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도로 뜨는 해는 장수만에서 보아야 한다. 왜 백야도에 등대가 세워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장소다. 더 살펴보고 싶다면 발품을 팔아 백야곶에 오르면 좋다. 백야곶은 백야도에 없다. 여수 가막만과 장수만 사이에 있다.
백야곶 봉수가 세워진 산은 봉화산(371m)으로 동쪽으로 돌산도 봉수와 서쪽으로 고흥 팔영산 봉수와 연결되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봉수군 6명, 오장 2명이 배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에서는 백야도는 물론 개도, 제도, 금오도, 안도, 대부도, 연도, 낭도, 적금도 등 여수를 둘러싼 섬들이 보이고 조발도, 둔병도, 적금도 너머로 고흥 팔영산이 가깝다. 왜적의 침몰이 잦았던 시기에 마땅하게 봉수대가 서야 할 자리로 보인다.
백야도는 여수시 화정면에 있는 섬이다. 화정면은 가막만과 여자만 사이 15개 사람 사는 섬과 56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면이다. 금오도 일대 남면과 거문도 일대 삼산면 섬을 제외한 모든 섬을 포함한다.
화정면 섬들의 교통과 행정 중심이 백야도다. 섬이 분포한 지역이 넓고 배를 타는 여객선터미널도 여러 곳이며, 행정서비스도 낭도출장소, 개도출장소, 여자출장소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백야도에는 200여 가구 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다리 놓인 뒤 세대 늘고 인구는 감소
백야도는 백야리(큰동네, 새터)와 화백리(와달, 신기, 동두)로 이루어져 있다. 백야리는 면사무소와 여객선터미널, 학교가 있는 행정중심으로 가만막을 마주하는 동향이다. 화백리는 상화도, 하화도, 낭도 등 많은 섬과 다리와 장수만을 볼 수 있는 서향에 있다.
여수곶과 고흥곶을 잇는 다리와 섬을 볼 수 있고, 노을이 아름다운 화백리에 카페와 펜션이 자리를 잡았다. 백야도 등대 앞에도 동두마을에는 풀빌라와 펜션, 카페 등이 자리를 잡았다. 백야대교가 연결된 후 가장 크게 변화된 모습이다.
백야도는 항로표지원, 사무소, 우체국, 한국전력, 파출소, 보건지소, 농협, 학교 등 10여 개에 이르는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있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직원들이 큰마을이나 새터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했다.
작은 섬에선 이들의 숙식도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머물도록 일찍 연탄으로 바꾸고 부엌이나 집을 개량하며, 다른 섬보다 일찍 도시나 외부 문화와 접할 수 있었다. 다리가 놓인 후엔 대부분 여수시에서 출퇴근한다.
한때 상화도와 하화도는 물론 육지인 장수, 공정, 나매, 수문, 장척마을에서 통학선을 타고 백야도에 있는 화정중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통학선만 3척 운영되었다. 통학선을 타는 뱃삯으로 1년 보리 한 가마니를 지불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 백야도 상황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육지에서 섬으로 학교 다니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다리가 놓인 후 큰마을 중심에 있던 이발소 2곳이 문을 닫았다. 작은 가게들도 폐업했다. 대신 카페나 마트 등이 자리를 잡았다. 다리가 놓이면서 세대수는 늘고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다.
개발이 또 다른 개발을 부르는 이유
옛날엔 물때가 좋은 날은 갯것을 하고, 바다에 나갈 수 없는 날은 산에 올라 나무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산은 마을에서 엄격하게 관리해 일 년에 두어 번 개방해 나무를 했고, 갯밭도 어촌계에서 허락하는 날만 갯것을 채취할 수 있었다. 당시 마을자원을 엄격하게 관리한 덕분에 오늘날 백야도의 자연경관을 누릴 수 있다.
백호산 중산간까지 개간해 고구마를 심었지만, 지금은 도로와 마을 가까운 곳 일부만 경작하고 있다. 섬이 가막만과 장수만이 만난 곳에 있어 일찍 어업이 발달했다. 지금도 어업은 활발한 편이다. 마을어업으로 바지락, 톳, 미역, 가사리 등을 채취하며 어류와 전복 등은 가두리 양식을 하고 있다. 다리가 놓인 후 전복양식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좋지 않다.
이제 섬 주민들이 나무하기 위해 오르내리던 길은 생태탐방로로 개방되어 백호산까지 오를 수 있다. 일부 해안은 걷는 길이 마련됐다. 펜션과 카페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섬 주민을 만나면 옛날이야기만 한다. 그때가 더 나았다는 것일까.
백야도를 찾는 사람들은 ‘꽃섬길’(하화도)이나 ‘사람길’(개도)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백야도에 머무는 사람도 많지 않다. 개발이 또 다른 개발을 부르는 이유다.
김준 /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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