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위 산자락에 건물 서너 채가 자연에 파묻혔다. 호젓함이 묻어난다. 천연발효 식초로 명성이 자자한 사회적경제기업 ‘오곡발효마을’ 이다.
절개지에 돌을 쌓아 만든 토굴의 발효숙성실 문을 열어젖히자 향긋 상큼한 과일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절로 입맛이 다져진다.
토굴 안은 100여 개의 커다란 독이 줄을 맞추고 섰다. 항아리마다 이름표를 달았다. 2017년, 2020년 8월 17일, 2022년 3월 19일….
발효한 식초를 항아리에 옮겨 담은 날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9년 째 숙성 중이다. 오곡발효마을의 보물창고로 손색이 없다.
“현미고두밥에 누룩을 넣어 빚은 막걸리를 걸러 식초방에서 초산발효에 들어가죠. 3개월 동안 초산발효하면 비로소 식초가 탄생합니다. 식초를 이곳 토굴로 옮겨 숙성에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2년 이상 숙성한 식초만 출하합니다.”
오곡발효마을(주) 최해성 대표의 얘기다. 식초에 대한 애착이 한껏 배어있다.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미밥에 현미죽 섞어 발효 ‘독특’
오곡발효마을은 마을기업이다. 6차 산업 인증기업이기도 하다. 화순군 동면 오곡마을에 있다. 오동나무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주민 소득 증대와 어르신 일자리 창출, 마을 공동체 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곡발효마을의 천연발효식초는 크게 천연곡물식초와 천연과일식초로 나뉜다. 돼지감자·울금·작두콩·흑마늘·인삼식초가 천연곡물식초를 대표한다. 천연과일식초로는 사과·자두·포도·꾸지뽕·파인애플·유자 식초 등이 잘 나간다. 모두 마을 주민이 키운 농산물로 만든 제품이다. 화순에서 구입이 어려운 원료는 인근 지역에서 구매한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사과식초다. 스틱제품 ‘식후감초’도 많이 찾는다. 프락토올리고당을 추가해 새콤달콤한 맛을 배가시켰다. 젊은이와 식초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어 편리하다.
최근에는 3년 숙성한 돼지감자식초와 울금식초, 작두콩식초를 혼합해 만든 ‘황금흑초’를 선보였다. 애지중지하는 제품은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돼지감자현미식초다.
오곡천연발효식초는 무농약 쌀로 빚는다. 현미쌀로 지은 고두밥에 누룩과 엿기름을 삭혀 만든 천연당과 현미가루로 쑨 현미죽을 넣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영양 많고 깊은 맛을 내는 이유다. 누룩도 남다르다. 최해성 대표가 직접 유기농으로 우리밀농사를 지어 초복과 말복에 만든다. 오롯이 자연의 온도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누룩 만드는 한 달 동안이 오곡발효마을의 1년 농사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어떤 누룩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식초의 품질이 좌우되니까요.”
식초를 멸균하지도, 여과하지 않는다는 것도 자랑이다. 미생물이 살아 있고, 제품에 침전물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곡발효식초의 강점은 소비자가 먼저 안다. 생산제품 절반이 ‘단골’들에 판매되는 이유다.
오곡발효마을의 천연발효식초는 오곡발효마을쇼핑몰, 네이버스토리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농협하나로마트 화순 로컬푸드점에서도 맛볼 수 있다.
신물질 만들어 내는 발효에 반하다
오곡발효마을 최해성 대표는 귀농인이다. 2009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내려왔다. 인생 2막은 ‘어머니 일손을 도우며 유유자적하겠다’는 부푼 꿈을 간직한 터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소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서져 갔다. 2년 동안 정성 들여 농사를 지었지만 남은 게 없었다. 대안을 찾기 위해 화순군 농업기술센터를 들락거렸다. 천연발효 교육을 접한 것도 이때였다.
“누에가 뽕잎을 먹고 실이라는 신물질을 만들어 내잖아요. 천연발효도 똑같더라고요.”
신물질을 만들어내는 천연발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천연발효식초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진로를 찾은 최 대표는 2013년 마을 주민 6명과 ‘오곡발효마을’을 설립하고 전남도 마을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을기업 지원금으로 작업장을 짓고 곧바로 식초 만들기에 돌입했다.
시험 삼아 항아리 10개에 식초를 담갔다. 맛이 좋았다. 자신감이 붙자 항아리를 80개로 늘렸다. 결과는 처참했다.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더욱 짓눌렀다.
“나중에 알아보니 식초를 젓던 국자가 원인이었어요. 국자에 오염물질이 묻은 것이었죠.”
다시 책을 잡았다. 천연발효 연구를 위해 충북 괴산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에 매진했다. 2년여 간의 주경야독 끝에 자신만의 천연발효식초 제조법을 터득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마을 주민과 본격적인 식초 만들기에 나섰다. 2016년 10월이었다.
“올해부터는 체험교육에 집중하려고요. 좁은 체험장을 넓히는 공사도 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풀리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오곡발효마을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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