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표현으로, 특산 나주 소[牛 우]는 ‘글로벌 수준’이었다. 일도 잘 했고(소는 본디 노동력을 제공하는 식구였다), 마릿수도 많았다. 게다가 고기 맛도 ‘짱’이었다.
연전(年前) 작고한 음식문화의 달인 박준영 선생(나주문화원장 역임)은 “왜놈들 전쟁 일으킨 심뽀의 뒷심은 나주의 쌀 소금 그리고 소였어.”라고 늘 얘기했다. 여태 잔해로 남은 일제 때 통조림공장에서는 하루 소 300~400마리를 잡아 전쟁터로 보냈다.
그 전 평화롭던 큰 고을 나주에서는 소고기를 어떻게 요리했을까? 워낙 귀한 재료인데다 임금과 귀족에게 수탈당한 나머지가 나주 몫이었다. 모친이 큰 숙수(熟手)였던 집안의 기억에서 박 선생은 나주 소고기 요리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추억하곤 했다.
저자거리에는 부속(付屬)고기가 많았다. 통조림공장에서 급료 대신 받은 것이 장에 깔렸다. ‘나주국밥의 탄생’으로 본다. 주머니 두둑할 때는 살코기를 생으로 또는 익혀 섞는 나주비빔밥을 먹었다. 민초(民草)들의 풍류였다.
전통의 그 비빔밥은 문화원 거리에 있다. 국밥은 (거의) 세계적인 명성으로 옛 관아(官衙) 금성관 앞 광장에 매일 인구(人口)를 물결처럼 줄 세운다. ‘나주=국밥’의 공식이 회자된다.
고 박준영 선생의 음식의 통찰을 나주의 종가인 남파고택의 박경중 종손(나주문화원장 역임)과 강정숙 종부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두 박 선생은 죽마고우(竹馬故友)였다.
나주음식의 전승(傳承)을 연구해온 김홍렬 교수(청주대)는 ‘종부 강 여사의 매운 손맛과 꼼꼼한 기억은 결코 잃어서는 안 될 문화자산’이라고 평가한다. 박경중 종손은, 마치 음악의 귀명창과 같은, ‘나주 맛’의 산 증인이어서 이 내외는 마치 생활문화 박물관과도 같다는 것.
지난 10월의 국제남도음식축제(여수엑스포)의 ‘음식보(飮食譜) 재현과 종가음식의 전통’ 특설관에서 남파고택에서 직접 요리한 12종의 소고기 요리가 선보였다. 나주국밥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소고기의 다양한 요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주국밥 비빔밥은 고기요리(고기 하면 여기서는 소고기다)의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해요. 고기만으로, 기름 넣고 또는 빼고, 채소와 함께 재료 부문과 생으로, 굽고, 찌고 하는 등의 여러 방법으로 빚어내는 여러 요리를 시어머니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께 배웠지요.”
현대 음식에서 소고기의 요리법, 소고기의 소비(시장) 형태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시도가 옛적 맛과 멋이 배인 다양한 소고기 음식의 세계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강 여사는 종가 음식의 보존과 현대화를 위해 식품학을 공부했다. 성악도였던 며느리에게도 참여를 권했다. 대(代)를 이은 노력으로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남도음식의 본류(本流) 중 하나로, 또 상업적으로도 차츰 빛을 내기 시작했다.
전라남도는, 먼저 시작된 경상북도의 수운잡방 산업화 노력과 비교하는 등으로, ‘음식보’와 ‘남파고택’ 등의 콘텐츠를 겨레 생활문화를 반듯하게 세우는 계기로 삼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전라도밥상의 놀랄 만큼 특이한 맛과 멋의 비책(祕策)이 이제 나날이 뒤집히고 바뀌는 험난한 세상을 치유하는 착한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하자.
강상헌 / 미래서원 원장·언론인
토막새김
남파고택 밥상은 정평이 있다. 나주부자의 튼실한 경제력이 궁중이나 한양과는 다른 음식문화로 꽃핀 것이다. ‘나주 소고기 요리의 (재)발견’에서는 국제적 활용 가능성도 읽힌다.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소의 고향’이니,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다.
약자장 같은, 가문 비장(秘藏) 요리가 선보였다. 깍뚝 썬 살코기를 묵은 장에 담궜다 가열한다. 얇게 썰어 구운 것을 노약자나 유아의 음식으로도 삼았다. 양즙이나 족편, 고추에 고기를 다져넣는 전 종류도 다양했다. 잡채에도 돼지 대신 소고기를 썼다.
재료 상태대로 굽고 찌고 하는 단순한 요리 대신, 좋은 고명과 함께 정성과 게미를 담는 것이다. 음식은, 맛과 모양을 보면서, 뜻을 함께 볼 일이다. 게미는 그런 마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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