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산물 가운데 수출 1위 품목이 김이다. 우리 국민이 먹는 김의 양이 연간 100억 장에 이른다고 한다.
김은 ‘바다의 검은 보석’으로 불린다. 바삭바삭한 김은 사철 맛있지만, 겨울에 더 맛있다. 김으로 싸서 만드는 김밥도 맛있다. 각양각색으로 1인분 8000원에 파는 김밥도 있다. 일반적인 김밥은 한 줄에 1500∼2000원 한다. 값은 올랐지만 그래도 부담 없는 끼니다.
김의 영양가도 높다. 김밥에도 영양분이 고루, 많이 들어있다. 영양학적으로 김과 밥은 찰떡궁합이다. 김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A는 김 한 장에 달걀 두 개 분량이 들어있다. 비타민C는 감귤 하나의 3배에 이른다. 우리 주식인 쌀밥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완해 준다.
요즘 김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해졌다. 물김볶음, 마른김무침, 김부각, 김장아찌, 김전, 김냉국도 별미다.
종잇장 같은 까만 것은 무엇인고?
김의 유래도 흥미롭다. 임금한테 처음 진상한 사람이 김씨였다. 그 사람의 성을 따 ‘김’이라 했다. 380여 년 전 조선 인조 때 얘기다. 수라를 받은 임금이 종잇장처럼 생긴 까만 것을 보고,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바다에서 건진 것이라고 할 뿐이었다.
“누가 가져왔는가?”
“전라도 광양에 사는 김 씨(김여익)가 가져왔다고 하옵니다.”
그때부터 ‘김’으로 불렸다고 한다. 만약 김을 진상한 사람이 다른 성씨였다면…. 지금 우리가 먹는 김밥도 이밥, 정밥, 박밥이 됐을까?
영암에서 태어난 김여익은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켰다. 하지만 임금이 청 태종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탄한다. 김여익은 조상을 뵐 면목이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광양현 인호도, 지금의 광양 태인동에서 숨어지냈다. 현재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곳이다.
김여익이 김양식을 처음 하고, 주변에 보급했다고 전해진다. 김여익은 바다에 뜬 나무에 해의(海衣)가 붙어 있는 걸 봤다. 맛과 향이 좋았다. 밤나무와 소나무 가지를 개펄에 꽂아 양식을 시도했다. 대나무를 개펄에 꽂아 양식하는 지주식 김양식의 시초다.
김여익은 해의를 키워 수확했다. 짚을 엮어 만든 김발 위에 해의를 고루 펴 말리고 떼어내는 김 건조법도 개발했다. 자연스레 태인도 사람들이 김양식을 많이 했다. 김이 광양특산물로 자리 잡고, 왕실에도 진상됐다.
1714년 광양현감 허심이 이런 사실을 비석에 새겼다. 지금은 비문만 전한다. 김을 처음 양식했던 김시식지 영모재에 비문이 보관돼 있다. 비문을 근거로 김시식지가 광양이었음이 밝혀졌다.
김시식지 역사관과 유래비 들어서
당시 김 주산지였던 태인도 주변은 모두 매립됐다. 광양제철소와 명당산단이 들어서고, 시가지로 변했다. 김양식도 자취를 감췄다.
명당산단 앞, 옛날 김양식장이 즐비했던 바닷가 궁기마을에 김시식지 역사관이 만들어져 있다. 김의 유래와 역사, 제조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김시식지 역사관은 인호사와 유물전시관, 역사관, 영모재로 이뤄져 있다. 인호사에는 김여익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유물전시관에는 옛날 김 생산 도구가 전시돼 있다. 역사관에서는 옛날 김 생산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조선 말기 밤나무 가지를 섶으로 이용한 김양식 모습도 있다. ‘시식해의 우발해의(始殖海衣 又發海衣)’가 새겨진 비문은 영모재에 있다.
궁기마을에서 가까운 용지 삼거리에도 김시식지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에서는 김의 풍작을 빌며 즐긴 용지큰줄다리기가 전해지고 있다.
김시식지 역사관에서 망덕포구가 멀지 않다.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알려진 민족시인 윤동주와 엮이는 곳이다. 생전 윤동주의 친필원고가 여기에 보관됐다.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다.
생전 윤동주는 자신이 쓴 19편의 시를 책으로 펴내려 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까지 붙이고, 책머리에 넣을 서문도 적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로 시작되는 서시다. 하지만 일제 치하 상황이 여의지 않았다. 윤동주는 친필 시집 3부를 엮어 1부는 자신이 갖고, 나머지는 지도교수와 친구 정병욱한테 맡겼다.
망덕에 정병욱의 집이 있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48년 빛을 봤다. 윤동주의 유일한 시집이다.
망덕포구에 윤동주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시 정원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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