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날’을 보냈다. 일제강점기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이었다. 광주에서 무르익기 시작한 학생독립운동은 나주에서 폭발했다.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에서다. 나주와 광주를 오가던 기차 안에서 벌어진, 이른바 댕기머리 사건이 그것이다.
일본인 중학생 후쿠다와 다나카 등 일본학생들이, 조선인 여학생 박기옥과 이광춘·이금자의 댕기머리를 당기며 희롱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박기옥의 사촌동생 광주고보 2학년 박준채가 격분해 후쿠다를 꾸짖었다. 후쿠다가 ‘조센징’을 들먹이면서 한국과 일본 학생들의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나주역 충돌에 이어 다음날엔 통학열차 안에서 2차 싸움이 벌어졌다. 11월 1일엔 광주역에서 한국과 일본 학생들의 충돌이 일어났다. 11월 3일 광주고보생의 1차 봉기, 12일 2차 봉기로 이어졌다. 27일엔 나주농업보습학교와 나주보통학교 학생들 봉기로, 또 이듬해 2월 봉기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학생독립운동으로 번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30명에 이르던 광주 통학생이 퇴학당하고, 많은 학생들이 감옥에 갇혔다.
학생독립운동은 3․1만세, 6․10만세 운동과 함께 일제하 3대 독립운동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학생독립운동은 오래 전부터 억눌려 온 학생들 감정이 폭발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당시 영산포에 거점을 둔 일본인들이 나주평야 쌀을 일본으로 실어갔다. 읍내 상권도 일본인이 장악했던, 식민지 백성들의 가슴 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댕기머리 사건이, 일제 치하에서 울분을 삭이던 학생들의 피 끓는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이다.
학생독립운동 역사 보여주는 전시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현장이 옛 나주역이다. 나주역사는 1913년 7월 1일 호남선 개통에 맞춰 지어졌다. 역사의 구조나 골조, 목재 등이 처음 지을 당시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달라진 건 1970년에 일본기와를 골스레트로 바꾸고, 건물 밖 개찰구를 안으로 들였을 뿐이다.
여기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14일까지 계속되는 특별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학생독립운동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나주역사 앞에 기념조형물, 옆에는 기념관도 들어서 있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알 수 있도록 학생독립운동 과정과 식민 착취, 11월 27일 나주농업보습학생과 나주보통학생의 만세사건, 나주출신 학생운동지도자 등을 주제로 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다.
1전시실에서는 일제의 호남 침탈 전초기지였던 영산포와 나주 이야기를 풀어준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이후 나주에서 일어난 의병활동과 일제의 탄압, 나주학생들이 학생독립운동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배경, 전개과정 등을 보여준다.
2전시실은 나주역 충돌 이후 들불처럼 번져 간 학생독립운동 전개과정, 나주학생들 봉기와 투쟁, 후손들 증언 등으로 꾸며져 있다. 학생들 체험학습 공간으로, 또 일제강점기 학생독립운동을 이해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항일의식 똘똘 뭉친 남파고택 사람들
‘댕기머리 사건’ 당사자인 박기옥과 박준채가 살았던 집도 나주에 있다. 남파고택이다. 이들은 나주역을 오가며 기차를 타고 광주로 학교를 다녔다. 박기옥은 박정업의 동생 딸, 박준채는 박준삼의 동생으로 사촌간이었다. 박정업은 남파고택을 지키며 살고있는 종손 박경중 어르신의 증조, 박준삼은 할아버지다.
박정업은 남파고택 사랑채를 지었다. 박정업이 3·1운동 때 흔든 태극기가 고택에 보관돼 있다. 박정업의 아들 박준삼은 서울중앙고보에 다니던 21살 때 3·1운동에 가담했다 옥살이를 했다. 1926년엔 나주청년동맹을 조직하고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해방 후엔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나주지회 위원장을 지냈다.
남파고택은 밀양박씨 청재공파의 종갓집이다.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문간채 초당채 등 8동이 남아 있다. 초당채가 1884년 지어졌다. 안채는 박경중 종손의 고조인 박재규가 1917년에 지었다. 박재규의 호가 남파(南坡)다. 남파고택은 국가지정 중요민속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인근에 가볼 곳도 많다. 옛 나주목의 관아로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금성관이 있다. 나주읍성의 4대문도 복원돼 있다. 밤엔 경관조명까지 밝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얀 억새물결 일렁이는 영산강변도 멋스럽다. 39-17마중은 카페를 겸한 복합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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