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준비모임이 전남발전연구원(현 전남연구원)에서 열렸다. 다른 지역에서 관심이 없을 때 전라남도가 갯벌과 염전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서남해안갯벌’과 ‘염전’이 세계유산 등재 후보에 올랐다.
‘서남해안갯벌’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021년 ‘한국의 갯벌’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지역이 강화갯벌, 무안갯벌, 부안갯벌, 여자만 갯벌이었다.
강화갯벌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 탐조인과 관련 전문가들에게 알려진 장소다. 그리고 무안갯벌은 우리나라 제1호 연안습지 보호지역이며, 영광·함평·신안·무안·목포 일대 갯벌을 포함해 약 2만㏊를 매립해 농지를 조성하는 ‘영산강 4단계 개발사업’을 백지화하는 시발점이었다. 여자만 갯벌은 유일하게 내만 전체가 오롯이 등재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강화갯벌은 지방정부가 신청하지 않았고, 무안갯벌은 심사에서 탈락했다. 여자만의 고흥갯벌과 여수갯벌은 주민 반대를 내세워 지방정부가 신청을 철회했다.
다행스럽게 신안갯벌이 면적을 확대하고, 서천군이 적극 참여하면서 2021년 순천·보성갯벌,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이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덧붙여 유네스코는 유산구역 확대를 권고했다.
여자만 갯벌, 오롯이 세계유산 된다
지난 6월 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한국의 갯벌 2단계’가 세계유산 등재기준, 즉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의 중요성을 충족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를 평가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해당 유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 완전성, 보호 및 관리 요건’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유산은 여수갯벌, 고흥갯벌, 무안갯벌, 서산갯벌이다.
그 결과 이미 지정된 순천갯벌, 보성벌교갯벌을 포함해 여수갯벌과 고흥갯벌까지 오롯이 여자만 갯벌 모두가 세계유산이 될 전망이다. 아쉬운 점은 역시 함해만 함평갯벌과 가로림만 태안갯벌이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화갯벌을 비롯한 인천과 경기만 습지보호지역은 이번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지역별로 갯벌이 나누어져 있지만 유산 기준(OUV)으로 보면, 한국의 갯벌은 하나다. 심지어 유네스코는 황해갯벌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바다와 갯벌을 행정, 그것도 기초단체로 나누는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태계는 경계가 없다. 바다와 갯벌은 더욱 경계를 나눌 수 없고, 나누어서도 안 된다.
세계유산은 ‘해당 유산을 보유한 국가의 중앙정부’만이 공식적으로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 역할은 국가유산청이 맡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가 결정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함평갯벌이나 강화갯벌이 잘 보여준다.
‘한국의 갯벌’도 국가유산청이 등재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지만, 갯벌 및 연안습지 관리 책임은 해양수산부가 맡고 있고 기초자치단체가 실행한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의 추진 의지에 따라 참여와 불참이 나누어진다.
여자만갯벌 통합관리·활용계획 논의를
여자만은 여수, 순천, 보성, 고흥을 아우르는 내만이며, 이 중 바닷물이 빠졌을 때 노출되는 곳은 모두 세계유산 구역에 해당한다. 고흥갯벌과 여수갯벌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행정의 의지도 중요했지만,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의 갯벌 2단계’ 세계유산 확대는 단순하게 면적 확대가 아니라 1단계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신청서 작성부터 심사까지 만만찮은 과정이다.
여자만 갯벌은 우리나라 갯벌 정책의 변화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지역이다. 어느 곳보다 마을어업과 양식 등 갯벌을 적극 이용해 온 곳이다. 여자만 갯벌은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 보성 벌교천, 고흥과 여수의 작은 하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특히 주변은 벼농사와 시설원예를 포함해 농업이 발달한 곳이다. 전통 갯벌어업을 계승하고,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호주 철새 이동 경로 핵심 서식지 보전도 해야 한다.
이러한 자연과 인문 환경은 유산 관리의 어려움이자 인식증진과 기대효과를 높이는 자원이기도 하다. 이제 국가, 각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여자만 통합관리 청사진을 마련해 세계시민과 약속한 세계유산 관리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4개 지자체가 여자만갯벌을 통합 관리하고 활용할 계획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유산기준, 완전성, 보호 및 관리 요건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준 / 전남대학교 학술연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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