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완연해졌다. 고로쇠 수액이 떠오른다. 자당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무기물을 머금은 수액이다. 비타민 B1, B2, C도 많이 들어 있다. 뼈에 이롭다.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다.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고로쇠 수액 한 사발을 그리며 백운산 자락 도선국사마을로 간다. 광양 백운산은 고로쇠 수액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마을 담장부터 다르다. 도선국사와 고로쇠 수액에 얽힌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좌선을 오래 한 도선이 다리를 펼 수 없었는데, 수액을 마시고 기운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다. 마을에 사는 김정국 화가의 솜씨다.
마을에서 고로쇠 수액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을 담그기도 한다.
도선 승탑 복원…불교 성지 자리매김
도선국사마을은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백운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집집마다 가시 달린 엄나무가 심어져 있다.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에 속한다. ‘도선국사마을’로도 불린다.
도선국사(827∼898)는 승려이면서 풍수지리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도선선차’도 즐겨 마셨다고 전한다.
도선국사는 산자락에 동백나무와 차나무를 많이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생차가 추산마을의 특산이다. 백운산 계곡의 맑은 물과 풍부한 햇볕 덕분에 맛과 향이 빼어나다.
옥룡사지도 멋스럽다. 백운산(1218m)의 지맥인 백계산(505m) 남쪽에 있다. 옥룡사는 신라 말기 864년 도선에 의해 지어졌다. 도선은 여기에서 35년 동안 머물렀다.
전설도 재밌다. 절터에는 9마리 용이 살고 있었다. 용은 시도 때도 없이 마을주민을 괴롭혔다. 보다 못한 도선이 용을 몰아내고 연못을 메워버렸다. 그 자리에 세운 절집이 옥룡사다. 절집을 세우면서 약한 땅의 기운을 보완하려고 심은 게 동백나무다.
도선의 명성을 전해 들은 수백 명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도선은 부근에 도선사, 운암사 등 4개 절집을 지었다. 헌강왕도 도선을 궁궐로 불러 법문을 들었다고 한다. 도선이 72살에 입적하자 효공왕은 ‘요공선사(了空禪師)’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을 세웠다. 고려 숙종은 ‘대선사(大禪師)’로, 인종은 ‘선각국사’로 추봉했다.
옥룡사는 1878년 불에 타 없어졌다. 1996년 순천대학교 박물관의 지표조사를 통해 절터였음을 확인했다. 글이 새겨진 비석 조각 90여 점을 발굴했다. 도선과 통진대사의 승탑과 탑비도 사료를 통해 찾아냈다.
광양시가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도선의 승탑을 복원했다.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가 됐다.
40미터 운암사 청동약사여래불 압권
옥룡사의 역사를 증거하는 동백나무가 승탑 주변에 빼곡하다. 동백나무는 7만㎡에 1만여 그루가 흩어져 있다.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픈 천년의 숲’으로 선정됐다.
마을 샘물도 예부터 깨끗하고 맛이 좋다고 소문나 있다. 원님이 식수로 이용했다고 한다. 이름도 ‘사또약수’로 붙여져 있다. 광양은 물론 순천․여수사람들도 찾아와 받아 간다.
농한기에는 약수터 주변에 농산물 장터가 들어선다. 마을 어르신들이 백운산 자락에서 얻은 고사리, 더덕, 도라지 등 산나물을 펼쳐 놓는다. 철 따라 매실, 밤, 감 등도 갖고 나온다. 약수터 뒤로 전통 손두부 집도 있다. 뭉툭하게 썰어놓은 손부두에다 동동주 한 잔을 그리는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든다. 다 먹고 돌아갈 땐 손두부를 따로 사 간다.
백운산 자연휴양림도 이 마을에 속한다. 삼나무와 편백,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숲이다. 맑은 바람에 실려 오는 나무 냄새가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숲 사이로 산책로도 잘 다듬어져 있다. 숲에서 서성거리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보약 같은 숲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운암사 청동약사여래불도 압권이다. 불상의 높이가 무려 40m에 달한다. 운암사는 도선국사가 865년에 창건했다. 1878년 화재로 사라진 뒤, 다시 세웠다. 도선국사의 승탑이 대웅전 바로 뒤편에 서 있다.
마을은 고산 윤선도와도 엮인다. 고산은 1665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여기서 유배생활을 했다. 고산은 1671년 완도 보길도에서 생을 마쳤다.
의사 정성련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3․1운동 기념비도 마을에서 만난다. 정성련은 1919년 3월 27일 광양장터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쳤다. 마을주민들이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어 그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있다.
산자락 마을에서 하늘거리는 것만으로도 금세 활력으로 채워진다. 참 좋은 산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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