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하면 강진이다. 전국 생산 면적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은 강진 산이라고 보면 되겠다. 수국의 본향으로 손색이 없다. 강진 수국은 꽃 색깔이 선명하고 화려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양액재배 등 축적한 뛰어난 기술력과 온난한 기후, 풍부한 일조량 덕분이다. 수국의 원산지로 알려진 일본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수국과 함께 커가는 청년농부를 찾아 강진으로 간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탐진강변, 하우스 서너 동이 줄을 맞추고 섰다. 하우스에 다가서자, 강아지가 우렁찬 목청으로 객을 맞는다. 하우스 문을 빠끔히 열었다. 물을 좋아하는 수국(水菊)이 ‘초록세상’을 이뤘다. 목질화한 줄기 끝 꽃차례마다 꽃망울을 머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싱그럽다.스마트팜 수국농장 ‘팜플로아’다. ‘화훼1번지’ 강진군 군동면 덕천마을에 있다.
“모두 지난가을에 만들어진 꽃눈입니다. 이달 말이면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릴 것입니다. 수국은 꽃눈을 전년도 가을에 만듭니다. 이걸 모르고 벌초나 화단을 정리하다 줄기를 잘라버리면 이듬해에 꽃을 볼 수 없어요. 이파리만 무성한 ‘깻잎 수국’이 돼버립니다.”
수국 손질에 여념이 없던 팜플로아 농장주 김승찬(27) 대표의 설명이다.
수국 농사 잘 짓기로 소문 자자
김 대표는 2640㎡(800평) 스마트팜에서 연간 3만 송이가 넘는 절화수국을 생산한다. 절화(切花)수국은 줄기째 잘라 판매하는 수국꽃을 일컫는다. 결혼식장이나 행사장을 꾸미는 데 많이 쓴다. 꽃이 커 한두 송이만 화병에 꽂아도 공간이 풍성해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김 대표는 수국 농사 3년 차다. 아직 ‘초보농부’지만 수국을 잘 가꾸기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꽃 크고 화색 좋은, 화형까지 완벽하게 가꾼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수국 농사 첫해부터 농촌진흥청과 전남농업기술원의 품종 협력 농가로 선정되는가 하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수출길에도 합류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신 설비에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 아버지 농장에서 쌓은 실전 경험까지 더했습니다. 농사를 못 지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죠.”
김 대표의 자신감이다. 최근에는 ‘2026농축산업 전남TOP경영모델 실용화사업’ 에도 선정돼 날개를 달았다.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업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다. 지원금으로 지하수기반 냉난방기, 촉매형 이산화탄소 발생기, 무인 방제기 등을 도입해 생산 안정성과 품질 균일화, 검역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다.
“수국이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때는 5월 가정의 달과 가을 결혼시즌입니다. 온도, 영양, 광도, 이산화탄소 등을 조절해 개화 시기를 이때로 맞춥니다.”
수국은 3~5년 되는 해에 생육이 가장 왕성하다. 꽃이 피는 곁가지도 이때 가장 많이 나온다. 3년 차에 접어든 올해, 5만 송이 수확을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나무가 어려 수확량이 적었지만 올해부터는 농사지은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훼농사는 경기에 민감해 가격이 좋을 때는 한 송이에 1만 원도 갑니다. 비수기 때는 2000원도 하고요.”
그가 키운 수국은 서울과 광주공판장으로 많이 나간다. 일본 수출과 인터넷 직거래로도 판매하고 있다.
SNS와 인터넷 쇼핑몰 판매 도전
“수국과 함께 자랐어요. 수국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수국농장에서 뛰놀며 컸죠. 강진에서 학교 다니며 틈나는 대로 농사를 돕기도 하고요. 고교 시절에 진로를 결정해야 하잖아요. 부모님께 ‘수국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흔쾌히 동의해 주더라고요. 아버지께서는 잘한 결정이라고 응원까지 해 주셨어요.”
아버지는 수국으로 명성이 자자한 강진 그린화훼영농조합 김양석 대표다. 수국 재배로 진로를 결정한 김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인 화훼 공부를 시작했다. 전문 지식을 쌓고, 선진 농업을 찾아 국외연수를 다니며 견문도 넓혔다. 졸업 후에는 아버지 농장에 취업해 현장 기술을 연마했다. 자신이 생기자 2023년 독립했다. 후계 자금을 지원받아 스마트팜을 짓고 자신만의 수국 재배에 들어갔다.
학교와 아버지 농장에서 배운 대로 정성껏 키웠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미해 수국꽃을 크고 화색도 예쁘게 키웠다. 보는 이마다 엄지척을 아끼지 않았다. 꽃은 완벽했지만, 판매할 곳이 없었다. 공판장에서도 찾는 이가 없었다. 밤새 수국을 포장해 공판장에 올려보내면 유찰되기 일쑤였다.
“수국 대부분은 서울과 광주 공판장을 통해 판매합니다. ‘김승찬’이란 이름이 생소했던지 경매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예요. 경매사들은 검증된 베테랑의 꽃을 먼저 찾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다.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시련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선별을 더 엄격하게 해 계속 올려보냈다. 다른 한편으론 SNS홍보와 동시에 인터넷 판매에 집중했다. 진심이 통했을까. 그해 농사가 끝날 무렵부터 시장의 대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설 거래처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새로운 판매 루트를 개척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위축한 화훼시장의 돌파구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찾고 있다. 공판장과 인터넷 판매 비율을 1대1까지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농장 운영에 6차 산업을 접목하려고요. 수국을 활용한 압화, 하바리움 등 화훼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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