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꽃봄’이 시작됐다. 그 가온누리에 매화가 자리하고 있다. 손에 꼽히는 매화는 지역마다 있다. 화엄사 화엄매,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를 비롯금둔사 납월홍매, 전남대 홍매, 송광사 송광매, 무위사 만첩홍매, 죽설헌 죽설매, 대흥사 초의매, 운림산방 일지매 등을 꼽는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 접경지역에 자리한 가사문학권의 환벽당매, 소쇄매, 독수매, 와룡매도 있다. 저마다 지조를 지키는 군자를 닮아 고결하다. 옛 선비는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순천 탐매마을에서 시작된 매화 꽃물결
구례 지리산 화엄사 홍매화는 각황전 옆에서 핀다. 가지마다 연지곤지 찍은 것처럼 붉은 꽃망울을 피운다. 붉은 화사함으로 절집의 위엄을 한순간에 흩트린다. 단청하지 않은 각황전, 석등, 석탑과 한데 어우러져 더 아름답다. 자연유산(천연기념물)으로 지정됐다.
오랜 전통의 화엄매도 있다. 화엄사에 딸린 길상암 앞 작은 연못가에 위태롭게 서 있다. 수령 450년 남짓 추정된다. 하얀색 홑꽃으로 핀다.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을 틔웠다고 ‘들매화(野梅)’로 통한다. 천연기념물로 일찍 지정됐다. 대한민국 4매에 꼽힌다.
매화를 어디보다 일찍 피우는 곳은 순천 금둔사다. 엄동설한 납월(臘月)에 꽃이 핀다고, 납월매로 불린다. 꽃잎은 두 겹, 향기도 진하다.
순천 매곡동 탐매(探梅)마을도 있다. 김준선 전 순천대 교수 집인 ‘홍매가헌(紅梅佳軒)’을 중심으로 탐매마을이 형성됐다. 옛 선교사의 흔적인 근대건축과 버무려져 고즈넉한 멋을 뽐낸다.
순천 왕지동에선 교회 건물과 어우러지는 매화를 만난다. 순천복음교회다. 넓은 마당과 연못 주변에 청매, 홍매, 백매, 능수매 등 10여 종이 핀다. 수령 100∼200년 된 고매도 있다. 교회와 만난 매화가 색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선암매를 피우는 절집 선암사도 있다. 선암사는 수령 100∼300년 된 매실나무가 한꺼번에 꽃을 피운다. 매화는 무우전, 성보박물관, 공양간, 돌담, 해우소 등 장소 가리지 않고 흐드러진다. 선암사 매화는 꽃을 늦게 피운다. 무대가 끝날 무렵 나오는 주인공처럼, 먼저 핀 매화가 꽃잎을 떨굴 때쯤 피기 시작한다.
담양 고부천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홍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도 기품 있다. 수령 300년 된 나무와 세 갈래로 뻗은 가지에서 고매의 품격을 엿볼 수 있다. 1947년 백양사가 고불총림을 결성하면서 ‘고불매’로 이름 붙여졌다.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전남대학교 대강당 앞에서 피는 대명매는 광주시민과 학생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수령 440년가량 된 매실나무가 분홍빛 겹꽃을 피운다. 온갖 풍상을 겪었지만, 수형이 아름답고 건강하다. 나무는 학교에서 60여 년째 살고 있다.
담양 창평에 살던 월봉 고부천이 명나라 희종황제한테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명매’로 이름 붙은 이유다. 고부천의 11대 후손 고재천이 1961년 전남대에 기증했다. 고재천은 당시 전남대 농과대학장이었다. 지금은 ‘전남대 홍매’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조선시대 민간정원으로 널리 알려진 담양 소쇄원 소쇄매도 기품 있다. 소쇄매는 오곡문 앞에서 한아름 꽃다발을 이룬다. 분홍매화가 오래 전부터 흙담과 하나된 듯 어우러진다. 제월당 앞마당에 홍매, 뒷마당에 수수한 백매도 핀다.
소쇄원 옆 지실마을에 계당매도 있다. 계당(溪堂)은 송강 정철의 4남 기암 정홍명이 1616년 지었다. 집앞으로 흐르는 시냇가에 매실나무가 자라고 있다. 수령 350년 됐다. 백매를 피우는 나무는 일직선으로 뻗었고, 홍매는 몸을 비틀어 올라 두 갈래로 갈라진다. 느지막이 겹꽃을 피운다.
같은 마을에 와룡매도 있다. 수령 200년 된 나무의 형태가 누워서 춤을 추는 용을 닮았다. 매화가 주변 돌담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소쇄매, 계당매, 독수정매, 죽림매, 명옥헌매, 하심매, 장전매와 함께 담양8매로 불린다.
해남 대흥사엔 초의매가 있다. 천불전 뒤쪽에서 꽃 피우는 초의매는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심었다고 전한다. 수령 200년 된 백매다. 초의선사가 심은 매실나무가 진도 운림산방에도 있다. 일지매(一枝梅)로 이름 붙었다. 대흥사 일지암에 머물던 초의선사가 소치 허련에게 선물한 나무의 2세목이다. 세상 풍파 이겨낸 선비의 고결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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