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소)나 강아지(개)처럼 싸가지는 싹수의 다른 말이다. 어떤 사전은 싸가지를 소갈머리라고도 푼다. 싹수의 이미지들을 마음의 자리(心象 심상)에 비쳐 보는 것은, 재미있다.
국민이 주는 밥(國祿 국록)과 힘(權限 권한)으로 일하는 공무원 그중 특히 선거로 직책을 받은 이가 근래 내란(內亂)과 외환(外患) 따위의 수괴(首魁)로 갑자기 변신한 상황은 그야말로 ‘싸가지’다. 이치로는 ‘싸가지없다’ 해야 할 터이나 대충 그리들 쓴다.
싹수는 참 좋은 뜻, 희망의 징조다. 될성부른 떡잎의 낌새, 가망(可望)의 깃발이다. 늘 듣는 이 말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修身 단계가 싹수다. ‘어른’들이 챙겼다. 이것 없으면 다음 단계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야무지다’ 말 들었다.
주식 부동산으로 장난치고, 기름값 일찍 올리고 늦게 내리는 간사한 ‘기술’ 따위로 공공(公共)의 이익을 독차지하려는 이들의 꼬라지에 대해 패가망신(敗家亡身)을 맛보게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연한 ‘약속’을 날마다 듣는다. 옳다. 왜 이제까지 저러지 않았을까?
패가망신은 수신제가(修身齊家·자기를 닦고 집안을 다스림)의 대칭점(對稱點)에 있는 말이다. 그 부근에는 주색잡기(酒色雜技) 멸문지화(滅門之禍) 같은 숙어가, 수신제가 곁에는 자강불식(自彊不息) 자수성가(自手成家) 등이 있다.
떡잎이 튼실해야 나라를 다스리고(治國 치국) 천하 즉 세상을 평화롭게(平天下) 하리라. 사람의 재목(材木)됨을 말하는 것이다. 찬찬히 보라, 좀 한다하는 저 인물들의 금도(襟度) 즉 ‘통(가슴의 용량)이 얼마나 큰지 작은지’와 덕성(德性 마음 씀)이 과연 그 이름들에 걸맞는지.
꾀죄죄한 마음자리에 불결한 욕심 덕지덕지 눌러붙은 ‘괴물’들에게. 학벌 좋다 혹은 야물다, 잘생겼다며 우리들의 윗길에 올려두고 심지어 섬기고 있지는 않는지 꼼꼼히 되새길 일이다.
음(陰)으로 양(陽)으로 늘 적반하장하는 도둑놈(님?)들을 우리의 대표라며 돈도 힘도 주어서 주인인 국민을 되레 목 조르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안 당하도록,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치국 평천하’의 다음 단계는 우주 질서나 원리를 깨우치거나 바로잡는 인간상이겠다.
역사 통틀어 당연했던 시간과 공간의 흐름과 크기에 관한 인식을 싹 바꿔버린 상대성(相對性)이론의 아인슈타인은 한 가지 사례다. ‘과학을 가진 인류’의 우주적 위대함을 말함이다.
허나 정치(이념) 또는 자본(경제)의 폭력은 기껏 ‘지 죽을 꾀’로 과학자와 인류의 얼굴에 피칠갑을 바르고야 만다. 보편성(普遍性)은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다만 트럼프 식(式) 코미디다.
(과학을 포함한) 소위 학문이란게 어찌 진정(眞正)하고 순정(純情)하랴? 종교는 애린(愛隣)의 간절함으로 포장한 비(非)인간의 돈벌이 회사들 아니냐, 인문학은 또 역사학은 다만 (국사강사라는 그 인플루언서에게 선동의 구호가 되어주는 것 같은) 곡학아세(曲學阿世)인가.
어른은, 선배는, 지식(성)인은 다 어디서 무얼 하시는가? 소인들의 시장(市場) 바닥에서 부덕(不德)의 소치(所致)를 피하고자 ‘싸가지들의 세상’을 깨우고 계실까나. 현실 엄연하니 어찌 (나만) 외면하랴. “아서라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이런 사색일까.
전쟁광들의 저런 행태를 톺아보며 차라리 ‘히틀러가 옳았던 것 아니냐?’ 하는 조소(嘲笑)의 한숨 배인 농담도 나오는 판이다. 아무래도 싹수없는 인류는, 막판에 이르렀을까? 이제 그 비겁한 어른들은 장송곡(葬送曲)이나마 짓기 위해 베토벤이라도 불러오라. 전쟁의 시대다.
강상헌 / 슬기나무 언어원장·언론인
토막새김
윤리는 선악(善惡)을, 철학은 덕성(德性)을 챙기는 분야다. 서양식 저 분류법이 당연한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에는 그 구분(區分)이 (필요)없다.
사람 마음의 낙낙한 품, 한자어 금도(襟度)다. 서양식 공부로 석학(碩學)에 이른 이들이 저걸 몰랐을까. 저고리 앞섶(衤,衣 의)을 여며 잠그면(禁 금) 생기는 가슴의 부피, 襟度다. 德이, 윤리 철학 다 보듬고 금도 속에서 산다. 사람 마음의 저 집을, 이제 더럽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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