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 그늘이여’라는 노래(옴브라 마이 푸)는 헨델(1685~1759)의 오페라 ‘세르세’의 아리아다. 느린 곡조(라르고)여서 ‘헨델의 라르고’라고도 한다. 여유로운 한낮의 노곤함 같다.
냉혹하고도 기괴한 페르시아의 제왕(帝王) 크세르크세스(재위 B.C. 486~465)를 기껏 궁중 여성과의 짝사랑에 한숨짓는 인물로 그렸다. 대항해시대 이후 ‘해적질 문명’의 부자 유럽이 고대 아시아(중동)의 거대한 문명을 비웃고 고소해 하는 시각(視角)으로 보기도 한다.
세르세는 크세르크세스다. 영화 ‘300’의 중요 인물이기도 한 그가 오페라에서는 시시하게 나온다. 장쾌한 역사의 전개 따위는 바이없고 시시한 연애의 재료로 ‘요리’됐다.
새 발의 피밖에 안 되는 ‘서쪽 오랑캐’ 아테네 스파르타를 깨려고 당시 최강대국 페르시아가 함대를 띄운다. 허나, (결국엔 이기지만) 전투에선 깨진다. 역사다. 그 패배를 역사가나 문명비평가는 ‘과도한 폭력적 오만(傲慢)의 결과’라는 뜻 휴브리스(hubris)라고 정의(定義)한다.
저 노래의 정치적 배경인가. 그 定義도 중동을 보는 냉소(冷笑)를 품었다. 우리도 구미(歐美)의 저들처럼 생각해야 하나? (가령 트럼프가) 착한 (우리) 편인가? 문명비평가 토인비의 휴브리스가 우리에게도 금과옥조일까? 고대 역사가 헤로도토스도 휴브리스를 들먹였다.
저게 저(서구) 사람들의 편견이라고 치자. 이도(李祹 세종대왕)를 가진 동아시아의 거대 지성 대한의 ‘편견’은 겸손 속에서 졸고만 있을 터이냐? 천기(天機)에 식겁한 겨레에 미래는 없다.
청년들아. 아직도 미몽(迷夢)에 취해 저 편과 우리 편의 피아(彼我)를 치매(癡呆·어리석을 癡, 어리석을 呆)하고 있느냐?
힌두문명의 아름다운 인사 ‘나마스테’를 생각한다. ‘내 안의 신(神) 또는 신성(神性)이 당신 안의 신과 신성을 향해 경배(敬拜)한다.’는 나마스테의 저 마음은 필시 우주보다 큰 심성(心性)이겠다. 그게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사람’ 아니냐? 어쩌다 잠시 잊었던가?
단군 할아버지의 우주성(宇宙性)이다. 헤르만 헤세가 ‘유리알 유희’로, 니체가 ‘차라투스트라(超人 초인)’로 설명한 새로운 진리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인심(人心)과 통한다.
전쟁의 시대, 재들은 탄핵도 암살도 모르냐? 히틀러가 옳았을지도 몰라 따위 악마스런 저주까지 인류를 휘감는다. 저 저주를 꾸짖기만 할 수는 없겠다. 사람을, 아이들을 죽이는 게 미사일 책임이냐, 어리석은 광기(狂氣)를 다시 보자.
문명이 사람을 지웠다. 반만년(半萬年)을 훨씬 넘는 삶의 흔적을 지닌 평화의 겨레 동이(東夷)의 마음에 비추면 가소로운 몰(沒)가치의 풍경이다. 저 전쟁광들 뒤에는 필시 ‘옴브라 마이 푸’에 취한 차별적 문명론이 있을 터다. 부러운가?
원시반본(元始返本)은 단군의 ‘홍익인간’을 근세의 동학(東學)과 겨레종교들이 명상해 세운 인류사 절망을 보는 유일의 돌파구다. 처음(始)으로 또 본디(本)로 돌아가는 지혜는, 용기다.
동아시아의 지중해와 그 언덕, 웅숭깊은 그 해양(海陽)의 주역인 대한의 청년들이 날마다 세상의 청춘들을 감화(感化)하는 창창한 모양을 지켜본다. 이는 검색(檢索)이 아닌, 오직 사색(思索)으로 움켜쥘 보옥(寶玉)이다. (미국과 투닥거리는) 이란이 저 페르시아다.
강상헌 / 슬기나무 언어원장, 언론인
토막새김
서구에 오만한 것(휴브리스)은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인가? 트집잡혀 혼나는 그 파멸(네메시스·그리스 신화의 복수의 여신)에 쫄아 해적선의 암시에 지레 깃발 흔드는 게 정의냐? 아서라 광개토 대왕의 고구려나 성웅 이순신의 기개(氣槪)는 왜 배웠느냐?
바른 이름 정명론(正名論)의 군군신신(君君臣臣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은 다른 이름들에도 진리다. 어른은 어른답고 선배는 선배다워야 하느니. 적적성성(寂寂惺惺·늘 고요히 깨어있음)은 마음의 正名일 터.
이제 아는 체 해봤자 바로 AI한테 되치기 당하지 않느냐, 현대 문명 전부가 마찬가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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