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탄핵되고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이제 꽃 피는 봄이다. 꽃 보러 가자고 호들갑 떨기엔 아직 이르지만,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봄꽃을 나몰라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일찍 핀 홍매화를 찾아 순천 원도심으로 간다.
매곡동 오래된 집 마당에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집 이름도 ‘홍매가헌(紅梅佳軒)’이다. 붉은 매화가 아름다운 집이다. 김준선 전 순천대 교수가 3대를 이어 살고 있다. 개인 집이지만, 마당만큼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열린 순천시 지정 개방정원이다.
정원에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해마다 먼저 피는 홍매화다. 올해도 가장 먼저 활짝 피었다. 김 교수의 아버지가 50여 년 전 30년 수령의 매실나무를 심었다니, 최소 80살은 넘었다. 이 집의 매실나무 두 그루를 중심으로 매곡동에 탐매(探梅)마을이 만들어졌다.
열매보다 꽃에 방점을 찍고 있어 나무도 훤칠하다. 가지도 낭창낭창하다. 초창기 선교사들이 살았던 근대문화의 흔적도 근처에 있어 고즈넉하기까지 하다.
매곡동과 금곡동 일대가 1913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순천에 선교부를 세우면서 병원과 학교, 기숙사, 사택을 함께 지은 곳이다. 지금은 건물이 많이 사라지고 일부 남아있다. 기념관으로 꾸며진 안력산(알렉산더)병원의 격리병동이 있다. 병원으로 쓰고 있는 순천기독진료소(조지와츠기념관)도 있다. 선교사 사택도 남아있다. 당시 선교사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도 별나다.
로마네스크 양식 교회에 핀 매화
왕지동으로 가면 교회 건물과 어우러지는 매화정원도 만날 수 있다. 조례호수공원에서 멀지않는 순천복음교회다. 교회 넓은 마당 연못을 중심으로 갖가지 색깔 꽃을 피우고 있다. 모양도 다양한 매실나무를 심어 매화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청매, 홍매, 백매, 능수매까지 10종 넘는 매화가 핀다. 수령도 100년, 200년 넘은 고매까지 있어 은은한 매향 가득하다. 매화가 고즈넉한 절집은 물론,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와도 잘 어우러진다.
낙안면에 있는 금전산 금둔사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마다 먼저 달려와 봄소식을 전해주는 절집이다. 지금 납월매 많이 피었고, 봄기운을 먼저 느끼려는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금둔사 홍매화를 납월매, 납월홍매라 부른다. 엄동설한인 납월(臘月)에 피는 매화다. 불가에서는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음력 섣달, 12월을 납월이라 부른다.
납월매는 음력 섣달 한겨울에 피기 시작한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우기도 한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피는 납월매가 예찬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신라 때 시인 최광유가 노래한 ‘납월매’ 시도 있다.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납월매는 생김새도 다르다. 보통의 홍매와 달리, 꽃잎이 두 겹이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겉으로 풍기는 향기도 색깔만큼 진하다.
집도, 풍경도 문화유산인 낙안마을
납월매와 함께 금둔사의 품격을 높여주는 게 야생차밭이다. 금둔사는 우리나라 차 시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창건 당시 9세기 무렵 철감국사와 징효대사가 차나무를 처음 심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수백 년 묵은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차밭 면적이 절집을 중심으로 1만여 평 된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도 있다. 금둔사지 3층석탑은 통일신라 때 양식으로 조각기법이 세련됐다는 평을 받는다. 석불비상은 사실주의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선방과 선방을 이어주는 돌담과 오솔길도 단아하다.
낙안읍성도 지척이다. 초가도, 고샅도, 돌담도 정겹다. 옛 마을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옛사람의 희로애락을 지켜봤을 고목도 많다. 수령 200∼400년 팽나무와 은행나무가 있다.
이순신 장군이 심었다는 수령 500년 넘은 푸조나무도 동헌 뒤편에 있다. 집도, 사람도, 풍경도 모두 문화유산급이다. 매화도 한 송이씩 꽃망울을 터뜨려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읍성 앞에 돌탑공원도 있다. 돌로 쌓은 탑과 대형 건축물까지 다양한 돌작품 110여 점이 모여 있다. 국보 숭례문과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부터 나로호까지 다 돌로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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