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은 여수, 순천, 보성, 고흥에 둘러싸인 내만이다. 여자만에는 유인도인 대여자도, 소여자도, 운두도(이상 여수), 장도, 지주도, 해도(이상 보성), 진지도(고흥) 등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심에 여자도가 있다. 섬은 해발이 낮고, 언덕이 발달했다.
내만에 또 작은 만(순천만, 벌교만, 고흥만 등)이 있다. 연안은 굴곡도가 큰 리아스식 해안이다. 여자만의 특별함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순천만 보전 경험이나 벌교만 뻘배어업과 꼬막양식도 이러한 환경에 비롯됐다.
큰 바다와 통하는 여자만 입구는 약 6㎞, 동서로 가장 긴 폭이 22㎞, 남북으로 가장 긴 폭이 30㎞에 이르는 항아리형 내만이다. 이러한 자연환경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펄의 깊이가 가장 깊은 갯벌로 탄생했다. 게다가 입구에 적금도, 둔병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등 섬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고, 이들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를 잇고 있다.
여자만 면적은 318.17㎢, 갯벌면적은 107.73㎢이다. 여자만 전체 면적에서 갯벌면적이 33.9%다. 우리나라 내만 중에서 가장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중 순천만 갯벌과 보성벌교갯벌은 2021년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로 등재되었다. 여수갯벌과 보성벌교갯벌은 지난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현지실사를 마쳤다.
한국의 갯벌은 갯벌 공동체 본보기
여자만을 둘러싸고 여수중앙시장, 순천아랫장, 고흥장, 벌교장, 동강장, 과역장 등 크고 작은 상설시장과 오일장이 열린다. 이곳에서 여자만과 인근 섬, 갯벌이 선물한 수산물과 농산물이 유통된다.
전통시장인 오일장만 보면 순천아랫장은 2일과 7일에 열리는 호남 최대 규모의 오일장이다. 벌교장(4일, 9일)은 최대 해산물 장터다. 고흥 동강장(1일, 6일)과 과역장(5일, 10일), 여수 서시장(4일, 9일)도 있다.
이곳에선 겨울에 꼬막, 봄엔 숭어, 여름에는 가리맛, 가을엔 낙지와 전어 등 싱싱한 해산물이 유통된다. 특히 뻘배를 타고 맨손으로 잡은 낙지, 가리맛조개, 꼬막 등은 ‘뻘배어업’으로 국가중요어업유산에 지정되었다. 최근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여자만 갯벌에서 이루어지는 어업은 대부분 맨손어업이다. 뻘배를 타지 않으면 어업활동을 하기 어렵다. 덕분에 남획이나 혼획을 지양하고 갯벌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순천만에 8000여 마리(2025. 12.)의 흑두루미가 찾아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어업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덕분에 주민들은 여자만에 기대어 살 수 있었고, 여자만을 찾는 방문객에게 여자만 음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여자만은 흑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아비, 알락꼬리마도요, 저어새, 검은갈매기 등 수많은 물새가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여자만을 찾는 것은 게류와 갯지렁이류, 망둑어류, 패류 등 다양한 먹이와 갈대, 칠면초, 갯골 등 휴식공간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갯벌생물과 물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것이 ‘한국의 갯벌’ 특징이고, 갯벌공동체의 전형이다. 이를 두고 ‘갯살림’이라 한다.
순천만 교훈, 여자만으로 확대돼야
지난해 여자만 고흥갯벌과 여수갯벌에 귀한 분들이 다녀갔다.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2단계 유산구역 확대를 위한 실사단이다. 이미 순천갯벌과 보성벌교갯벌은 하나의 공간으로 람사르습지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여자만 갯벌을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닌 곳으로 인정한 것이다.
여자만 갯벌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뒷받침될 수 있었던 것은 어민, 주민, 시민사회와 행정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이해당사자의 갈등도 있었지만, 이를 조정하고 설득하며 보전하려는 노력 공유는 순천만 경험이 큰 몫을 했다.
여자만은 이미 국제적으로 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습지, 국내에서는 명소, 습지보호지역,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건강하게 회복된 순천갯벌을 찾는 흑두루미는 개체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인근 벌교, 여수, 고흥으로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다. 자연스레 보호구역도 고흥갯벌과 여수갯벌로 확대되었고,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구역 확대가 고흥갯벌과 여수 갯벌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순천만의 교훈이 이웃 여자만 지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의 과제는 여자만이 준 선물을 오롯이 지키고 보전해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국가해양생태공원이 그 방법을 모색하는 좋은 디딤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김준 /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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