의 우리가 그 번역어라고 여기는 민주주의(民主主義)와 얼마나 비슷할까?
민주(民主)는 시민 국민 할 때의 민(民)이 주인(主人)이라는 뜻의 ‘민’과 ‘주’의 합성(合成)이다. 데모크라시는, 잘 아는 대로, 고대 그리스어 데모스(demos 민중)와 크라토스(kratos 지배)의 합성어다. 군주 1인의 지배가 아닌, 민중(모두)의 지배를 위한(지향하는) 장치(도구)다.
이데올로기의 짝으로 활용되는 ‘주의(主義)’란 말도 다르지 않다. 일본서 들어와 190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쓴 것으로 관찰됐다. 원래 우리의 정신이나 기틀이 아닌 것이다.
생명과 혼백(魂魄) 모두를 걸고, 우리도 함께, 지키고자 했던 시인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의 그 민주주의와는 다른 (뉘앙스의) 정치공학의 (기술)용어인 것이다.
자유(自由)를 붙여 ‘자유민주주의’ 되면 그 해석이 확 달라지는, 제도 민주주의(데모크라시)와는 당연히 구분돼야 한다. 어떤 상황의 어느 것을 ‘무엇’이라 부르기로 하자는, 조작적 정의(操作的 定義)의 뜻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심지어 북한도 ‘민주주의’ 깃발 걸지 않느냐.
청년(靑年)은, 지금도 다음에도 청춘(靑春)으로 세상의 주인이다. 말의 이런 본질을 바로 딛고서서 노회(老獪)한 말장난에 흔들리지 말라. 요사스런 정치나 종교의 ‘노인들의 낡은 문명’에 눈멀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문명의 비교 (새) 공부, 특히 인문학의 필요다.강상헌 / 미래서원 원장·언론인
토막새김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玉座(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올렸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량이면 봉황새야 九天(구천)에 號哭(호곡)하리라.…
1940년 일제치하 20세 시인 조지훈의 통곡, 옛 궁궐 사대(事大)의 그림에서 마음 찢어졌다. 봉황도 시름(愁)겨웠으리라. 시 ‘봉황수(鳳凰愁)’ 한 대목이다. 용안(龍顏)이니 용상(龍象)이니 우물 안 개구리들아, 임금 보고 개굴 거려도 줏대 잃으면 그게 나라냐.
우리 20대(代)는 龍 말고 드래곤과 게임하나? 전쟁에 나선 안중근 장군은 29세에 제국주의 왜(倭)의 심장 이등박문(伊藤博文) 군을 총살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끗 보거든 의리부터 생각하라는 그의 글씨 향기롭다.
큰 놈 龍과 제대로 붙어라, 쩨쩨하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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