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안좌면 산두마을. 마을 왼쪽에 하우스가 우뚝 섰다. 작물의 생육 조건에 맞춰 작동하는 내재해형 스마트온실이다. 생육환경 유지관리 소프트웨어(온습도, 이산화탄소 수준 등 생육 조건 설정)와 환경정보 모니터링(일사량 등 생육환경 자동수집), 자동원격 환경관리(난방기 구동, 창문개폐, 영양분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농법인 ‘촉매연소 탄산시비 이용 시설 원예 생산성 향상 시범단지’이기도 하다.
전남도와 신안군이 시행하는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자립기반 구축사업’을 지원받아 건립했다. 청년농업인의 창농과 농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청년 농부의 안정적인 정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온실 문을 열어젖혔다. 온실 안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천장엔 공기순환팬이 쉼 없이 돌아가고, 바닥엔 나무에 물과 영양을 공급하는 양액시스템이 깔려 있다.
걀쭉걀쭉한 이파리를 뽐내며 줄을 맞춰선 작물도 생소하다. 말로만 듣던 열대 과일 ‘애플망고’ 나무다. 달착지근하고 부드러운 과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년 농부 이민석 씨가 운영하는 스마트온실 ‘오린팜’이다.
“3~4년생 애플망고 나무 500주를 키우고 있습니다. 애플망고는 2월에 꽃을 피기 시작해 7월부터 수확에 들어갑니다. 올해부터는 수확량을 조금씩 늘려가려고요.”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지원 받아
이 씨는 신안군의 ‘경영실습 임대농장’ 출신이다. 경영실습 임대농장은 초보 청년농업인의 농촌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신안군은 팔금과 암태, 지도에서 운영하고 있다. 딸기, 바나나, 망고, 커피 등 품목별 임대 스마트온실에서 재배기술과 영농 운영 방법 등을 배워 자립의 토대로 활용하고 있다. ‘청년이 돌아오는 신안을 만들겠다’는 신안군의 정책 복안도 담겨 있다.
“도시에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했는데 생각처럼 안 되더라고요. 열심히 일했는데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런 열정을 흙에 투자하면 더 낫겠다 싶더라고요.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가끔 시골에 내려와 부모님 일손을 도우며 흙을 만질 때 마음이 편안했던 점도 끌렸어요. ”
이 대표가 귀농을 결심한 이유다. 경영실습 임대농장 3년 과정을 마치면 ‘스마트팜 구축 사업’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적지 않은 농사를 짓고 있던 부모의 든든한 ‘뒷배’도 한몫했다.
귀농을 결심하고 옆 섬 암태도에 있는 신안군의 경영실습 임대농장 문을 두드렸다. 작목으론 애플망고를 선택했다. 병해충에도 강하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일손이 적게 들어 부모의 농사일을 도우며 재배하기도 맞춤이었다.
2년생 묘목 280주를 구매해 키우기 시작했다. 멘토는 영광에서 애플망고 재배로 명성이 자자한 이였다. 궁금한 점은 멘토에게 그때그때 물었다. 처음 접해보는 작물임에도 재배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듣던 대로 일손이 적게 들었다. 병해충도 없었다.
“첫해에는 열매의 10% 정도만 키웠어요. 맛을 보기 위해서요. 나머지는 수세를 위해 다 솎아냈죠. 수확한 망고는 지인들에게 돌렸죠. 먹어본 이마다 ‘지금까지 먹어본 망고 중 제일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듬해에는 수확량을 20%로 늘리고 경험 삼아 판매도 해보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맛본 이들이 쓸어 담아갔다. 자신감은 배가 됐다.
거칠 것 없을 것으로 보이던 이 씨에게 변수가 생겼다. 실습농장 3년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나와야 할 처지에 놓인 것.
“나이가 발목을 잡은 거예요. 지금은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자립기반 구축 사업지원 연령이 45살로 바뀌었지만 제가 신청할 땐 40살까지였거든요. 덕분에 조기졸업했죠.(웃음)”
사업 지원을 받아 스마트 온실을 깐깐하게 지었다. 천장 개폐 방식을 ‘용마루렉피언’으로 적용해 실습장에서 불편했던 점을 개선했다. 암태도 실습농장에서 키우던 애플망고 나무도 고스란히 옮겨왔다. 이 씨는 올해부터 수확량을 조금씩 늘려가 2027년부터 본격 수확할 예정이다.
본격 수확 앞두고 판매 전략 고심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마음이 급한 건 애플망고를 자신이 원하는 크기로 키우는 방법을 찾는 것.
“애플망고를 보통 한 상자 3kg 단위로 포장합니다. 보통 800g까지 크는 데, 800g은 부담스럽더라고요. 먹기에도, 포장하기에도요. 500g이 딱인 것 같아요. 모양도 예쁘게 나오고, 먹기에도 좋고, 한 상장에 6개가 들어가는 시각적 효과도 있더라고요.”
물 문제도 풀어야 한다. 스마트 온실이 위치한 땅은 지하수를 이용해 양파와 마늘을 재배했던 곳이지만, 애플망고를 재배하기엔 EC(전기전도도) 농도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서를 받은 상태라 고민이 깊다. 정수기 설치로 해결할 계획이다.
2~3년 뒤 본격적인 수확을 대비해 다양한 판로 확보 방법도 찾고 있다. SNS를 활용한 직거래 위주의 판매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교육과 홍보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난방용으로 전기보일러 두 대를 돌리는데 12월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기세가 5만 원밖에 안 나온 거예요. 지하수를 열원으로 쓰는 ‘히트펌프’ 덕을 본 것도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적게 나왔어요.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분갈이에 여념이 없는 이 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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