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다’는 말은, 결국 ‘어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어이’가 뭐지요? 뜻밖이어서 말문이 막힌다는 ‘어이없다’의 해석으로 어이의 뜻을 알기는 어렵군요. ‘말귀를 알아듣는 지적(知的) 능력’ ‘총명’ 쯤으로 짐작해 볼까요.
대통령이라는 자가 시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며 2024년이 가고 이어 온 2025년, 새 정부는 더러운 반역(叛逆)을 복기(復棋)하고 박살내느라 여태 어수선합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 대신 ‘어이없는’ 한 해가 된 까닭입니다. 시대를 감당하는 명상의 제목이겠습니다. ‘말이 안 되는’ 이들의 억지에 일일이 대꾸하거나 감회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만….
시작이 좀 장황한 까닭은, 숨어있던 ‘희망’ 하나가 세밑을 밝힌 현장을 목격한 까닭입니다. ‘말이 되는’ 사람을 본 필자의 설렘이 저렇게 표현됐을 것입니다.
MBC뉴스 앵커가 전국 5명 수능 만점자 중 한 사람인 최장우 군(광주서석고)과 얘기 나눕니다. 성적 우수자, 그렇고 그런 얘기려니 흘려듣는데 뭔가 특별한 인상(印象)이 밀려왔습니다. 눈을 들어 비로소 그를 봅니다.
뜬금없이, 오바마 美대통령이 학창시기에 혹 저런 생각과 언어의 역량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말(의 내용)과 얼굴(표정), 어감(語感·뉘앙스)과 분위기가 하나처럼 어울립니다. 말을 참 잘합디다. 바르고, 곱게요.
문필 교편(敎鞭) 취재 등 꽤 오랜 경험으로 얻을 수 있었던 확신이자 기쁨이었습니다. 다른 고득점자들도 훌륭하겠습니다. 허나 저 인터뷰는 언어적 소양(素養)의 필요성 등을 절감하게 해준 점에서 유별났던 것입니다.
그는 ‘뜻을 파악(把握)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풀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워딩(wording·구체적인 낱말들)을 다 기억하진 않습니다만, 저 말이 그 ‘확신’의 핵심임을 직감했습니다. ‘아, 저거다, 말귀를 가진 친구로구나.’ 무릎을 탁 쳤지요. 일(事 사)과 물건(物 물) 곧 事物을 표현하는 언어, 그 (표면의) 뜻이 가진 어감이나 속살 또는 의식(意識)의 흐름과 같은 속뜻을 마치 손안에 쥐듯(파악) 읽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 대목, ‘재치문답’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이 ‘말귀’가 혹 그 ‘어이’ 아닐까요? 말 어(語)와 귀 이(耳) 한자를 합친 語耳(어이) 말입니다. 사전엔 없는 뜻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런 언어의 구조(構造·틀)를 염두(念頭)에 두고 언어생활(또는 공부)을 하진 않습니다. ‘직독(直讀) 직해(直解)’ 또는 ‘즉(卽)독 즉해’, 읽거나 들어서 바로바로 알아듣는 것이 말(귀)이지요. 그 말귀에서 글눈이 커가고요. ‘문리(文理) 트인다.’는 옛말의 뜻입니다.
엉뚱하다 싶겠지만, 최 군의 경우를 보며 우리 사회 일부의 지적(知的) 양면성을 지적합니다.
우리는 50년 이상 한자를 국어 등 여러 교과(서)에서 삭제해 교육에서 배제(排除)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들은 (대개 부모의 판단으로) 한자를 공부합니다. ‘교육산업’으로 자리 잡은 한자 급수 시험이 그 증거입니다. 사회의 일부가 2세 등 제 가족에게 (돈과 시간을 들여) 한자를 공부시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 한자교육의 이유를 곰곰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공부부담’을 늘린다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답니다. 언론이나 출판 부문에서도 한자를 쓰지 않습니다. 그 분야 종사자들도 하릴없이 한자맹(?)이 됐고요. ‘새로운 문맹(文盲)’이랍디다.
그는 제2외국어로 한문(漢文) 과목을 선택했습니다. 그게 최 군의 말귀 또는 ‘語耳’의 수준을 높이는데, 또 ‘뜻의 파악’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필자는 확신합니다. 아이에게 한자를 따로 배우도록 하는 적지 않은 이들의 판단 또는 기대이기도 할 것입니다. 따라 해 보시지요.
강상헌 / 슬기나무 언어원장·언론인
토막새김
뜻을 파악하면 영어가 더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영어(외국어)를 이해하는 바탕, 모국어지요. 그래서 ‘말귀’가 영어공부에 도움을 줍니다. 영어뿐일까요? 다른 과목도 다 그렇지요.
‘1급 강사’들 비결이 실은 ‘쉬운 말로 설명해 주기’랍디다. 수강생들의 말귀를 살살 건드리는 것이지요. 스스로 쉬운 말로 풀이할 수 있다면, 능히 혼자 공부합니다. 급수 시험도 좋겠습니다. 말의 속뜻을 파악하는 방법인 말귀를 쥐어주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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