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출발시간이 되자 볼일을 마친 섬 주민이 하나둘 도양읍 ‘목너머’에 있는 ‘득량도 선창’으로 모였다. 섬 주민들에게 선창은 안부를 묻는 사랑방이다. 뭍으로 나오거나 섬으로 들어가는 길에 만나 소식을 주고받는다. 선창에는 오전에 득량도를 다녀온 도선 ‘득량호’가 정박 중이다. 득량호는 승객 30명과 차량 4대를 실을 수 있다. 최근 지자체 지원으로 도선 운항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늘고 뱃삯도 싸졌다. 덕분에 섬 주민들의 뱃길이 편리해졌다. 방문객도 느긋하게 섬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득량도는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으로 둘러싸인 득량만의 중심 섬이다. 조선조에는 장흥부에 속하다, 이후 새로 만들어진 완도군으로 바뀌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고흥군에 포함되었다.
득량도에는 관청마을과 선창마을이 있다. 두 마을을 합해 득량리이다. 한때 1000여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7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교육열이 높아 일찍 서계를 만들어 훈장을 모시고 아이들을 가르쳤고, 1944년 ‘득량초등학교’를 개교하였다.
한때 학생 수가 100여 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폐교 당시 재학생은 2명이었다. 육지에서 불과 40분이면 닿는 가까운 섬이지만, 대부분 고령에다 독거노인이 많은 섬으로 바뀌고 있다.
조선수군 먹을 군량미와 엮이는 섬
득량도를 언급할 때 등장하는 인물이 이충무공이다. 선창마을 느티나무 아래에는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득량도 근처에서 식량이 떨어졌는데, 비봉리에서 구해와 왜군을 물리쳐 득량도가 되었다’는 지명유래가 적혀 있다. 득량도에서 가장 높은 성재봉을 군량미처럼 보이도록 풀로 덮어 왜적을 막았다는 설도 전한다.
득량도에도 논이 있었지만 섬 주민들의 식량으로 두세 달이면 떨어졌다. 남은 기간은 산비탈을 일구고 고구마를 심어 식량을 했다.
도양읍에 있는 득량도선창에서 출발한 배는 소록대교 밑을 지나 펼쳐지는 득량만과 그 너머 장흥 천관산과 보성 제암산을 보며 바다를 가른다. 풍경에 반해 4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배 안에서 관청마을 김연배 이장을 만났다. 마을에서 그물을 놓아 물고기를 잡는 몇 안 되는 어부다. 트럭에 상추 몇 포기와 막걸리 몇 병 그리고 배에 넣을 연료를 싣고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득량도에는 식당도, 가게도 없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 있을 뿐이다. 관청마을과 선창마을을 오가는 길은 차가 다닐 만큼 넓고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다. 관청마을 앞 해수욕장 옆에 캠핑장이 있고, 동쪽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길이 인상적이다.
고흥만 간척 이후 낚시꾼 발길 끊겨
고흥만 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어족자원이 풍부했다. 키조개와 꼬막, 바지락 등 패류도 많았다.
1980년대까지 득량도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감성돔 산란지로 가을이면 낚시인들이 모여들었다. 득량도에서 시작해 금당도, 초도, 거문도로 이어지는 길이 가을철 어류가 모여들고 이동하는 길이었다.
섬 주민들은 그 길이 고흥만 간척사업 이후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그 무렵 낚시꾼의 발길도 끊겼다. 두 마을은 잡는 어업이 거의 없고, 마을어업이나 일부 새꼬막 양식장만 유지할 뿐이다. 선창마을은 한때 저인망어업으로 활발했지만, 지금은 선외기 몇 척만 선창에 머물 뿐이다.
득랑만에는 저인망 어선이 많고, 키조개를 채취하는 배도 제법 많았다. 장흥 수문리와 보성 율포와 마주한 바다는 키조개와 새조개 주요 서식지였다. 선창마을 어장배는 모두 감척되고, 이제 선외기 몇 척만 포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이장님 배를 타고 전어잡이에 나섰다. 마을 앞에 그물을 두어 차례 놓았다가 올려 잡히는 대로 마을주민과 나누어 먹는 자족형 어업이다. 덕분에 간혹 마을을 찾는 방문객이나 주민들 밥상에 생선이 올라간다.
이번에는 두 차례 그물 작업으로 숭어 한 마리와 전어 50여 마리를 잡았다. 전날 100여 마리를 잡은 것 비하면, 적은 어획량이지만 이 정도면 섬을 찾아온 손님과 마을주민이 나누어 먹을 양으로 충분하다며 만족해 했다.
득량도는 영화 〈순정〉과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촬영하면서 알려졌다. 최근 캠핑장, 마을 숙소, 낚시터, 산책로, 포토존 등을 만들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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