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압해읍 분매리 해변. 바다를 향해 뻗은 땅 끄트머리에 큼지막한 비닐하우스가 우뚝 섰다. 겉보기에는 농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비닐하우스지만, 양액 재배와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 문을 빠끔히 열자 훈훈한 열기가 얼굴을 감싼다. 널따란 하우스 안은 싱그러움을 머금은 푸성귀들이 푸르름을 뽐낸다. 유러피안 엽채류다. 아삭한 식감의 ‘로메인’, 버터처럼 부드러운 ‘버터헤드’, 붉은빛의 도톰한 잎을 자랑하는 ‘오비레드’가 빼곡하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스텔릭스’도 한켠을 차지했다.
청년농부 이지훈(30) 씨가 운영하는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이지팜’이다. 전남도와 신안군이 시행하는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자립기반 구축사업’을 지원받아 건립했다. 농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청년 농부의 안정적인 정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상사에게 핀잔들을 일도 없고요. 사람도 자유롭게 만납니다. 외부 활동을 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농장 상황을 모두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거든요. 긴급 상황이 생겨도 바로 대처할 수 있어요. 가끔 좀 더 빨리 내려오지 않았을까 후회도 합니다.(웃음)”
유러피안 잎채소류 분무수경 재배
이지훈 대표는 새내기 농부다. 농사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시쳇말로 ‘왕초보 농부’다. 농사 경험은 짧지만, 유러피안 상추 재배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력을 갖췄다. 현재 예비 귀농인들에게 농업 노하우를 전하는 ‘전라남도 귀농산어촌 맛보기’ 프로그램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분무수경’으로 상추를 키운다. 수경재배 농법 중 하나다. 공기 중에 노출된 뿌리에 물과 영양을 분무해 재배하는 방식이다.
“담액식이나 박막식은 뿌리가 물과 영양분에 항상 잠겨 있어 언제든 흡수할 수 있지만, 분무수경은 분무 시간이 아니면 영양분을 먹지 못해요. 뿌리 활동이 왕성할 수밖에 없죠. 물과 영양분을 더 많이 먹으려고 뿌리가 80cm까지 자라기도 해요. 뿌리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때부터 상추가 크기 시작합니다. 크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요.”
분무수경은 흙을 사용하지 않아 토양에서 발생하는 병해충의 위험이 낮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뿌리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고, 양액 공급이 일정해 성장도 빠르다. 물과 상시 접촉하지 않아 뿌리 부패에서도 자유롭다.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스마트팜 규모가 1980㎡에 달하지만 혼자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베드마다 품종과 심는 시기를 달리해 재배하고, 수확 시기를 조절한 덕분이다. 다른 작물에 비해 잔재비도 덜하다. 덕분에 365일 쉬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재배한 채소는 대부분 스마트스토어와 신안군 쇼핑몰 1004몰, 우체국 쇼핑몰 등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로컬 마트와 지역 음식점에도 납품하고, 농산물 전문 위탁사의 도움도 받는다.
“채소는 하루만 지나도 수분과 향이 달라집니다. 이지팜은 주문이 들어오면 수확해 발송합니다. 신선함이 남다를 수밖에 없죠.”
‘슬립테크’ 시장 진출 청사진
이 대표는 압해도에서 나고 자랐다. 학업을 마친 뒤 도시에서 생활하다 2023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도시 생활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살던 곳이 경기도에 있는 신도시였는데, 아파트 한 채 값이 10억 원을 훌쩍 넘더라고요. 적지 않은 월급에도 내 집 마련은 어림도 없었어요. 사람답게 살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이 대표가 귀향을 결심한 이유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농사를 도우며 자란 터라 농사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농사를 짓던 부모의 ‘뒷배’도 한몫했다.
고향에 돌아온 이 대표는 농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틈나는 대로 선진 농가를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했다.
“작목은 생육기간이 짧은 작물을 찾았어요. 재배에 실패하면 곧바로 다시 재배하기 위함이었죠. 물론 시설비와 난방비도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유러피안 상추가 딱이었다. 봄가을은 한 달, 여름철에는 20일, 겨울철에도 두 달 정도 키우면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제는 재배 방법을 배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우연히 멘토를 만났다. 고흥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스마트팜 1세대 농부였다. 고흥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며 농사 기술을 배웠다. 스마트팜 설치부터 운영, 상추 재배, 병해충 예방까지 전 과정을 하나하나 익힌 후 본격적인 영농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청년 농업인과 의기투합해 단지 규모화를 추진하고 있다. 품질 좋은 채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구조와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함이다. 유러피안 상추를 환으로 가공해 슬립테크(숙면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상추의 ‘락투신’ 성분은 신경 안정에 그만입니다. ‘상추를 먹으면 졸린다’는 속설의 근원이죠. 이 성분이 유러피안 상추에 많습니다. 섬유질도 풍부하고요. 시제품을 만들어 지인들의 반응을 살폈는데, 아주 좋습니다.”
구독형 샐러드 사업도 구상 중이다. 기업이나 관공서 노동자들에게 아침 대용 샐러드를 배달하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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