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여다지 갯벌에서 장흥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갯벌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세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해양쓰레기를 주웠다. 우리 갯벌이 지구촌의 생명을 위해 얼마나 소중한지, 갯벌을 지키는 것이 왜 지구를 지키는 일인지 생각했다.
여다지를 처음 찾았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를 위해 백회 가루를 뿌려 레인을 표시한 것처럼 갯벌이 나뉘어져 있었다. 이제껏 갯벌을 그렇게 나누어 놓은 곳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마을어장인 갯벌은 공유자원이기에 어촌 주민들이 함께 채취하고 똑같이 나누는 것으로 알았다. 굳이 나누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좀 더 어촌과 섬을 보면서 갯벌의 다양한 운영 방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촌연구의 시작이었다. 여다지는 집집마다 갯벌을 나누어 각각 개인이 관리하고 필요할 때 채취한다. 농가에 텃밭이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갯밭이 있었다.
어촌이 갯밭 지켜온 질서이며 마을규칙
오래전, 여다지 갯밭에서 바지락 채취 주민을 만났다. 남편 건강이 좋지 않아 귀촌한 가족이었다. 몇 해를 지낸 후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이제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깜짝 놀라서 다가가 ‘뭐가 잘못되었냐’고 물었다. 의사는 웃으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증세가 모두 사라져 깨끗하다’며 ‘이제 관리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남편에게 변화라면 바닷가 마을로 귀촌해 갯밭을 일구며 생활한 것밖에 없었다. 어찌 이사만으로 중병이 완쾌했겠는가. 하지만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가끔 농촌에서 텃밭을 가지고 소일하는 노인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모습을 본다.
여다지는 집을 갖고 있는 마을주민들이 같은 크기의 갯밭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귀촌한 사람이 집을 사서 들어와 생활하면 갯밭의 이용권도 따라온다. 물론 마을 어촌계에 가입해야 한다.
갯밭은 이사할 때 가지고 갈 수도 없고, 논밭처럼 매매할 수도 없다. 다만 마을주민만 권리를 갖는다. 오랫동안 우리 어촌이 갯밭을 지켜온 질서이며 마을규칙이다. 이곳에선 외부인이 해루질이나 갯벌 체험을 할 수 없다.
수산물 채취 공간으로 제한 ‘안돼’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여다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곳에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작업실인 ‘해산토굴’이 있다. 섬 시인 이생진이 최고령 현직 시인이라면, 한 작가는 최고령 현직 소설가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작가 모두 섬과 갯벌과 바다를 사랑하고 이를 모티브로 작품활동을 한다. 그는 득량만 나들목 갯벌이 발달한 회진면 신상리가 고향이다. 지금은 제방을 쌓아 갯벌을 논으로 만들어 육지가 되었지만, 한때 섬이었다.
‘한국의 갯벌’은 2021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갯벌생태계가 건강한 득량만은 세계유산에 포함되지 못했다. 반대로 고흥반도를 사이에 둔 여자만의 보성벌교갯벌과 순천만갯벌은 세계유산이 되었다.
남은 여수갯벌과 고흥갯벌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2026년 ‘한국의 갯벌’ 유산구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자만의 변화에 비하면 득량만은 조용하다. 이제 갯벌자원을 수산물 채취 공간으로만 제한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촌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이 해양보호구역이나 람사르습지 지정, 더 나아가 ‘한국의 갯벌’에 포함하는 세계유산 추진이다.
득량만은 생태자원이나 문화자원 모두 충분한 가치를 지닌 내만이다. 갯벌은 세계유산을 추진할 때, 어민의 어업활동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습지보전법을 적용한다.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나면 갯벌어업이나 양식어업의 지속은 물론 지속 가능한 어업과 생태계 유지를 위해 정부는 물론 세계시민들에게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다.
득량만은 우리 세대만 이용하고 폐기할 자원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고 남겨주어야 한다. 여다지가 그 역할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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