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분말이 곱다. 밀가루에 색을 입힌 듯하다. 물컵에 한 숟가락 넣고 저었다. 잘 녹는다.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식품이다. 오디주에 히비스커스, 생강, 계피, 제주 귤피를 넣어 분말로 만들었다.
“한국형 ‘뱅쇼’입니다. 유럽에서는 추운날 레드와인에 과일, 생강 등을 넣고 끓여 ‘뱅쇼’를 만들어 마십니다. ‘한국형 뱅쇼를 만들겠다’는 한 소상공인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제품입니다.”
임동현 파우더리네이처 대표의 말이다. 올겨울 몸이 으슬으슬할 때 뜨거운 물에 녹여 마시면 그만이겠다.
파우더리네이처는 혁신적인 분무건조 공법을 활용해 맞춤형 식품 분말을 제조하는 ODM(제조자 개발 생산)전문기업이다. 6차산업 인증도 받았다. 곡성군 곡성읍에 있다.
식품, 화장품,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학·기업의 파트너로 폭풍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로컬크리에이터, 소상공인의 시제품 개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의 청년창농타운 출신기업답게 청년 농업인에게는 창업 초기 단계부터 제품화, 마케팅 등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맞춤형 식품분말 제조 전문기업
“매실청을 담고 난 부산물은 버리잖아요. 이 부산물을 열수 추출해 분무건조 하면 유기산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기능성 분말 제품으로 재가공할 수 있습니다. 유산균 보조제, 건강음료, 분말차 등으로 활용할 수 있죠. 샌드위치용 스프레드로도 가공할 수 있고요.”
부산물을 재가공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쫑긋해진다. 파우더리네이처가 자랑하는 분무건조 기술은 액체 상태의 원료를 분말로 만드는 공법이다. 농수산물에서 얻은 액상 원료를 열풍이 흐르는 체임버 내부에 분무해 분말로 만든다. 미세한 액체 입자의 수분이 열풍에 의해 순식간에 증발하는 원리를 적용했다. 식품과 제약업계에서 많이 사용한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임산물, 수산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뿌리, 잎, 줄기, 껍질 등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조합하면 무궁무진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파우더리네이처는 분무건조 기술을 활용해 과잉 생산되거나 버려지는 부산물을 식품 자원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생강 줄기와 잎도 식약처에 등록된 식품입니다. 진저롤 성분이 많습니다. 블루베리 이파리에는 타미플루 성분이 많고요. 오가피는 기껏해야 백숙에 넣어 우려먹는 정도잖아요. 분말화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죠.”
임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실렸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홍삼 부산물을, 경기도와 대구에 있는 대학교에서는 산돌배 추출물과 자소엽 추출물을 분말화하기도 했다. 몇 해 전에는 가격이 폭락한 영암 대봉 홍시를 분말화해 ‘홍시라떼’ 시제품을 출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열에 약한 성분인 생강의 전저롤이나 인삼의 사포닌, 비타민C, 안토시아닌, 유산균 등은 온도조절과 고속 건조, 캡슐화, 배합비 최적화 등의 방법을 활용해 성분을 최대한 보존한다.
“사전 테스트를 통해 안전 구간을 설정한 다음 생산하면 성분 보존 비율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임 대표의 설명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파우더리네이처의 분무건조 공법은 원하는 맛과 향, 색, 영양소를 자유자재로 첨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생산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보관 기간도 길다. 입자가 균일해 물에도 잘 녹는다.
육사 졸업하고 농부의 길 택하다
임동현 대표는 곡성 특화작목인 토란 농사를 짓는 청년농부이자, 가공을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청년사업가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담양이 고향인 임 대표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12년을 복무했다. 소령으로 예편한 뒤 S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했다. 곡성엔 2021년 정착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과 자연풍광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곡성군의 적극적인 구애도 한몫했다.
“아버지께서 영암으로 귀농했어요. 휴가 때 아버지 집을 들렀는데, 이웃 어르신께서 수박밭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거예요. 도매인(중간상인)이 수박밭 전체를 50만 원밖에 쳐주지 않겠다고 하자, ‘차라리 거름으로 쓰겠다’며 갈아엎은 거예요. 충격이었죠.”
석류 농사를 짓던 아버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농산물 유통구조가 궁금했다. 농산물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농산물 가격이 생산자가 아닌, 유통 업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유통업자 횡포에 맞설 방법은 ‘농산물 가공’뿐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기반으로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 구조를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결심이 서자 곧바로 전역을 신청했다.
전역과 동시에 대학원에 진학해 식품공학을 공부했다. 농산물의 기능성 성분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부피가 작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다. 갖은 시행착오 끝에 찾은 방법이 분무건조 공법이었다.
“올해는 분석 장비를 보강해 농수산물 기능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축적된 데이터를 AI에 접목하려고요. 내년부터는 농민을 대상으로 교육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장비 운영할라, 연구개발할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임 대표의 포부다. 파우더리네이처 ☎061-363-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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