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에는 종교 유적이 많다. 백제불교가 처음 전해진 곳이 영광이다. 불법을 전한 마라난타가 처음 세운 도량이 불갑사다. 영광은 원불교가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염산면에는 기독교인 순교지가 있다. 한국전쟁 전후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순교자 기념성당 영광천주교회도 있다. 불교와 원불교, 개신교와 천주교 성지까지 보유하고 있는 영광이다.
영광 성지 가운데 하나가 영산성지다. 원불교 발상지다. 영산성지 정관평에 수련도 피었다. 수련은 연꽃처럼,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낮에 오므라드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한자로 잠잘 수(睡), 연꽃 련(蓮)을 쓴다.
수련 가득한 정관평이 영산성지 대각전 앞에 있다. 방죽 면적이 4만4000㎡ 남짓 된다. 부들과 창포, 부래옥잠도 어우러져 있다. 진흙 속에서도 참 나를 찾는 수도인처럼, 천상의 연화세계를 연상케 한다.
검소하면서 소박한 원불교 문화 만나
정관평은 바닷물을 막아 만든 간척 논이다. 1918년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제자 9명과 함께 간척했다. 논을 구경할 수 없는 일대에서 논농사를 짓게 됐다.
정관평에서 난 소출이 원불교 창립의 물적 자산이 됐다. 몸과 마음의 합일을 지향하는 원불교가, 영육쌍전의 생활종교로 자리잡는 터전을 마련해 줬다.
원불교는 구도의 고행을 통해 깨우침을 얻는다. 영산성지는 박중빈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의 발상지가 됐다.
영산성지에 박중빈 대종사 생가가 있다. 한국전쟁 때 불타 사라진 것을 복원했다. 대종사 생가가 원불교 성보 제1호로 지정됐다.
노루목 대각 터도 있다. 대종사가 일원의 진리를 깨치며 새 세상을 여는, 대각(大覺)을 한 곳이다. 여기에 ‘萬古日月’(만고일월)이 새겨진 대각기념비가 있다. 원불교의 상징 일원상이 봉안된 대각탑도 조성됐다. 원불교의 야외법당이다. 성지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대각 터에서 가까운 데에 원불교 첫 교당인 ‘구간도실’도 있다. 구간도실은 대종사가 제자 9명과 함께 수련한 집이다. 초가에 가로 세로 각 3칸, 모두 아홉 칸 방이다. 9명 제자와 9칸 방에서 도(道)를 익혔다고 구간도실(九間道室)이다. 검소하면서도 소박한 원불교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해안도로 풍광과 버무려지는 종교 성지
영산성지와 만나는 백수 해안도로도 멋스럽다. 기암절벽을 따라 펼쳐지는 해안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해안 전망대인 칠산정과 백암정, 노을전시관도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놓인 나무데크를 걸어도 좋다.
노을전시관 인근에 괭이갈매기 조형물도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투명한 유리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다. 해안도로 포토존이다.
‘바다가 육지라면’의 가수 조미미의 노래비도 있다. 조미미는 1947년 영광에서 났다. 목포여고를 졸업하고, 1965년 가수로 데뷔했다. 후덕한 외모와 맑은 목소리로 ‘바다가 육지라면’ ‘단골손님’ ‘서산 갯마을’ 등 섬사람들 애환을 담은 노래를 많이 불렀다.
노래비에는 조미미의 생애와 함께 ‘바다가 육지라면’의 노랫말이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그의 대표 앨범을 소개하는 글도 담겼다.
해안도로에서 보는 일몰도 황홀경이다. 해안도로는 소문 난 해넘이 조망지점이다. 모래미해변 앞에 옥당박물관도 있다. 원불교에서 폐교 부지에 만든 박물관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쓰였던 토기와 석기가 전시돼 있다.
불교 도래지인 법성포 좌우두마을도 해안도로에서 멀지 않다. 백제 침류왕 때(서기 384년) 인도승려 마라난타에 의해 백제에 불교가 전해졌다. 마라난타가 첫발을 디딘 곳이 법성포다.
법성포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불법을 가리키는 법(法)에, 성인 마라난타를 가리키는 성(聖)을 쓴다. 불법이 들어온 성스러운 포구다.
법성포 백제불교 도래지에 4면 불상이 있다. 국내 하나뿐인 불상이다. 마라난타상과 전시관, 간다라유물관, 탑원도 있다. 마라난타가 전한 불교와 불교예술을 토대로 한 공원이다. 대승불교 발원지 인도 간다라의 불교조각과 건축양식이 묻어난다. 한국식 사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정 종교를 떠나 한 번쯤 가볼만한 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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