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산물 가운데 수출 1위 품목이 김이다. 우리 국민이 먹는 김 양이 연간 100억 장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겨울 찬바람이 품고 온 ‘바다의 검은 반도체’ 김이 효자품목이 됐다.
김은 사철 맛있다. 제 철인 겨울에 더 맛있다. 옛날엔 귀하기까지 했다. 옛적 김은 설날이나 제삿날에만 먹었다. 조그마한 김 한 장으로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김으로 밥을 싸 먹은 게 아니라, 밥으로 김을 싸서 먹었다. 그럼에도 맛있었다. 김으로 싸서 만든 밥, 김밥도 국민 먹거리다.
영양가도 높다. 김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A는 김 한 장에 달걀 2개 분량, 비타민C는 감귤의 3배나 들어있다.
김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해졌다. 김국은 물론 물김볶음, 마른김무침, 김부각, 김장아찌, 김전, 김냉국도 나왔다.
김의 이름 유래를 생각한다. 380여 년 전 조선 인조 때 얘기다. 임금이 상에 올라온 까만 종잇장을 보고, 신하한테 물었다. “맛있는데, 이름이 무엇이냐?”
신하는 ‘바다에서 건진 것’이라고만 할 뿐, 이름을 몰랐다.
‘누가 가져왔냐’ 물었더니, ‘전라도 광양에 사는 김씨, 김여익이 가져왔다’고 했다. 그의 성을 따서 ‘김’이라 했다는 얘기다.
그때 김을 진상한 사람이 김씨 아니고, 이 씨였다면… 정씨, 임씨였다면… 우리가 먹는 김밥도 이밥, 정밥, 임밥, 박밥이 되지 않았을까.
개펄에 밤나무와 소나무 가지 꽂아 양식
김여익(1606∼1660)은 영암에서 태어났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켰다. 하지만 임금이 청 태종한테 무릎 꿇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탄한다.
조상을 뵐 면목이 없었다. 고향으로 가지 않고 광양현 인호도, 지금의 광양 태인동으로 가 숨어지냈다. 광양제철소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그때 김여익이 김을 처음 발견했다. 김여익은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에 해의(海衣)가 붙어 있는 걸 봤다. 맛과 향이 좋았다. 나중에, 밤나무와 소나무 가지를 개펄에 꽂아 양식했다. 대나무를 개펄에 꽂아 양식하는 지주식 김양식의 시초인 셈이다.
김여익은 해의를 키워 수확했고, 김 건조법도 개발했다. 태인도 사람들이 김양식을 많이 한 이유다. 자연스레 김은 광양특산물이 됐고, 임금한테도 진상했다.
이런 내용을 기록한 비석을, 1714년 광양현감 허심이 세웠다. 그 비문과 묘표문이 김시식지 역사관에 보관돼 있다.
역사관은 인호사와 유물전시관, 역사관, 영모재로 이뤄져 있다. 인호사는 김여익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이다. 유물전시관에는 옛날 김을 생산하는 도구가 전시돼 있다.
역사관에서는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 김 생산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조선 말기 밤나무 가지를 섶으로 이용한 김양식 모습도 만난다. 역사관은 광양시 태인동 궁기마을에 있다.
윤동주 친필 시 원고 보관한 정병욱 가옥
주변에 다른 가볼만한 데도 많다. 김시식지 역사관 건너편에 배알도 수변공원이 있다. 배알도까지 들어갈 수 있는 해상보행교가 높여 있다.
김시식지 역사관에서 망덕포구도 가깝다.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알려진 민족시인 윤동주와 엮이는 포구다. 생전 윤동주의 친필원고가 보관된 정병욱 가옥이 여기에 있다.
생전 윤동주는 자신이 쓴 19편의 시를 골라 책으로 펴내려 했다. 연희전문학교(연세대의 전신)에 다니던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을 붙이고, 책머리에 넣는 서문도 적어 놓았다. 하지만 일제 치하 상황이 녹록지 않아 포기했다.
윤동주는 원고 1부를 정병욱에 맡겼다. 정병욱은 윤동주보다 다섯 살 아래지만, 친구처럼 지낸 동기였다. 정병욱(1922~1982)은 나중에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윤동주의 원고를 받은 정병욱이 광양 어머니한테 맡겼다. 어머니가 망덕포구에 있는 집 마룻장 아래에 숨겨뒀다. 그 집이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다.
주변에 윤동주 시비가 세워졌다. 윤동주 시 정원도 만들어져 있다. 망덕포구를 따라 하늘거리는 것도 광양여행을 더욱 오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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