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모래 해변을 ‘명사십리’라고 한다. 부드럽고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지는 바닷가를 이르는 말이다. ‘십리’에 방점을 두어 4㎞에 이르는 모래 해변을 말하기도 한다.
전남에는 완도 신지면 명사십리, 신안 임자면 대광 해변과 비금면 원평 해변, 자은면 둔장 해변이 유명하다. 이 가운데 가장 긴 모래 해변은 대광해변이다. 무려 30리, 12㎞에 이른다. 배후에 모래 언덕과 농사를 짓는 모래밭도 많다. 모래밭에서는 최고 품질의 대파가 생산되고 있다.
대여섯 개 섬이 모였다고 ‘육섬이’
임자도 나들목에 진리 마을이 있다. 좌우로 제방을 쌓아 물길을 막기 전에는 ‘진섬’이라 불렸다. 한자로 ‘진도’라 했다. 진도는 사라졌지만, 진리라는 이름은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제작된 지도(1918년 제작)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황해는 해빙기 해수면 상승으로 조수가 해발 10m, 농사를 짓기 시작할 시기에는 5m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임자도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졌다. 진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대기리, 삼학산, 솔개산, 전장포, 남쪽으로 불갑산과 삼각산과 대둔산 등 대여섯 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임자도는 ‘육섬이’라 불렸다. 여섯 개의 섬에 20여 개의 제방을 쌓아 오늘날 임자도가 탄생했다.
육답이 있었던 마을 인근과 물길이 좋은 곳엔 농지가 조성되고, 나머지는 염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1년 무안군 해제와 신안군 수도와 임자도를 잇는 두 개의 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육지와 이어졌다. 이 다리를 ‘임자대교’라 부른다.
위에 언급한 지도를 보면 회산리와 장동리와 부동리와 조삼리와 대기리에 약간의 논이 있고, 대부분은 황지라고 표시되었다. 황지는 거친 땅이나 개간하지 않는 땅을 말한다. 이곳은 진리 옆으로 들어오는 조수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그중 일부에서는 바닷물을 끓여 자염을 생산하는 염전도 있었다.
황지가 논과 대파밭과 염전으로 바뀌었다. 이곳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주변에 마을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섬의 공간변화에 일제의 미곡수탈, 6․25전쟁 이후 식량자급을 위한 외국 지원,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 등이 영향을 미쳤다.
승마 즐길 수 있는 유일 해변
대광해변 맞은편 모래 언덕에는 소나무를 심어 바람과 파도와 모래를 막았다. 최근에는 튤립, 매화, 동백 등을 심어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모래밭이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고, 물을 공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어서 푸른 대파가 끝없이 이어진다.
흰 줄기가 길고 굵은 임자도 대파는 상인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대파밭에는 대파를 수확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모두 미니버스를 타고 들어온 노동자들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외국인이다. 대파밭을 구입한 상인이 미니버스를 준비해 일할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다리가 연결되어 가능한 일이다. 섬 안에 있는 숙박시설에 머물며 대파를 수확하기도 한다.
애기동백이 지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자 꽃구경을 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다리가 놓이면서 수도권을 물론 인천, 경기, 충남, 전북 그리고 전남과 광주에서 임자도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대광해변이다.
또 대파처럼 농산물 유통도 편리해졌고 섬 주민의 물류비용도 크게 줄었을 것이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에 생필품, 커피, 빵, 건어물 등이 갖춰져 있다. 모두 다리가 놓이면서 생겨난 변화들이다.
바닷물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오전에 한 무리 여행객이 울긋불긋 차림새로 버스에서 내려 해변으로 몰려왔다. 그리고 익숙하게 말 조형물에 올라타서 사진을 찍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70대 후반, 아니 80대 초반쯤 될 성싶은 분도 도움을 받아 올라가 기념사진을 남겼다. 디딤돌이 있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에게는 위험하다.
벌써 일행은 해변으로 내려가 한참을 걸어가고 있다. 해변은 북서풍에 몰려온 쓰레기가 있어 아쉽지만 걷기엔 좋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맨발로 걸으면 금상첨화다. 대광해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승마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김준/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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