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은 수산물만 아니라 한국 음식을 상징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는 다양한 김 관련 상품이 넓은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김 양식 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 국가인류무형유산 등 먹거리만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유형무형 유산으로 새로운 자리를 잡았다.
최근 세계자연유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갯벌’에서 이루어지는 지주식 김 양식은 어민의 삶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생업이다.
김 양식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섬, 김 양식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어가소득을 올리는 섬이 있다. 시산도다. 시산도는 고흥군 도양읍에 있다. 섬의 모양이 화살을 닮아 ‘示山島’라 했다가 1995년 ‘詩山島’로 한자가 바뀌었다고 한다.
거금도와 소록도가 육지와 이어지기 전에는 녹동항에서 배를 탔다. 지금은 거금도 오천항에서 배로 30분이면 닿는다. 시산도로 가는 길은 배를 타는 시간은 짧지만,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벌교에서 1시간, 광주에서 2시간, 서울에서는 6시간이 걸린다. KTX를 이용해도 순천역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김 양식으로 최고 소득 올리는 섬
시산도는 다리로 연결되지 않는 섬 중 고흥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섬은 북서에서 남동으로 길며, 마을은 북서풍을 등지고 섬 중앙 동쪽에 형성되었다. 마을 앞 솔섬과 살푸섬이 남동풍과 파도를 막는 방파제 노릇을 했다. 그곳이 1970년대 파도와 바람을 피하고 조류 소통이 잘 되어 김 양식을 했던 장소다.
지금은 두 섬 좌우로 방파제를 쌓아 너른 시산항을 만들었다. 시산항에는 고기를 잡는 어장 배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김을 채취하거나 김 양식장을 관리하는 배들로 가득하다.
이장과 어촌계장을 했던 김윤태 주민과 김 양식을 둘러싼 이야기를 마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 섬마을 식당이지만 웬만한 중식, 한식은 물론 주문하면 특별한 음식도 가능하다.
식당 내부는 잘 정도 되어 깨끗하고 맛도 좋다. 식당에 ‘음식은 먹을 만큼만 가져가세요’라는 안내문이 3개 국어로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 김 양식장에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안내문이다.
시산도는 36가구가 김양식을 한다. 겨울철이면 김양식을 위해 200여 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머문다. 김 양식철이 아닌 때에도 준비를 위해 일부는 섬에 머물기도 한다. 이들 직접 식사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바쁜 철에는 식당을 이용한다.
식당 앞 물양장에는 양식시설에 사용할 부표와 항목(김발을 바다 밑에 고정하는 나무), 김발에 연결하는 코팅한 대나무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곳곳에 펼쳐진 그늘막 아래에는 김 양식 시설을 만드는 외국인노동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겨울철엔 많은 외국인노동자 머물기도
시산도는 일찍부터 김 양식으로 유명했다. 옛날에는 마을 앞 솔섬 살푸섬 주변에 대나무를 꽂아 김 양식을 했다. 이를 지주식 김 양식이라 한다. 1970년대 만해도 김 양식 규모는 40미터 김발 한 책을 기준으로 가구당 10여 줄 정도였다. 지금은 어가마다 100미터에 이르는 김발이 수백 줄에서 1000여 줄에 이른다.
양식장도 동쪽으로 지죽도 서쪽으로 평일도, 남쪽으로 무학도에 이르는 너른 바다로 확대되었다. 김양식 기술이 발달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옛날에는 손으로 훑어서 채취하고, 세척과 분쇄 그리고 김발에 떠서 건조하는 일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했다. 마을 골목마다 건조대가 세워지고 그곳에 새까맣게 김발을 붙여 말렸다. 바닷가, 골목, 산아래 밭까지 건조대를 세울 수 있는 곳이면 모두 김을 말렸다. 모든 가족이 총동원되었다.
지금은 베트남, 스리랑카, 러시아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 와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마을 식당에 3개 국어로 쓰인 안내문이 나붙은 이유다.
처음 시산도를 찾았을 때 고추를 비롯해 양념 채소들을 재배했던 밭은 숲이라 해야 할 것 같지만, 바다는 경지정리가 잘된 논처럼 양식장이 만들어졌다. 그 사이 바다는 김밭으로 바뀌고 텃밭은 산이 되었다. 덕분에 자식들은 먹고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섬을 찾아온다.
김준 /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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