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소망 중 하나입니다. 저의 바람이기도 하고요.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김향희 ㈜글로즈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2025전남사회적경제 청년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진대회는 전라남도와 한전KDN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청년 창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김 대표가 발표한 아이디어는 ‘결혼이주여성 좋은 일자리 만들기 에스닉푸드 소셜벤처’다. 취업차별을 겪는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아열대 작물을 재배해 ‘결혼이주여성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자리를 만든다’는 창업 아이디어다. 그가 기획한 아이디어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결혼이주여성을 고용하는 일방적 방식이 아닌, 농업분야 여성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쌍방향으로 운영하려고요. 작물 재배, 상품개발, 마케팅, 판매 등 회사 운영 전반에 적극 참여시켜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창업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소셜 벤처 ‘글로즈’의 운영방향이다.
자존감 높이는 일자리 만들 터
김 대표는 경력 단절 여성이다. 10여 년 전 결혼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중단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자 사회 진출을 위해 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건 경력 단절 여성의 비애뿐이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일자리를 원하거든요. 경제적인 욕구는 둘째예요. 여성이 가정을 꾸리면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죠. 자존감이 엄청 낮아지더라고요.”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게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일자리를 찾는 대신 대학원에 진학해 ‘여성정책’을 공부했다. 경력 단절 여성이 겪는 구조적인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연구 과정에서 접한 결혼이주여성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고학력임에도 취업에서 차별받기 일쑤였다. 그가 박사과정을 ‘국제이주학’으로 변경하고,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의기투합도 한몫했다.
결혼이주여성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다.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결혼이주여성이 농촌에 많이 거주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미래의 중심은 먹거리가 될 것’이란 판단도 한몫했다.
재배 작물로는 아삭한 식감이 그만인 공심채와 황궁채를 선택했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재배하는 채소로 결혼이주여성들이 친정에서 키워 볶음 요리를 해 먹던 바로 그 작물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재배와 요리 노하우를 활용하겠다 복안도 담았다.
사업의 윤곽이 그려지자 화순으로 귀농했다. 농사일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전남귀촌귀농본부의 ‘토종학교’에 입학해 농사 수업을 받고, 집 주변에 텃밭을 마련해 실습도 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재배업 및 식품가공회사인 글로즈(글로벌+로컬+라이즈)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화순군에만 다문화 가구가 500가구 넘습니다.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에서 키운 공심채로 요리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간 아시안마트에서 구매하면 신선도가 떨어졌거든요.”
결혼이주여성 노하우 십분 활용
공심채와 황궁채 재배는 스마트팜을 활용할 계획이다. 화순에 스마트팜 하우스 3동을 임대해 지력을 높이고 있다.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하우스를 더 마련하고, 스마트팜 시설도 보강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본격 재배하려고요. 공심채와 황궁채는 씨를 뿌려 파종하는 작물이지만 재배기간 단축을 위해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모종을 키워 재배할 계획입니다. 공심채와 황궁채의 밑동을 잘라 수확하는데 미나리처럼 다시 자라나 40여일 간격으로 수확할 수 있는 작물입니다.”
김 대표는 원물 판매뿐 아니라 가공 제품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밀키트 간편요리, 플리마켓용 반찬 등 시제품 개발에 열중이다. 틈나는 대로 시식회를 열어 평가도 받고 있다. 소스와 마늘, 양파를 플레이크 상태로 비벼 먹는 밀키트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제품 평가가 예상보다 좋습니다. ‘풍미와 향’이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자만하지 않고 미흡한 점을 보강하는 한편, 제품을 다양화하는 데도 힘을 쏟겠습니다.”
소비 타깃도 정했다. 다문화 가구와 이주노동자 등 체류 외국인이 첫 번째로 꼽힌다.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20~40대와 건강식 선호자, 가치 소비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도 주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온오프라인 판매계획도 마련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쿠팡 판매자 등록을 마쳤다. 오프라인 판매에는 화순로컬푸드직매장과 하나로마트, 화순 플릿마켓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판매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판매자 교육도 수료했다. 이밖에 베트남전문식당, 학교급식업체, 에스닉레스토랑 등에도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에스닉 작물 시장 평균 성장률이 9.53%입니다. 2028년에는 800억원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글로즈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자존감 높이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에스닉 작물의 국내 재배에 따른 수입 대체효과, 친환경 먹거리 확산을 통한 국민 건강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에스닉푸드의 재배·가공·판매까지 연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역 기반 6차 산업화를 실현하겠다는 김 대표의 포부이자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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