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수묵화의 재료가 먹과 한지였다면, 현대 수묵화는 어떤 재료를 썼을까?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된 2025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한지 특유의 번짐과 먹의 농담이 특징인 수묵화가 다양한 재료를 만나 어떻게 변신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수묵을 주제로 올해 4회째 펼쳐지는 2025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8월 29일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성대한 막을 올렸다. 비엔날레는 ‘문명의 이웃들(Somewhere over the yellow sea)’을 주제로 오는 10월 31일까지 목포·진도·해남 일원에서 20개국·지역 83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세계 유일의 수묵 대제전을 펼친다.
주요 전시는 목포 문화예술회관과 실내체육관, 진도 남도전통미술관과 소전미술관, 해남 땅끝순례문학관과 고산윤선도박물관 등 6개 전시관에서 체험·학술 프로그램과 연계해 다채롭게 운영된다.
주전시관인 목포문화예술회관에는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형식의 수묵 작품이 전시됐다. 일본의 대표 콜렉티브 그룹인 팀랩은 일본의 쓰나미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Memory of Waves(파도의 기억)’을 선보였다. 파도가 쉼 없이 몰아쳤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수묵의 본질인 변화와 무상함을 체험할 수 있다.
베트남의 르피롱은 베트남전쟁 당시 고엽제가 뿌려진 지역의 흙을 담아 작품과 함께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작가 사와무라 수미코는 동북 대지진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이란 출신으로 독일로 망명한 파라스투 포로우 하르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아랍어로 캘리그라피를 썼다. 생소한 형태의 아랍어는 흡사 새나 나뭇잎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언어는 전쟁과 폭력, 가부장제 등 사회비판 내용을 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 작가는 목포에서 열흘간 머물며 직접 먹을 구입해 작품을 완성했다.
목포실내체육관에선 다양한 재료로 수묵화의 변신을 시도한 작품이 대거 선보인다. 일본의 카키쿠마 쿠지는 한자를 이미지화한 대형 작품을 그렸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먹이 아닌 검은색 스카치 테이프를 오려 붙여 만들었다. 수묵은 먹과 한지로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독특한 작품이다.
황인기는 레고로 몽유도원도를 형상화한 ‘오래된 바람’을 선보였다. 검은 먹이 아닌 붉은색과 분홍색의 레고 조각을 일일이 붙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폴란드의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는 공장 노동자의 삶을 설치 미술로 선보였다. 투명한 관으로 만들어진 노동자의 형태는 먹물이 관을 통과하자 윤곽을 드러낸다.
한약봉지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 전광영의 작품이나 붉은 물감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형상화한 이세현의 작품도 볼만하다. 82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한영섭의 대작 ‘대지’에선 노작가의 투혼을 느낄 수 있다.
해남 고산 윤선도박물관에서는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과 그가 그린 ‘세마도’가 321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윤재갑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전 세계에 200개 넘는 비엔날레가 있지만 모두 서양미술 영향력 아래 있고, 아시아적 가치를 가진 것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유일하다”면서 “동아시아의 독특한 수묵 문화를 보편적인 문화로 발전시킨다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K아트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화가 ‘김규리의 묵상’ 특별전
전남도청 갤러리
영화배우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김규리의 수묵작품 특별전이 전남도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11일까지 계속될 전시는 2025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열리는 수묵 특별전이다.
특별전 주제는 ‘묵상’이다. 2008년 미술인으로 입문한 김규리의 다양한 수묵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먹과 나’, ‘먹과 생명’, ‘먹의 추상성과 현대성’ 등 3개 주제로 이뤄졌다. 전시 작품은 모두 40점이다. 캔버스와 한지에 표현한 수묵 담채화 등 김규리의 예술적 철학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전시 작품을 통해 수묵의 깊은 정서와 생명의 아름다움을 되새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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