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범대순 시인, 영미시(英美詩) 강의에서 스승은 연신 안경 쓸어올리며 “이 시 읽 을 때는 말이야 ‘아무래도’라는 말이 들어가야 할 거야.”라고 했다.
제목이기도 한 첫 대목,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거긴 ‘아무래도’ 뜻의 단어가 없다. 당신 마음 속 시인의 생각은 어떠신지?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겠네, 아무래도….
영국의 해양(海洋)시인 존 메이스필드의 바다에서 ‘바다가 터전인 문명’을 생각한다. ‘아무래도’는 우리가 쥔 천기(天機) 또는 하늘과의 약속 같은 속 깊은 갈피 또는 힌트일 터다. 하지만, 바닷가(海) 양지(陽) 언덕에 사는 이들은 정작 바다를 절실히 살아내지는 못하였던가?
이 지역의 옛 이름 ‘해양도(海陽道)’의 海陽은, 한 기업 이름으로 계승되기도 했고 통합 전남광주시 민형배 초대 시장이 큰 기쁨을 표현한 글에도 등장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다시 바다로 가야하리.
조선과 청나라 등 아시아가 바다를 비운 틈에 ‘대항해시대’라는, 서양 해적(海賊)들의 발호(跋扈)가 ‘인류의 문명’이 됐다. 우리도 여태 그 ‘문명’에 기대어 산다. ‘사람’ 없이 ‘에어포스 원’이 뜨기도 하는 그쪽의 유치찬란을, 얼척없는 명분의 저 전쟁들처럼, 요즘 우리는 늘 본다.
‘육지 가운데 바다’라는 지중해(地中海)보다 큰 뜻으로 읽자. 바닷가 태양의 언덕 해양도라는 이름, 995년 고려 성종 때 마련된 지금 전남지역의 행정구역 이름이었다. ‘바다를 말아먹었던’ 그 역사의 반영이었을까.
청해진의 장보고는, 또는 장보고의 청해진은, 대항해시대가 그 뜻을 희석시키지 않았던들, 이미 군산(軍産) 복합의 인류사적 이름 중 하나였을 것이다.
오디세이처럼 스러져가던 장보고의 ‘신화’를 당시 죽(竹)의 장막 속 대륙(중국)에서 경제학자 김성훈이 건져내 역사가 김정호, 기업가 김재철 등과 함께 ‘큰 역사’로 세웠다.
장보고의 그 바다는 또한 순결한 기백(氣魄)의 성웅(聖雄) 이순신이 여태도 인류를 가르치는 교훈의 장(場)이다. 진도 해남 사이 울돌목 명량(鳴梁)에서는 오늘도 그 혼이 울부짖는다. 왜 ‘해양도’인지를 증거하는 우리 바다의 숱한 얼굴 중 몇몇이다.
광주 무등공부방(아시아인문재단) 강당의 동북아 지도는 청해진이 위편, 백두산이 아래다. 이를 ‘거꾸로’라 여기는 건 ‘저 문명’ 탓이다. 여태 우리는 서양의 기준으로만 살아왔더라.
지금 이런 상황, ‘사람’ 있는 ‘새 문명’으로의 전환이 인공지능(AI)과 함께 지금 세상의 화두가 아니겠는가.
전 세계 BTS 아미 ‘군단(軍團)’의 함성은 이미 저 바다를 넘어선다. 예능인 등 대한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우람하다. 인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고려는 왜구(倭寇)의 출몰(出沒)에 대비한다며 섬(들)을 비우는 공도(空島) 정책을 폈다. 갯가 사람이나 뱃사람을 천시하는, 바다를 터전으로 삼기 꺼리는 심리가 여기서 비롯됐겠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바다로 가야겠네’라는 저 시귀(詩句)는 문명(대)전환의 우리에게 큰 뜻이다. 방치하다시피 했던 ‘그 바다’를 이제 온전한 우리 것으로 마중하고 대접해야 한다. 비로소 세상을 주름잡게 되리니.
바다는 신비의 미지수(未知數)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항해(航海)와 자원(資源)은 기껏 그 아주 작은 일부다. 무릇 바다는 호연지기(浩然之氣)로 보아야 한다.
강상헌 / 언론인·동이겨레원 원장
토막새김
어류(魚類)를 톺아낸 정약전 저(著) ‘자산어보(玆山魚譜)’의 玆山은 흑산도(黑山島)의 黑山, 곧 검은 산이다. 거기 컴퍼스 침(針)을 꽂고 돌려보자. 그 동그라미는 상고(上古)시대에 동이(東夷)겨레가 살았던 지역을 담는다. 원(圓) 안 대륙의 동북(東北)과 한반도, 海陽의 뜻이다.
우리는 상고(시대)의 역사가 없다고? 단군은 곰과 호랑이 같은 신화(神話) 아니냐고? 도대체 누가 그러던가?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 식민주의의 엉큼한 허튼소리 아니던가?
신화의, 뜻은 뭔데? 스티브 잡스 류(類)의 글래스나 윈도우 말고, 맑은 우리의 눈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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