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전 문화재청장) 덕분에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의 시야가 밝아졌다. 그간 언론인 정재숙 씨도 그 자리에서 새 시각(視角)을 모색했다. 허나 대개는 역사의 시기(범위)에서 맴돌았다. ‘문화유산’ 다루기는, 결국 ‘공무원의 분야’였나.
세계적인 공룡전문가 허민 박사(전남대부총장 역임·지질학)가 문화재청의 새 이름 ‘국가유산청’의 지휘봉을 잡았다. 좀 뜻밖이다. 해석이 필요할 터, 이런 의의를 떠올려본다.
먼저 문화유산을 보는 시야와 시거(視距·눈이 미치는 거리)의 변화를 생각한다. 지질학의 시기, 공룡의 커다란 놀이터였던 동아지중해 일대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생명력을 떨치는 일이 됐다. 전에 비해 시간과 공간(지역)의 두께가 엄청 돈독해졌다.
우리 문화유산의 인류문화(사)에서의 자리매김이 새로워질 전망이나 기대도 가능해졌다. 동북아의 ‘지역’ 유산이던 우리의 그것이 인류 즉 세상 모두의 관심사의 마당에 펼쳐지는 것이니.
반구대 암각화를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특히 그 가치가 새롭다. 선사시대 고래잡이의 아름다운 그림이라니, 알타미라 같은 스페인 동굴 벽화(壁畫) 쯤으로 인류의 고대를 이해하던 관광(업) 수준의 문화 이해에 대충 우리 것은 존재도 없었다.
다행히 최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긴 했으나, 서구(西歐)와 미국 중심의 생각(의 기준)이 바뀌기는 하세월일 터다. 세상이 ‘코리아’ 대한(大韓)을 새롭게 주목하는 요즘 우리의 사고(思考) 구조는 어떠해야 하는지 물어야 하는 엄정한 시점이다.
유럽과 미국의 저 사람들 중심의 생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생각은 어떠한가(했는가)의 의문문도 필요하다. 학문이고 예술이고, 서양이 지은 틀로 모든 세상을 배우고 엮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살필 수도 있어야 한다.
역사의 시간과 그에 따른 공간(한반도)을 마음속에서나마 벗어 던지지 않고, 코리아가 인류미래에 인절미 한쪽 작은 선물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까? ‘쬐꼬만 나라에서 이만 하면 잘 하는 거지’ 이 따위 자위(自慰)질은 벌써 내일의 암흑을 짐작하게 한다. 일제(日帝)의 훈육 탓일까.
외교나 군사, 무역 등과는 다른 ‘문화의 장(場)’ 새 마당, 우리(문화)가 무엇이냐를 새로 보자는, 뿌리에 관한 심각한 원려(遠慮)로 본다. 문화재(文化財) 명칭의 물질 이미지 ‘財’를 유산(遺産 heritage)으로 갈고, 지질학자 새 지휘자를 세운 (정부) 의도를 곰곰 궁리하는 것이다.
허민 청장 본인의 소망이기도 했으리라. 그는 ‘무등산 국립공원’ 의의(意義)의 주역 중 한 사람이다. 다만 경치가 좋고 역사의 무대에서 의미가 크다고 그런 공원이 된 것이 아니다.
무등산은 국립공원(2012년 지정)이면서 국가지질공원이다.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2018년)됐다. 주상절리(서석대 입석대 등)와 암괴(巖塊)로 이뤄진 너덜 등이 특징이다. 그 바탕이 지질학의 대상이다.
(재)아시아인문재단은 광주광역시와 함께 해마다 무등산 천제(天祭)를 지낸다. 술 따라 바치는(헌주), 역할을 함께 맡으며 이 과학자와 처음 만났다. 그가 농담처럼 한 이 말이 생각난다.
“역사나 고고학은 (기껏) 몇백 년, 5000년(반만 년), 몇천 년 전 석기 청동기 등으로 시기를 매기지만 땅의 공부 지질학은 수억 년이 기본(단위)이지요. 지질학의 초기를 살다 간 생명체 공룡에게도, 영화 같은 오락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고요.”
강상헌 / 슬기나무언어원장·언론인
토막새김
공룡,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이다. 광장에서 “티라노사우루스!”(공룡 이름) 돌연 외치면, 어른들은 뻘쭘하겠지만, 아이들은 모두 “와, 뭐야, 어디!” 눈 반짝이며 돌아볼 터다. ‘쥬라기공원’ 타입 영화 계속 나온다. 빛바랜 할리우드의 몇 안 되는 흥행 주제 중 하나다.
‘문화강국’ 대한의 우리는 저런 수입품으로만 벅찬 ‘공룡사랑’을 해소해야 했다. ‘우리의 공룡’이 우리 문화 환경에 없었던 것이다. 해남 고성 등 ‘공룡터’들 유명하지만 아직 우리 것이라고 절실히 느껴지진 않더라.
‘국가유산으로서의 공룡’ 같은 문화유산의 새 틀을 짓는 이 지질학자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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