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보찰은 사람 사는 섬에서는 찾기 어려울걸요. 여행객만 아니라 주민들도 팔기 위해 채취하기 때문이죠.”
밥상에 올라온 거북손을 앞에 두고 최성광 영산도 어촌계장의 말이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영산도에서는 보찰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섬 밖으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육지와 가까운 연안에는 없고, 바다가 거친 먼 섬 갯바위에 서식하는 보찰을 어떻게 육지 사람들이 알고 찾게 된 것일까.
보찰을 처음 맛본 곳이 어디였던가. 독거도였던가, 금오도였던가, 영산도던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곳은 분명 기억한다. 영산도 유일한 식당 ‘부뚜막’이었다.
영산도는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까지 두어 시간 쾌속선을 탄 후, 다시 배를 타고 반 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다. 교통도 불편하고, 한때 숙박시설이나 식당도 없었다. 그래서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외딴섬이었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섬과 바다 생태계가 오롯이 보전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국립공원공단 명품마을 영산도
영산도가 밖으로 알려진 것은 ‘명품마을’로 지정되면서였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공단이 국립공원에 속한 마을 중 우수한 자연생태와 고유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추진한 마을만들기였다. 그중 영산도는 명품마을 중 꽤 성공한 마을로 꼽힌다.
그 무렵 한 방송사가 신안군 흑산면 한 섬에서 자급자족하는 연예인의 섬살이 모습을 예능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이때 생김새가 독특하고 맛도 좋은 거북손과 배말이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방송 이후 거북손과 배말을 찾는 주문이 폭발했고, 이를 채취할 목적으로 섬을 찾는 사람도 생겨났다. 최 어촌계장은 지금은 그 섬에 거북손 씨를 찾기 힘들게 되었다고 한다.
신안, 진도, 고흥, 여수 등 서남해에서 거북손을 ‘보찰’이라 한다. 이 외에 바위손, 대감감투, 바위손, 부처손 등으로 부르는 지역도 있다. 흥미로운 별칭은 고흥 시산도에서 들은 ‘호랑이발톱’, 충남 보령시 외연도 ‘돼지발톱’이었다.
<자산어보>에는 ‘오봉호’, 속명으로 ‘보찰굴’이라 하고, ‘맛이 달다’고 덧붙였다.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은 <고려도경>에 거북손을 ‘귀각(龜脚)’이라 적었다. 한자를 풀면, 거북손과 같다. 그리고 고려인은 ‘미꾸라지, 전복, 조개, 새우, 굴’과 견줄 만큼 즐긴다고 했다. 옛날에도 거북손을 곧잘 먹었다는 말이다.
거북손은 갯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절지동물 갑각류로 분류한다. 조간대 하부에서 중부까지 자루 끝부분을 바위틈에 붙이고 산다. 한두 개체가 떨어져 자라기도 하지만 여러 개체가 모여 자라는 경우가 많다.
거북손은 부착력이 강해 도구를 이용해야 겨우 채취할 수 있다. 마치 구근식물 옆에 싹이 나오듯이 성체 옆에 어린 개체가 자란다. 그래서 다 자란 거북손을 채취하다 어린 개체들도 함께 뜯어진다. 그래서 도구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성체만 솎아야 한다.
사라지는 거북손 ‘외부 유출 금지’
영산도에서는 거북손을 섬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외부인이 들어와 채취하는 것도 막고 있다. 섬 주민도 3~4년 이상 자란 거북손만 조심스럽게 솎아낸다. 이제는 가거도, 만재도처럼 서남해 끝섬에서도 거북손을 구경하기 쉽지 않다.
영산도는 일찍부터 마을 규칙을 정해 홍합이나 미역 등의 채취 장소와 시기를 정해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거북손처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종은 아예 밖으로 파는 것을 금했다.
이제 영산도 거북손을 맛보려면 섬을 찾아와야 한다. 유일하게 영산도 부뚜막에서는 거북손을 맛볼 수 있다. 어촌계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거북손 숙회가 상위에 올려졌다. 아침에 채취한 홍합은 물회를 만들고, 미역국을 끓였다. 갯것으로만 한 상이 차려졌다. 그래도 보찰에 가장 먼저 손이 갔다.
거북손은 갯바위에 붙어 뜨거운 햇볕을 견뎌야 하고, 물이 들면 거친 파도를 이겨내야 한다. 그 사이에 덩굴손을 내밀어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을 섭취한다. 그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까. 서로 기대어 품은 물을 나누며 갈증도 달래고, 손을 뻗어 좋은 짝을 만나야 튼튼한 어린 거북손을 키워낼 수 있다. 영산도 섬 주민들이 살아온 삶이 그러했다.
김준 /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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