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는 한때 김 공장이 10여 개 있었다. 작은 섬이지만, 섬을 둘러싼 전복 양식장과 김 양식장이 섬의 상황을 알려준다. 농사지을 변변한 땅은 민가 사이에 빈집이나 좁은 땅에 심은 참깨나 고추가 전부다.
마을 뒤 등대로 넘어가는 길이나 산자락도 밭을 일궈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일할 사람도 없고 일할 필요도 없다.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이 깨 농사를 짓는 주인공이다. 손님들이 오니 반가운 비가 온다며, 다짜고짜 땅끝에서 배가 오전 오후 두 번만 오면 좋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서넙도는 완도군 노화읍 넙도리에 있는 섬이다. 넙도리는 넙도에 있는 내리와 방축리 그리고 서넙도의 서리까지 포함한다. 1990년대까지 김 양식이 중심이었고, 이후 전복 양식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전복 양식을 많이 하지만, 일부는 김 양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농사지을 땅은 묵혀지는데 바다농사는 배가 다닐 곳이 비좁을 정도로 양식 시설물로 빼곡하다. 특히 서넙도와 후장구도와 방축리 사이에 전복과 김 양식 시설이 가득하다.
뱃길은 섬주민 복지이자 국민기본권
한때 넙도에 30여 김 공장이 있었고, 서넙도에도 10여 개가 가동됐다. 지금은 방축리에만 2개 돌아가고 있다. 기후 위기와 가격 하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전복 양식은 여전히 서넙도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최근에 김 양식과 파래 양식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서넙도에는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도 있다. 최근 유치원이 신축했다. 어느 섬마을에서도 유치원을 신축한 예를 보지 못했다. 올 8월 현재 서넙도에는 초등학생 6명, 유치원생 4명이 있다. 주민 수가 3배에 이르는 넙도에는 초등학생 7명이며, 유치원생은 없다. 단순한 비교로도 서넙도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활발한지 알 수 있다.
작은 섬이 역동적일 수 있는 것은 양식어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김 양식, 이후는 전복양식, 지금은 김과 전복 양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은 양식어업과 섬살이를 지탱하는 중요한 두 축이다.
작은 섬 섬살이의 큰 고충은 뱃길이다. 오가는 사람이 적고 화물량도 적다 보니 해운업을 하는 선사들은 여객선이나 화물선 운항을 꺼린다. 해당 선사가 허가 항로를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선사나 공공에서도 여객선을 투입할 수 없다.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 몫이다.
서넙도와 이어지는 뱃길은 해남 갈두항에서 들어오는 길과 노화도와 넙도를 거쳐 들어오는 길이 있다. 갈두항에서는 하루 1회, 노화도에서는 3회 운항한다. 전자는 50분 걸리고, 후자는 노화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하며 시간도 2시간 소요된다.
왕복 4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급한 일은 볼 수 없다.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이 간절하게 갈두항에서 오전 오후 두 번 배가 오가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한 이유다. 이러한 주민 요구를 해양수산부나 완도군이 먼저 살펴야 한다. 뱃길은 국민기본권이자 복지다.
행정서비스도 섬살이 시선에 맞춰야
서넙도는 교통 문제만 아니라 식수문제도 심각하다. 주민들은 대부분 생수를 사 먹는다. 해수담수화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짠물을 모두 걸러내지 못해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주민이 거주한 적도 있었지만, 지하수만으로도 물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주민들은 김 양식을 하면서 대형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끌어 쓴 것이 고갈 원인이라고 한다. 김을 가공하려면 세척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많은 물이 필요했다. 상수도는 넙도까지 들어오지만,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서넙도는 불안정한 해수담수화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서넙도는 완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마을이다. 행정구역은 완도에 속하지만, 생활은 해남과 광주권이다. 완도읍까지 가는 편보다 광주로 가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실제 몇몇 젊은이들은 가족이 광주에 생활하고, 외국인노동자를 데리고 양식어업을 하고 있다.
작은 섬이 무인도로 변하는 것을 막는 또 다른 방법은 생활권에 맞춰 지원하는 행정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구역 조정이 쉽지 않다면 생활권을 인정하는 행정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서류를 발급하는 일만 아니라 교통, 식수, 교육 등 삶의 질과 문화복지까지도 생활권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행정편의가 아니라 섬살이 시선에 맞춰야 작은 섬이 무인도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생활권 중심의 행정지원은 작은 섬에 얽힌 실타래를 풀 열쇠가 될 수 있다.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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