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본 어촌답사를 갔다가 규슈의 한 섬 해변에서 우리나라의 막걸리병과 소주병을 주웠다. 지난봄에는 서남해 한 섬에서 중국 한 지역 주소가 새겨진 다수의 음료병과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부표를 줍기도 했다.
세 나라의 해양쓰레기가 오고 가는 바닷길은 200여 년 전에 조선 연안을 탐사하고 교역을 요구하던 이양선들이 오갔던 길이다. 그중 함장 바실 홀(Basil Hall, 1788~1844) 일행이 타고 온 리라호(HMS Lyra)도 있었다.
‘우리는 그 섬이 모두 몇 개인지 세어 보았다. 한 사람은 확실히 따로따로 있는 섬들만 세고는 120개라고 했다. 저마다 이어져 있는 무리의 섬들을 어림잡아 세어 본 다른 두 사람은 각자 136개와 170개라고 했다.’
‘이상한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전망대에 올라 조도군도를 보는 장면을 묘사한 글이다. 이 글은 바실 홀이 쓴 <조선 서해안과 대 류큐 섬 탐사기>(Account of a Voyage of Discovery to the West Coast of Corea, and the Great Loo-Choo Island)에 기록되어 있다. 조도군도가 서양에 소개된 최초의 기록이다.
은하수의 별처럼 흩뿌려져 있는 섬들
측량과 탐사를 위한 리라호와 함께 온 알세스트호(HMS Alceste)는 군함으로 모두 영국 해군에 속했다. 알세스트호 함장은 맥스웰(Murray Maxwell, 1775~1831)은 마량첨사 조대복과 비인현감 이승렬에게 성경책을 전달한 인물이다.
이양선은 1816년 8월 대영제국을 대표해 청나라 황제를 만나러 온 인도 총독 애머스트경(Lord Amherst) 일행이 타고 온 배였다. 두 척의 이양선은 귀국길에 미지의 나라 조선 연안과 류큐 섬을 탐사해 지도를 만들 목적이었다. 가장 먼저 9월1일 대청군도에 도착했고, 다음날 소청도에 상륙했다. 그리고 대청군도를 바실 홀 부친 이름을 붙여 ‘홀 군도(Sir James Hall Group)’라 했다. 9월 3일에는 외연도의 지형과 지질을 살펴보고 지질학자 제임스 허튼 박사 이름을 붙여 ‘허튼 섬(James Hutton)’이라 했다.
9월 4일에는 마침내 조선 본토 마량진 근처에 닻을 내렸다. 다음날 잠깐 육지에 올랐고, 함대로 찾아온 조선 관리에게 성경책을 전달했다. 그리고 비인만을 ‘바실만’이라 기록했다. 이들은 비인만을 출발해 이틀간 ‘모래알을 뿌려 놓은 듯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무수히 많은 섬 사이를 100마일(약 160㎞)가량 바느질로 누비듯이’ 항해했다. 이 상황을 ‘은하수의 별처럼 흩뿌려져 있는 섬들’이라 묘사했다.
‘돛대 꼭대기에서 멀리 바라보니 하나의 섬 무리 뒤편으로 또 다른 섬 무리가 동서로 뻗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갑판 위에서 쳐다보니 100개 이상의 섬 무리가 여러 번 눈에 띄었다.’
조도 다도해와 신안 다도해 사이에서 본 장면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9월 8일 조도군도에 도착했고, 다음날 상조도 돈대산(218.3m)에 올랐다. 돈대산에는 이방인들이 많은 섬을 하나하나 헤아렸을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그 전망대에는 이들이 조도군도를 보고 ‘세상의 극치, 지구의 극치’라고 외쳤다고 적어 놓았다.
섬주민 생활상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
이들은 자신들의 지도에 하조도는 ‘애머스트’, 상조도는 ‘몬트럴’, 내병도는 ‘디슬’, 외병도는 ‘샴록’, 병풍도는 ‘리라’, 조도군도는 ‘애머스트 군도’ 등 빈집에 문패를 달 듯 자신들이 존경하는 이름을 기록했다. 이러한 행위가 때로는 미지의 땅에 대한 합법적 권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통역도 없이 조도군도에 이틀간 머물며 기록한 주민 생활상은 놀랍기만 하다. 예를 들어, ‘이 섬에서 남정네가 진진하게 하는 유일한 일이란 고기잡이와 그물을 만들거나 손질하는 일’, ‘몇 개의 낚싯줄은 잘 감겨 광주리 안에 담겨’, ‘부엌에서 싱싱한 대구 한 마리를 집어 먹었다’는 등 기록을 남겼다.
대들보, 주춧돌, 벽, 지붕 등 주거구조도 잘 묘사하고 있다. ‘벽면 바깥으로 튀어나온 지붕(처마)이 빗방울과 햇빛을 막아주고’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기록은 당시 마을, 의복, 주거 형태, 먹거리, 생업 등은 변방에서 ‘타자’로 생존해야 했던 섬 주민 생활상을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김준/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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