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이다. 대구와 부산에서 온 벗들과 목포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았다. 철에 맞춰 병어조림을 시켜 놓고 기다리는데, 부산에서 온 이가 메뉴판을 보더니 ‘꽃게살 비빔밥’이 생소하다며 주문했다.
꽃게살 비빔밥은 목포를 찾는 사람들에게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추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이 비빔밥 맛을 알려면 꽃게어장과 꽃게잡이를 살펴야 한다. 그곳이 목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진도 서망항이다.
서망항 입구에는 ‘한국 최고의 꽃게 산지 서망항’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봄과 가을에 조도 어장과 칠발도 어장에서 잡은 꽃게잡이 배들이 모여드는 국가어항이다.
서망항에서 가까운 남동리 남도진성을 둘러보고 나오다 꽃게를 손질하는 주민을 만났다. 싱싱한 암꽃게들이 바구니에 가득했다. 대부분 살아 있는 싱싱한 꽃게들이다. 죽은 꽃게를 추려내던 주민이 대뜸 ‘이곳 꽃게는 인천 꽃게와 달라요’라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통발로 잡기 때문에, 그물로 잡은 것보다 싱싱하고 상태가 좋다고 했다. 그 말끝에 ‘꽃게어장이 서망항에서 멀지 않아서 더 싱싱하죠’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모래 많고, 먹이 풍부해 꽃게 서식
동행한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왜 이곳에 꽃게가 많이 서식하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민이 ‘바다에 모래가 많고, 먹이가 많아서 꽃게가 산란하고 서식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공단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곳은 국립공원 지역이라 모래를 채취할 수 없는 곳입니다. 국립공원은 바다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바닷모래는 한정된 자원이며, 저서생물의 서식지이자 해양생물의 산란장이자 서식지이다. 또 조류와 파도 따라 이동하며 해안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바닷모래를 채취할 경우 수산자원 감소는 물론 해안침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단지 주택공급과 항만공사 등 대형 건설사업에 필요한 연간 약 3000만㎥ 정도의 골재를 바닷모래에 의지해 왔다고 한다.
인천과 충청 지역 많은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이나 해안침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행스럽게 조도어장과 칠발도 인근 어장은 국립공원 지역이라 모래가 보전될 수 있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우이도다.
신안군 우이도 돈목마을에 있는 모래언덕에 올랐다. 모래가 일 년 전보다 더 쌓였다. 북쪽 사면에 자란 사초류를 제거한 후 나타난 결과란다.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언덕’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 모래는 바다 밑에 있다가 조류와 파도에 따라 해안으로 이동하고, 계절풍에 의해 언덕까지 이동해 쌓인다.
이곳만 아니다. 신안군 비금도 하트해변과 명사십리해변, 도초도 시목해변, 하의도 신도해변, 진도군 관매도 관매해변, 하조도 신전해변 등도 매한가지다. 칠발도에서 조도군도에 이르는 해양환경이다. 이곳에서 봄철과 가을철에 잡힌 꽃게는 대부분 서망항으로 들어온다.
자연 훼손이 생태계와 먹이사슬 파괴
서망항에서 싱싱한 꽃게를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자연환경 때문만 아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꽃게는 통발로 잡은 것들이다. 자망을 이용하는 인천이나 충남의 어법과 다르다. 이 차이가 꽃게의 운명을 좌우한다. 통발은 미끼를 넣어 꽃게를 유인해 가두지만, 자망은 조류를 이용해 꽃게를 그물에 걸어 잡는다.
게다가 칠발도 인근 어장은 목포항이나 서망항 등 위판장과 가깝다. 인천 바다는 수심이 얕고 대조차지만, 서남해는 수심이 깊고 중조차다. 이러한 환경이 꽃게잡이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 차이가 꽃게살 비빔밥을 탄생케 한 것은 아닐까.
꽃게장은 그물이든 통발이든 어느 쪽이나 좋지만, 꽃게살 비빔밥은 싱싱한 속살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목포 꽃게살 비빔밥이 유명한 것은 손맛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모래와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준 자연환경과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낸 결과다.
수천 년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복원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 결과 생태계와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교란한다. 그리고 인간은 물론 지구의 미래도 위협한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기후변화, 수온 상승, 폭우 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밥상에서도 그 징후가 시작된다. 김준 /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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