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 몽탄면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김덕형(63) 농부가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전국 최초 ‘양파 기계 정식단지’ 조성과 기계 정식 기술 표준화 연구 등 무안 양파의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양파 육묘 방법 개선과 육묘 기간 단축, 양파 재배기술 농가 보급 등 대한민국 양파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은 식량, 채소, 과수, 꽃·특작, 축산 등 5개 분야에서 해마다 선정한다. 영농경력 20년 이상, 동일 품목 15년 이상 재배하며 특화된 농업기술로 농업 발전에 이바지한 농업인에게 주어진다. 전국에는 74명이, 전남에는 김 명인을 포함해 9명이 농사짓고 있다.
한우 키우다 양파 농사로 전농
김 명인이 본격적으로 양파 농사에 뛰어든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를 키웠어요. 1994년쯤으로 기억됩니다. 한우 파동이 났어요.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였죠. 과감하게 한우 농사를 정리하고 땅을 사 양파 농사를 시작했어요.”
양파 농사도 그리 녹록하지 않았지만, 특히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육묘에서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탓이었다. 양파 농사에 쓰이는 비용 60%가 인건비로 들어갔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대책이 필요했다. 기계화밖에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뜻을 같이하는 여섯 농가가 의기투합했다. 전국을 이 잡듯 뒤졌지만, 기계로 양파 농사를 짓는 곳을 찾을 순 없었다. 그나마 경상도에서 기계로 두둑에 비닐을 씌우는 광경을 본 것은 성과였다.
수소문 끝에 일본에서 정식 농기계를 들여왔다. 주위에선 양파 모종을 기계로 심는다고 ‘미친놈’이라고 혀를 찼다. 당시만 해도 양파를 기계로 심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2010년 무안 들녘에서 벌어진 혁신의 현장이었다.
자그마한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기계 정식은 대성공이었다. 인건비는 줄어들고, 수확량은 많아졌다. 현장을 목격한 양파재배 농가들은 너도나도 기계 정식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에 230여 농가가 참여하는 등 해를 거듭할 수록 기계 정식에 대한 관심은 높아갔다. 많을 땐 600여 농가가 기계 정식을 선택했다. 군에서도 지원하고 나섰다.
순항하던 양파 기계 정식의 발목을 잡은 건 모종 육묘였다. 모종 육묘 실패가 잦아지자, 다시 손으로 심는 농가가 늘어갔다.
“기계 정식의 성패는 육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당시 양파 모종은 9월 초에 파종해 60~70일을 노지에서 키웠어요. 그 시기는 태풍 등 날씨가 궂은 날이 많잖아요. 파종 시기를 놓치기나 심지어 육묘 상자가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죠. 결주도 많이 발생하고요.”
모종이 잘 자라야 빠짐없이 심어지는데 결주(싹이 돋아나지 않거나, 자라다 죽은 것)가 많으면 빠진 곳은 사람 손으로 다시 심어야 했다. 육묘 결주율이 50~60% 나오면 밭 절반을 예전처럼 손으로 심어야 했다.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비닐하우스에서 육묘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하우스 위치에 따라 모종의 크기가 달랐다. 온도와 바람의 영향 때문이었다. 송풍기를 설치해 해결했다. 공기 순환이 되면서 잘 자랐다.
문제는 또 있었다. 기계로 심으려면 기계에 맞게 모종을 키워야 했다. 모종 크기는 18~20cm가 적당한데 트레이 셀이 작고 관수가 빈번한 탓에 모종이 웃자라고 쓰러지는 현상이 빈번했다.
“모종이 웃자라면 계속 잎을 잘라줘야 해요. 정식할 때까지 여섯 번을 잘라줘야 했어요. 보통 일이 아니죠.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해결책을 ‘공중육묘’에서 찾았다. 바닥에 판을 깔고 그 위에 트레이를 올려 육묘하는 방식이었다. 토양을 매개로 한 감염원도 차단되면서 육묘 성공률이 높아졌다. 육묘 기간도 60일에서 45일로 줄어들었다. 여섯 번 하던 전엽도 한 번이면 충분했다.
원예특작과학원 현장명예연구관 활동
김 명인은 스테비아 양파 생산자로도 유명하다. 설탕보다 수백 배 단맛을 내는 국화과 식물 스테비아로 액비를 만들어 양파에 뿌려 재배한다. 양파 생육기간에 적게는 6번, 많게는 8번을 뿌려 키운다. 이 농법을 개발해 스테비아 양파, 양파즙, 재배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덕분에 2020년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테비아 양파는 생으로 먹으면 엄청 매워요. 그런데 열을 가하면 매운맛이 단맛으로 변해요. 은은하면서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입니다. 양파즙을 짜는데 아주 좋습니다.”
김 명인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현장명예연구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새 양파품종을 농가에 보급하기 전 김 명인이 먼저 시험 재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명인의 농사 기술은 두 아들이 잇고 있다.
“도시에서 직장다니던 아들들을 불러들였어요. 아웅다웅 살지 말고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배우라고요. 지금은 후회도 돼요. 양파가격이 엉망이잖아요. 조금 오르니까 수입한다고 하고…. 지금 수입 논의를 하면 아마 양파 수확철 쯤 수입이 시작될 거예요. 그럼 올 농사도 꽝이죠. 농민에게도 희망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희망을 없애 버리잖아요.”
김 명인의 안타까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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