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클리닝, 세탁기, 건조기가 줄을 맞춰 섰다. 방화복 전용 세탁기도 육중한 몸집을 뽐낸다. 세탁기능사 자격증과 각종 인증서가 담긴 앙증맞은 액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옆방에선 청년 서너 명이 방화복과 씨름 중이다. 화재 현장에서 묻은 오염원을 제거하느라 여념이 없다. 방화복 상태를 점검하고, 방화복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전처리 작업이다. 세탁 전 필수 과정이다.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지만,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드리워져 있다. 방화복을 다루는 손길엔 섬세함이 묻어난다.
전남목포지역자활센터(목포자활센터)의 세탁전문 자활근로사업단 ‘빨래대장’의 자활 현장이다. ‘스스로 일어서겠다’는 참여자 9명이 일하고 있다.
“방화복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생명옷’입니다. 의류 특성을 손상하지 않고 세탁하는 것이 중요하죠. 특별히 더 신경씁니다. 기계도 전용 세탁기를 사용합니다.”
박 아무개 반장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빨래대장은 목포, 무안 신안, 영암, 진도 등 5개 시군 소방서 소방대원의 방화복과 목포해양경찰 방화복을 세탁한다. 해경경비함, 고등학교 기숙사, 목포청소년수련관의 이불빨래도 한다. 연간 4000벌에 달하는 ‘교복 물려주기 사업’ 세탁물도 모두 이들의 손을 거친다.
“자활에 들어오기 전에는 혼자 집에만 있었는데 자활에 들어와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일하니 너무 좋습니다.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빨래대장을 통해 이태 전 세상 밖으로 나온 고 아무개 씨가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저소득층 ‘빈곤 탈출’ 복지프로그램
목포자활센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설립된 복지기관이다. 저소득층이 자활근로사업단의 일자리를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인 셈이다. 올해부터 사단법인 광주자활복지회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자활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빈곤탈출’을 돕는 복지프로그램입니다. 참여자의 근로역량을 높여 빈곤탈출을 지원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지만,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은둔형 외톨이 주민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조태섭 센터장의 말이다. 목포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자활근로사업단은 모두 17곳. 한식뷔페를 운영하면서 점심 도시락를 배달하는 ‘목포맛집’, 파스타 전문 ‘미태리 목포하당점’, 커피 전문 ‘카페온’ 국수 전문 ‘오백국수’를 운영하고 있다. 방화복 세탁 전문 ‘빨래대장’, 공공기관 청소 전문 ‘그린청소’, 각종 통발을 제작하는 ‘희망어구’ 등도 사업단의 일원이다.
이들 사업단에서 일하는 참여자는 160명. 전남의 23개 지역자활센터 중 가장 큰 규모다. 참여자 중에는 대졸자 등 고학력자와 각종 자격증을 지닌 이들도 적지 않다. 목포자활센터만의 특징 중 하나다.
참여자가 자활사업단에서 자활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5년. 이 기간이 지나면 자활근로사업단을 떠나야 한다. 자활사업에 다시 참여하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나마 65세 이상이 되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대상자는 많은 데 반해 사업비는 부족한 탓이다.
임대료 부담 가중 ‘공간기부’ 절실
목포자활센터는 올해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쓰다’와 ‘에코워싱’을 시작했다. 이어쓰다는 공공기관의 불용물품을 새활용하는 사업이다. 공공기관으로부터 불용물품을 기부받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 재판매한다. 참여자의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도 살리는 일거양득의 사업이다.
에코워싱은 다회용기 세척사업이다.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축제·행사장이나 장례식장 등에서 다회용기를 수거해 세척, 살균 및 소독, 건조 과정을 거쳐 다시 배송하는 사업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자활 참여자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돌봄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 참여도 준비하고 있다.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사업단인 만큼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식당, 카페 등 자활근로사업장 임대료가 한 해 2억 원이 넘습니다. 이 돈을 사업비로 쓴다면 더 많은 이들이 자활사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유휴 공간을 자활근로사업단에 ‘공간 기부’해 주십시오. 센터가 정성껏 리모델링해 희망의 일터로 바꾸겠습니다.”
조 센터장이 지역사회에 거는 기대이자 동시에 바람이다.
전남목포지역자활센터 ☎061-242-0003
(58564)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읍 오룡길 1 전남새뜸편집실 TEL : 061-286-2072 FAX :061-286-4722 copyright(c) jeollanamdo,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